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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03. 청소업체 창업 일기 ①첫 집 청소 날

by BOOKCAST 2022.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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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첫 집 청소하기

한 달 정도의 창업 준비를 마친 후, 첫 예약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던 날이었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의 마음가짐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설레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책임감이 앞선다.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족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과 대표로 시작하는 사업체로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겠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첫 집은 그 시기에 입주를 시작하던 입주 아파트였다.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는 했는데, 그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하다. 그나마 행운의 여신은 우리 편이었던 것 같다. 첫 청소가 이사청소가 아닌 신규 아파트 입주청소였던 것과 첫 고객이 너무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도 그날은 어떻게 청소했는지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정말 혼이 쏙 빠질 만큼 정신없는 날이었다.

청소 범위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루어져야 하고 각각의 공간을 청소할 때는 어떤 약품을 이용해 어떤 방법으로 청소하는지,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마무리할 때까지의 시간 배분과 3명의 팀원이 공간을 어떻게 나누어 청소할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머릿속에 전혀 없었다는 것을 현장에 나가서야 깨달았다.

배울 게 없다며 현장 경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참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도배풀 떼는 작업과 유리창과 거울을 얼룩 없이 투명하게 닦는 작업, 윤기 나게 거실 바닥 닦는 작업 등은 지금 생각하면 기본 중에 기본인 청소 방법이지만, 그때는 열정만 앞섰지 청소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기에 진땀만 흘리기 바빴다. 10월이라 쌀쌀한 날씨였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일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에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서 일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었고, 일단 부딪히며 배우는 게 가장 빠르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현장에 뛰어들었던 게 큰 착오였다. 청소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에 대한 매뉴얼도 없어서 하루종일 우왕좌왕했다. 청소는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나조차도 청소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6시간 정도면 마무리할 집을 거의 8시간에 걸쳐 청소했는데도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청소했는지, 내가 한 곳이 아닌 다른 직원이 한 곳을 점검할 여유도 없이 겨우 마무리하고 나왔다.


시간에 쫓겨 청소할 때는 다른 건 신경도 못쓴 채 일을 하다가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다. 아이 셋을 키우며 집안일은 늘 했으니 체력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긴장 상태에서 거의 8시간을 일하고 안 쓰던 근육들을 썼더니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의 통증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각성이었다.

받은 금액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대로라면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전문 청소업체라는 이름만 가지고 비전문가들이 집 청소하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드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부터는 어떻게든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목표로 출발한 이 사업체가 잘 되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매일 밤마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는 잠도 거의 자지 못했다. 팀원 배정 방법, 청소 매뉴얼과 고객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간편 예약 시스템도 만들어야 했다. 또 약품과 장비도 더 갖추고 목록도 정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시기에는 꿈에서도 청소하는 방법들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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