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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

04.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면 이 직업은 피하세요.

by BOOKCAST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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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 고객들을 상대하는 법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한 훈련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원장님,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결격사유가 뭐예요?”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으면 힘들 것 같네요”라고 대답하자 훈련생들은 일제히 빵 터졌다.

웃기려고 대답한 건 결코 아니었고, 내 딴에는 굉장히 진지한 대답이었다. 내가 청소업을 하면서 계속 느꼈던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참을성’이다.

각각의 직업마다 요구되는 필수 능력이 있을 것이다. 흔히들 청소업체는 청소를 잘하고 약품이나 도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능력만 있으면 업체를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청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를 아주 잘했다고 해도 그 기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클레임(claim)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객을 상대하려면 서비스 정신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빠른 판단력과 융통성,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고객에게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줄 ‘말발’과 팀을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리더십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참을성’이란걸 업체를 운영하면 할수록 더욱더 선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청소는 육체노동을 동반한다. 그래서 아주 힘들다. 노동의 강도로 따져보자면, 일 년에 한두 번씩 집 대청소를 하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쑤시고 심하면 몸살까지 나곤 하는데, 그런 대청소를 매일매일 한다고 보면 된다. 약품을 이용해 좀 더 편하게 청소하는 방법을 익히고, 시간이 지나고 현장일이 익숙해지면 청소하는 데도 요령이 생겨서 훨씬 수월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강도 높은 육체노동임은 확실하다. 한 집을 마무리하고 나면 가끔씩 걸레 한 장 들고 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정도로 힘이 빠지면 사람은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까칠한 고객을 만나면 멘탈 관리가 힘들어진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사장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여기서 발생된다. 고객들의 눈높이는 천차만별이라 그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수는 없고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참 힘들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상대의 설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는 독선이 깔려 있으므로.

어쨌든 우리도 인간인지라 그런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하는 고객을 만나면 몸도 힘든 와중에 짜증이 치밀어 오르게 된다. 그렇게 더러웠던 집을 이렇게나 깨끗하게 청소했는데 아무리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 해도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팔짱을 끼고 티끌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있는 고객을 상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쩔 땐 육체노동 보다 이렇게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더 피곤하다.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고객을 상대할 때 답은 한 가지다. 청소업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요구를 하는 고객을 만났을 때는 안 되는 건 왜 안 되는지를 단호하고 짧게 설명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고객이 보는 앞에서 다시 한번 청소하는 것이다. 


제일 위험한 게 방전된 체력과 멘탈로 짜증내고 귀찮아하며 고객에게 변명을 하는 것이다. 이 변명이 고객들을 화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고객들로 하여금 능력 없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업체로 낙인찍게 만든다.

가끔 까칠한 고객들을 상대할 때면 많이 힘들지만 오히려 더 상냥하게 대하면서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을 재정비한다. 그리고 그런 고객을 상대하면 할수록 나의 고객응대 기술도 더 좋아지고, 이 과정에서 가장 요구되는 ‘참을성’의 게이지도 점점 더 향상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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