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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1. 돌 소가 금 똥을 싼다는 소문에 길이 뚫려

by BOOKCAST 2022.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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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가려던 촉나라, 
유비에게 가다 1

 

조조가 농서의 서량 무리를 깨뜨려 위엄이 천하를 울린다는 소식을 듣자 인근의 한중을 다스리는 장로는 사람들을 모아 상의했다.
“서량의 마등이 죽고 마초가 패했으니 조조는 반드시 우리 한중을 침범할 것이오. 나 스스로 한녕왕으로 일컫고 군사를 일으켜 조조를 막을까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오?”

파서 사람 염포가 나섰다.
“한중은 백성이 10만이 넘는데, 사람은 부유하고 식량은 넉넉하며 사방이 험하고 튼튼합니다. 지금 마초가 패해 서량 백성 중에 자오곡을 통해 한중으로 들어온 자들이 몇만을 넘습니다. 지금 바로 이웃인 서천의 유장이 어리석고 나약하니, 먼저 서천의 41개 고을을 빼앗아 근거지로 삼고, 그다음에 왕으로 일컬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장로는 크게 기뻐 군사를 일으키려고 아우 장위와 상의했다.

‘촉(蜀)’이라 불리는 서천 익주의 유장은 유언의 아들이고 전한 노공왕의 후대였다. 아버지 유언이 익주 자사가 되었으나 종기가 터져 일찍 죽자 고관 조위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 아들을 조정에 추천해 아버지의 뒤를 잇게 했다. 유장은 일찍이 장로의 어머니와 아우를 죽여서 원수 관계가 되었다.

파서 태수 방희가 장로의 소식을 전하자 평생 나약하기만 한 유장은 몹시 근심스러워 급히 사람들을 모아 상의하는데, 별안간 한 사람이 고개를 번듯하게 쳐들고 가슴을 내밀며 앞으로 썩 나섰다.
“주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제가 비록 재주 없으나 썩을 줄 모르는 세 치 혀를 믿고 장로가 감히 서천을 쳐다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서천의 참모격인 별가 벼슬에 있는 장송(張松)이었다. 익주의 수도인 성도 출신으로 자는 영년(永年)인데, 생김새를 보면 앞으로 비스듬히 내려온 이마는 호미 같고, 머리는 뾰족한데, 콧구멍은 하늘로 쳐들리고, 이는 입술 밖으로 드러났다. 키는 다섯 자도 되지 않건만 목소리는 우렁차 구리 종이 울리는 듯했다.
“장 별가에게 어떤 고명한 소견이 있어 장로가 몰고 올 위험을 풀 수 있소?”

“제가 듣자니 허도의 조조는 중원을 소탕해 여포와 원 씨 형제가 모두 그의 손에 멸망되었다 하고, 근래에는 또 마초를 깨뜨려 천하에 적수가 없답니다. 주공께서는 그에게 바칠 물건들을 갖추십시오. 이 송이 허도로 가서 조조에게 이익과 해로움을 설득해, 군사를 일으켜 장로를 들이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면 장로는 조조를 막느라 틈이 없을 테니 어찌 감히 서천을 엿보겠습니까?”

“어디 그 이익과 해로움을 말해보시오. 내가 들어보겠소.”

“들어보십시오. ‘마초는 저 옛날 한신, 경포와 같은 용맹을 지녔는데 승상께서 그 아버지를 죽이셨으니 비록 지금은 잠시 패했으나 반드시 원수를 갚으려 합니다. 또 한중의 장로는 군사가 정예하고 식량이 넉넉하며 백성들이 왕으로 높이려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를 자칭할 것이고, 그러면 반드시 중원을 침범합니다. 장로에게 모자라는 것은 대장뿐인데 마초가 급히 복수하려면 반드시 농서 군사를 모아 장로에게 갑니다. 장로가 마초를 얻으면 호랑이에게 날개가 돋치는 격이니 장로와 마초가 함께 나오면 승상께서 어찌 당해내시겠습니까? 마초가 장로에게 가기 전, 한중에서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 들이치면 북 한번 울려 진격하는 것으로 단숨에 깨뜨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조에게 이익과 해로움을 깨우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근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일찍 가지 않고 장로가 먼저 군사를 움직이면, 소진과 장의가 온다 해도 조조는 듣지 않습니다.”

유장은 크게 기뻐하며 금과 구슬, 비단 따위 예물을 마련해 장송을 사자로 보냈다.
장송이 가만히 서천 지리와 형편을 기록한 그림을 감추고 시종 몇을 데리고 허도로 떠나니 어느새 형주에서 제갈량이 알고 허도로 사람을 보내 장송의 소식을 살피게 했다.
 
허도에 이른 장송은 날마다 승상부에 들어가 조조를 만나려 했으나 조조는 마초를 깨뜨리고는 뜻을 이루었다고 여기고 날마다 잔치를 벌이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나랏일은 모두 승상부 관리들에 의해 돌아갔다.
장송은 사흘을 기다려서야 겨우 자기 이름을 안에 들여보내고, 곁에서 모시는 자들에게 뇌물을 주고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청 위에 앉은 조조가 장송의 절을 받고 물었다.
“그대 주인 유장은 여러 해나 공물을 바치지 않으니 어찌 그러는가?”

“길이 험하고 도적들이 설쳐 공물을 날라 올 수 없었습니다.”

조조가 꾸짖었다.
“내가 중원을 쓸어 깨끗이 했는데 무슨 도적이 있단 말이냐?”

장송이 되받았다.
“남쪽에는 손권이 있고, 북쪽에는 장로가 있으며, 서쪽에는 유비가 있는데, 가장 적은 무리도 갑옷 입은 무사 10여 만을 거느렸으니 어찌 태평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조조는 처음부터 장송의 모습이 꾀죄죄하고 볼품이 없어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그가 귀에 거슬리는 말까지 탁탁 뱉어내니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뒤채로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이 장송을 나무랐다.
“그대는 사자로 와서 어찌 이리도 비위를 거스르는 소리만 하는가? 다행히 승상께서 먼 길 온 것을 돌보시어 죄를 나무라지 않으셨으니 어서 돌아가게!”

장송은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서천에는 아첨하는 사람이 없소.”

별안간 섬돌 아래에서 한 사람이 크게 호통쳤다.
“서천에 아첨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 중원에는 아첨쟁이가 있단 말인가?”

장송이 돌아보니 눈썹은 가늘고 눈은 좁은데 얼굴은 희고 맑은 정기가 돌아서 성명을 물으니 전에 태위 벼슬을 한 양표의 아들 양수(楊修)로 자는 덕조(德祖)라고 했다. 승상부 창고를 맡은 장고주부로 있는 양수는 아는 것이 많고 말솜씨가 좋으며 슬기와 식견이 뛰어나니, 이때 나이 25세였다.

양수가 말 잘하는 선비임을 아는 장송은 슬그머니 그를 골탕 먹일 마음이 들었다. 양수도 스스로 재주를 믿고 천하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터라 장송이 조조를 비꼬는 소리를 듣고는 그를 청해 바깥 서원으로 갔다.

자리에 앉자 양수가 먼저 인사했다.
“촉의 길이 평탄치 않은데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주인 명을 받들었으니 끓는 물에 뛰어들고 타오르는 불길을 밟더라도 감히 사양할 수 없었소.”

“촉의 풍토는 어떠하오?”

장송이 고향 자랑을 늘어놓았다.
“촉은 서쪽에 있는데 익주라 부르오. 길을 보면 험한 금강이 있고, 땅은 웅장한 검각에 이어졌소. 넓기는 굽이굽이 돌아 200하고도 8정(程, 1정은 30리)이고 가로세로 3만여 리에 이르오. 닭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거리와 마을이 잇닿았으니 빈 곳이 없소. 밭은 기름지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며 큰물이 지거나 가뭄이 들 걱정이 없소. 나라는 부유하고 백성은 풍족하니 때때로 관악기를 불고 현악기를 뜯는 즐거움이 있소. 생산되는 물산이 많아 산처럼 쌓이니 천하를 두루 살펴보아도 촉에 미칠 곳은 없소!”

【앞으로는 서천, 즉 지금의 쓰촨성[四川省사천성]이 <삼국지>의 중요한 무대가 된다. 유비가 세운 촉한이 바로 이 지방에 있었다. 옛날 이 고장에는 촉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는데 진(秦) 혜왕이 정복하고 싶었으나 길이 험했다. 꾀를 내어 접경에 돌로 만든 큰 소들을 늘어놓고 꼬리 밑에 금덩이를 놓아두었더니 ‘돌 소가 금 똥을 싼다’는 소문을 듣고 촉 임금이 욕심이 생겨 힘센 장수 다섯을 보내 길을 내게 했다.

 

돌 소가 커서 원래의 길로는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다섯 장수가 길을 만들어 소를 날라오자 그 길을 따라 진의 군대가 쳐들어가 촉은 망하고 말았다. 이렇게 길이 뚫렸는데 촉은 지세가 험하고 산이 높으며 강이 세차기로 이름나 오랫동안 폐쇄적인 환경이었다. 자연조건은 상당히 좋았으나 하늘이 만들어준 곡창이 되기까지는 인간의 힘이 많이 필요했다. 전국시대에 만든 관개시설은 제갈량도 중요하게 여겼고, 대대로 보수해 지금도 계속 쓰이는데, 53만 헥타르(16억여 평)의 땅에 물을 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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