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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4. “그를 불러오면 서천은 끝장납니다!”

by BOOKCAST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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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에게 가려던 촉나라, 
유비에게 가다 4

 

익주로 돌아온 장송은 먼저 친구 법정을 찾아갔다. 법정의 자는 효직(孝直)으로 현명한 선비 법진의 아들이었다.
“조조는 현명한 이를 푸대접하고 재주 있는 선비를 거만하게 대하니 함께 근심할 수는 있어도 같이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는 자요. 내가 이미 익주를 유황숙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오로지 형과 더불어 의논하려 하오.”
 
법정도 찬성했다.
“나도 유장이 무능한 것을 헤아려 유황숙을 뵐 마음을 먹은 지 오래요. 우리 두 사람 마음이 같으니 달리 의심할 게 있겠소?”
 
이윽고 맹달이 왔다. 그의 자는 자경(子慶)으로 법정의 고향 친구였다. 법정이 장송과 가만히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그가 말했다.
“내가 벌써 두 분 뜻을 알았소. 익주를 바치려는 게 아니오?”
 
장송이 말했다.
“바로 그러한데 누구에게 바칠지 형이 짐작해보시오.”
 
맹달이 대뜸 집어냈다.
“유현덕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소.”
 
세 사람은 손뼉을 치며 껄껄 웃었다. 법정이 장송에게 물었다.
“형이 내일 유장을 만나면 어찌하려 하오?”
 
“내가 두 분을 사자로 추천해 형주로 보내려 하오.”
 
두 사람은 선선히 응낙했다.
 
이튿날 장송이 돌아온 인사를 하자 유장이 물었다.
“일은 어찌 되었소?”
 
장송이 떠날 때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조조는 한의 도적이라 천하를 빼앗으려 하니 더불어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는 이미 서천 땅을 차지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 송에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장로와 조조가 감히 섣불리 서천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어떤 계책이오?”
 
“형주의 유황숙은 주공의 종친인데 어질고 인자하며 너그럽고 순박해 어른 기풍이 있습니다. 적벽에서 격전을 벌인 뒤 조조가 그 이름을 듣고도 쓸개가 찢어지는데 하물며 장로이겠습니까? 주공께서는 사자를 형주로 보내 유황숙과 좋은 사이를 맺어 원군으로 쓰셔야 합니다. 유황숙 도움을 받으면 조조와 장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유장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 말에 따랐다.
“누가 사자로 가면 되겠소?”
 
“법정과 맹달이 아니면 갈 수 없습니다.”
 
장송의 말에 따라 유장은 먼저 법정을 사자로 보내 유비와 좋은 정을 맺게 하고, 맹달에게 정예 군사 5000명을 거느리고 유비를 맞이해 도움을 받게 했다.
 
이렇게 상의하는데 한 사람이 뛰어들어와 얼굴에 땀을 철철 흘리며 높이 외쳤다.
“장송의 말을 들으시면 서천 41개 고을이 남에게 넘어갑니다!”
 


장송이 깜짝 놀라 쳐다보니 주부로 있는 황권(黃權)으로 자는 공형(公衡)이었다. 유장이 물었다.
“유현덕은 종친이라 그와 손잡고 도움을 받으려 하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가?”
 
“저는 이전부터 유비가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기는 것을 압니다.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영웅이라 멀리 사람들 마음을 얻고 가까이 백성의 기대를 모읍니다. 게다가 제갈량과 방통의 슬기와 꾀를 얻고, 관우와 장비, 조운, 황충, 위연의 용맹을 날개로 삼았습니다. 그런 그를 촉으로 불러서 만약 부하로 대하면 어찌 얌전하게 아랫사람 노릇을 할 것이며, 만약 손님의 예절로 대하면 어찌 한 나라에 두 주인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의 말을 들으시면 촉은 태산처럼 든든하나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시면 주공께서는 달걀을 쌓아 올린 듯 위급해지십니다. 장송은 전날 형주를 지나면서 반드시 유비를 만나 함께 꾀했으니 장송의 목을 치고 유비를 거절하시면 서천은 천만다행이겠습니다.”
 
“조조와 장로가 오면 어떻게 막겠나?”
 
“경계를 봉쇄하고 요새를 막으며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천하가 태평해지기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적이 경계를 침범하면 눈썹에 불이 붙듯 위급한데 세상이 태평해지기를 기다린다면 늦은 계책일세.”
 
유장이 황권의 말을 탐탁지 않게 여기자 또 한 사람이 막고 나섰다.
“아니 됩니다! 아니 됩니다!”
 
종사관 왕루가 머리를 조아렸다.
“주공께서 장송 말을 들으시면 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유장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렇지 않네. 내가 유현덕과 좋은 사이를 맺으려는 것은 실로 장로를 막기 위해서일세.”
 
“장로가 경계를 범하는 것은 피부에 붙은 옴과 같지만, 유비가 서천에 들어오면 가슴과 뱃속의 큰 걱정거리가 됩니다. 유비는 세상의 사나운 영웅이라, 먼저는 조조를 섬기다 그를 해치려 꾀하고, 후에는 손권을 따르다 형주를 빼앗았습니다. 그 심보가 이러하니 어찌 함께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를 불러오면 서천은 끝장납니다!”
 
그러나 왕루의 말은 유장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꾸짖음만 자아냈다.
“더는 허튼소리 하지 마라! 현덕은 내 종친인데 어찌 내 기업을 빼앗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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