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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02. 청소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y BOOKCAST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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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청소는 어디서 배우는데요?

처음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나는 청소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생각했다. 무슨 일이든 내가 직접 운영해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쌓은 수많은 경험 때문인지 나는 일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현재 청소업체들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전문’ 청소업체를 만들고 싶었다. 이왕 시작한 거 입주청소업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제대로 된 업체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들떠 있었다. 준비단계에서 혼자 하기에는 두렵기도 했고, 엄두가 나지 않아 언니와 함께 동업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청소를 배워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당시에 청소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은 없었다. 청소를 맡겼던 그때를 되돌아보면 딱히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기술과 장비, 약품, 도구 사용법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방법을 쓰든 그들이 일하는 전문적인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은 다른 청소업체에 취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인광고를 뒤져 한 업체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구인광고 보고 연락드리는데요. 청소원 구한다고 해서요.”
“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어린 것 같은데”
“저 30대 중반인데요. 안 어린데요….”
“대부분 50대 60대 분들이 전화 주니까 어린 편이네요.”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리고 저희 언니도 같이 하고 싶은데 혹시 2명은 안 필요하세요?”
“아, 필요하긴 한데 아는 사람 두 명은 같이 안 씁니다.”
“그럼 저 혼자라도 일할게요.”
“내일부터 바로 가능해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전화 끊고 문자로 주소 보낼 테니까 그쪽으로 고무장갑이랑 마실 물 챙겨서 9시까지 나오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분명히 사람이 없다는데 왜 지인 2명은 함께 채용하지 않는다는 건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업체를 운영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일이 힘들거나 적응을 못하면 대부분 둘 다 일을 그만둔다. 보통 청소는 3명이 한 팀이 되어 일을 하는데, 일을 다 가르치고 한 팀이 되어 손발을 다 맞춰 놓았는데 2명이 한꺼번에 나가게 되면 그 팀은 해체된다. 새로 투입된 초보 2명을 한 사람이 가르치며 일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팀을 만들 때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팀을 구성하는 것이 맞다. 그때 그 사장님은 나름의 노하우로 업체를 이끌었던 것이다.

처음 현장에 나가는 날, 나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현장에 조금 일찍 가서 기다렸다. 곧이어 사장님이 도착했고, 우리는 지난번에 내가 청소를 맡겼던 그 업체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장비를 가지고 현장으로 올라갔다. 사장님은 일단 화장실부터 청소하라고 했다. 특별히 어떤 약품을 써서 어떻게 청소하라고 가르쳐주지도 않고, 퐁퐁과 락스와 수세미와 걸레 2장을 손에 쥐어주었다. 사장님은 “집에서 화장실 청소 많이 해봤죠” 하면서 나를 화장실로 보냈다. 집에서 하는 청소야 내가 열심히 한다고 누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검사를 받을 일도 없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내 방식대로 청소를 하면 되었지만, 이건 달랐다. 아무리 똑같은 곳을 청소하는 것이라도 엄연한 일이었고 대가가 주어지는 것이니까.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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