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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3. 장송은 유비에게 서천 지도를 바치다

by BOOKCAST 2022.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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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가려던 촉나라, 
유비에게 가다 3

 

그가 말을 타고 시종을 이끌어 형주 경계에 이르자 별안간 500여 명 기병이 나타나더니 갑옷을 벗은 가벼운 차림의 대장이 말을 몰고 나와 물었다.
“오시는 분은 혹시 장 별가가 아니십니까?”

“그렇소.”

대답을 듣자 대장은 황급히 말에서 내려 인사했다.
“조운이 여기서 기다린 지 오랩니다.”

장송도 말에서 내려 답례했다.
“혹시 상산의 조자룡이 아니시오?”

“그렇습니다. 주공 유현덕의 명을 받들었습니다. 대부께서 먼 길을 말달려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특별히 이 운에게 변변찮으나마 술과 음식을 올리게 하셨습니다.”
군졸들이 땅에 무릎을 꿇고 술과 음식을 올리자 조운이 공손하게 권했다.

‘유현덕은 너그럽고 어질며 손님을 좋아한다더니 과연 그렇구나.’

장송은 조운과 함께 몇 잔 마시고 말에 올라 형주로 갔다. 날이 저물어 역관에 이르니 문밖에서 100여 명이 공손하게 서서 북을 두드리며 맞이하는데, 장수 하나가 장송의 말 앞에 와서 예절을 차려 인사했다. 바로 관우였다.
“관 아무개는 형님 군령을 받들었소이다. 대부께서 바람과 먼지를 무릅쓰고 먼 길을 가시니 역관 마당에 물을 뿌리고 깨끗이 쓸어 편히 쉬시도록 하라고 이르셨소이다.”

장송은 말에서 내려 관우, 조운과 함께 역관에 들어가 예절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술상이 차려지고 관우와 조운이 정성껏 권해 장송은 밤이 깊도록 마시고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밥을 먹고 말에 올라 얼마 가지 못해 사람들이 마주 오니, 유비가 복룡 제갈량과 봉추 방통을 이끌고 친히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먼발치에서 장송을 보고 유비가 얼른 말에서 내리니 장송도 황급히 말에서 내렸다. 유비가 말을 건넸다.
“오랫동안 대부의 높으신 이름을 들으며 우레가 귀를 울리듯 했으나 한스럽게도 구름과 산들이 가로막혀 가르침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부께서 서천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여 여기서 맞이하는 것이니 이 비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황량하나마 우리 고을에서 잠깐 쉬시기를 바랍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그리듯 우러르던 마음을 풀게 되면 실로 천만다행이겠습니다!”

장송은 크게 기뻐 유비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성안으로 들어갔다. 형주 자사 대청에 이르러 자리에 앉자 유비가 잔치를 베풀어 대접했다. 함께 술을 마시는데 유비는 한담이나 하면서 서천 일은 입에 올리지도 않아 장송이 말로 건드려보았다.
“지금 황숙께서 형주를 지키시는데 몇 군이나 됩니까?”

유비를 대신해 제갈량이 대답했다.
“형주는 오에서 잠시 빌린 곳이라 그들이 자꾸 사람을 보내 돌려달라고 합니다. 우리 주공께서는 오의 사위이셔서 잠시 여기에 몸을 붙이실 뿐이지요.”

장송은 제갈량에게 눈길을 돌렸다.
“오는 여섯 군 81개 고을을 차지해, 백성은 강하고 나라는 부유한데도 만족을 모른단 말이오?”

방통이 말을 받았다.
“우리 주공께서는 한의 황숙인데도 주와 군을 차지하지 못하시고, 다른 무리는 한을 갉는 도적인데도 강한 세력을 믿고 땅을 침범하니 현명한 이들이 불만을 품지요.”

유비가 점잖게 말렸다.
“두 분은 그런 말씀 마시오. 내가 무슨 덕이 있어 많은 것을 바라겠소?”

장송이 다시 유비를 향했다.
“그렇지 않소이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사람들의 천하입니다. 다만 덕이 있는 자가 차지할 뿐이지요. 하물며 명공께서는 한의 황실 종친이시고 어질고 의로움이 온 세상에 가득 퍼졌으니 주와 군을 차지하는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정통을 대신해 황제 자리에 앉으시더라도 분에 넘치는 일이 아닙니다.”

유비는 두 손을 모아 쥐고 황송해했다.
“공의 말씀이 너무하십니다. 이 비가 어찌 그런 말에 어울리겠습니까!”

유비는 연이어 사흘 동안 장송을 잡고 잔치를 베풀어 술을 마시는데, 서천 일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드디어 장송이 인사하고 돌아가려 하자 유비는 성 밖 10리에 있는 정자까지 따라가 잔치를 베풀었다.

유비가 장송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대부가 이 비를 마다하지 않고 사흘이나 가르쳐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오늘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가르침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비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니 장송은 생각을 굴렸다.
‘현덕이 이처럼 너그럽고 어질며, 재주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데 내가 어찌 그를 버리랴? 그를 설득해 서천을 차지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

장송은 서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송도 아침저녁으로 잰걸음 치면서 명공을 모시고 싶으나 한스럽게도 옳은 기회가 없었습니다. 송이 형주를 살펴보매 동쪽으로는 손권이 있어 늘 호랑이처럼 웅크리고 노리며, 북쪽으로는 조조가 있어 항상 고래처럼 삼키려 드니 이 역시 오래 머무를 땅이 못 됩니다.”

유비가 답답한 듯 대답했다.
“그런 이치는 번연히 알건만 편안히 몸을 붙일 곳이 없습니다.”

장송은 드디어 마음에 품은 말을 꺼냈다.
“서천 익주는 험하고 꽉 막혔는데 비옥한 들판이 천 리에 펼쳐졌고, 백성은 살림이 넉넉하고 나라는 부유합니다. 고장이 좋아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나오고, 갑옷 입은 무사가 10만에 이르는데 슬기로운 이들이 황숙의 덕을 우러른 지 오래입니다. 만약 형주의 군사를 일으켜 서쪽으로 멀리 뻗어 나가시면 패업을 이루실 수 있고, 한의 황실이 부흥할 수 있습니다.”

유비는 얼른 사절했다.
“이 비가 어찌 감히 그런 일에 합당하겠습니까? 유계옥도 황실 종친이고 촉 땅에 은혜를 베푼 지 오래인데 다른 사람이 어찌 그를 흔들어 촉을 얻겠습니까?”

장송이 계속 권했다.
“저는 주인을 팔아 영광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공을 만났으니 간을 쪼개고 담즙을 흘리며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계옥은 비록 익주 땅을 차지했으나 타고난 성품이 사리에 어둡고 나약해 현명한 이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유능한 자를 쓰지 못합니다. 게다가 북쪽에서 장로가 늘 침범할 궁리를 하니 촉 사람들은 마음이 흩어져 영명한 주인을 그리워합니다. 이 송은 이번 걸음에 처음에는 오로지 조조에게 귀순하려 했으나 그 역적 놈이 간웅이라 뽐내며 선비를 푸대접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서 특별히 찾아와 뵈었으니 명공께서 먼저 서천을 손에 넣어 기초로 삼으시고, 뒤에 북쪽으로 한중을 꾀하며 중원을 거두어 바로잡으시면 그 이름이 청사에 길이 빛나고 더없이 큰 공로를 세우시게 됩니다. 명공께서 과연 서천을 차지하실 뜻이 있으시면 이 송이 개와 말의 수고를 다 해 안에서 호응할 터이니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바라 마지않던 제의였으나 유비는 서두르지 않았다.
“공의 두터운 성의는 대단히 고맙습니다. 이 비는 비록 지금 어렵고 구차하나, 유계옥은 비의 종친이니 그를 공격하면 천하 사람들이 침을 뱉으며 욕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장송이 도리어 안달이 나서 재촉했다.
“명공께서는 하늘이 돕는 때와 인간의 일을 모르십니까? 인간의 일 때문에 하늘이 돕는 때를 어기면 세월이 쓸데없이 흘러가 버리지 않겠습니까? 대장부가 세상을 살면서 힘을 내어 공로를 세우고 사업을 일으키려면 먼저 앞장서서 채찍을 들어야 하는데[著鞭在先저편재선], 명공께서 지금 바로 서천을 손에 넣지 않으시면 다른 사람이 차지하니 뉘우쳐도 늦습니다.”

유비가 근심했다.
“비가 듣자니 촉의 길은 험하고 산은 천으로 헤아리며 강은 만으로 센다 합니다. 수레는 나란히 갈 수 없고 말들은 가지런히 걷지 못한다 하니 설령 차지하려 해도 좋은 계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장송은 얼른 소매 속에서 둘둘 말린 그림을 꺼내 넘겨주었다.
“이 송은 명공의 크신 덕에 감동해 감히 이 그림을 바칩니다. 그림을 보시면 촉 땅의 길을 자세히 아시게 됩니다.”

유비가 조금 펼쳐 보니 그림에는 촉의 지리가 환하게 그려져 있고, 길이 멀고 가깝고 넓고 좁은 곳이며 산과 강, 험한 요충지와 창고들이며 그곳에 있는 물자와 식량을 모두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적혀 있었다.

 

장송은 지도를 바치며 유비에게 권해
 

장송이 말을 이었다.
“명공께서는 어서 꾀하십시오. 송에게 심복으로 여기는 좋은 친구 둘이 있으니 법정(法正)과 맹달(孟達)이라 합니다. 두 사람은 반드시 명공을 도울 수 있으니, 그들이 형주로 오면 마음속 일을 상의하십시오.”

유비는 두 손을 맞잡아 쥐고 고마워했다.
“푸른 산은 늙지 않고 파란 물은 길이 흐릅니다. 뒷날 일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장송은 영명한 주인을 만나 성의를 다해 아뢰지 않을 수 없었을 뿐이니 어찌 감히 보답을 바라서겠습니까?”

장송은 말을 마치고 유비와 헤어졌다. 제갈량과 방통은 정자 아래에서 장송에게 절해 인사하고, 유비는 관우를 비롯한 사람들을 시켜 수십 리를 모시고 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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