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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6. 투구에 화살 맞고도 꾹 참은 장비

by BOOKCAST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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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알고 보면 매우 지혜로워 1

형주를 지키는 제갈량이 명절인 칠석을 맞아 밤에 사람을 모아 잔치를 베풀며 서천 일을 이야기하는데, 별안간 서쪽 하늘에서 곡식을 되는 말만큼이나 큰 별이 하나 나타나더니 곧바로 떨어져 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제갈량은 깜짝 놀라 잔을 던지고는 얼굴을 감싸 쥐고 울었다.
“슬프도다! 아프도다!”

사람들이 놀라 까닭을 묻자 제갈량이 대답했다.
“내가 일전에 하늘의 별을 살펴보니 우리 군사에게 매우 불리해서, 서천에 가신 주공께 글을 올려 조심해서 대비하시라고 전했소. 그런데 오늘 밤 서쪽 하늘에서 별이 떨어질 줄이야 누가 알았겠소! 틀림없이 방사원(방통)의 목숨이 끝장난 것이오!”

말을 마치고 제갈량은 목 놓아 울었다.
“이제 우리 주공께서 한쪽 팔을 잃으셨소!”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믿지 않았다.
“며칠 안으로 틀림없이 소식이 있을 것이오.”

그날 밤 사람들은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하고 흩어졌다.
 
며칠 후, 제갈량과 관우가 사람들과 모여앉아 있는데 별안간 유비를 따라 서천에 갔던 관우의 양아들 관평이 왔다고 해서 모두 놀랐다. 관평이 유비의 글을 올렸다.
‘지난 7월 초이레에 방 군사가 화살에 맞아 낙봉파에서 돌아가셨소.’

제갈량이 목 놓아 울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주공께서 서천에서 나아가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어려운 지경에 빠지셨으니 이 양이 가지 않을 수 없소.”

관우가 물었다.
“군사가 떠나면 누가 형주를 지키오? 형주는 중요한 땅이니 책임이 가볍지 않소.”

“주공께서는 글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으셨지만 내가 이미 뜻을 헤아렸소.”
제갈량이 유비의 글을 보여주었다.
“주공께서는 글에서 형주를 부탁하시면서 실력을 가늠해 일을 맡기라고 하셨소. 비록 이렇게 쓰셨으나 관평에게 글을 가져오게 하셨으니, 그것은 운장(관우의 자) 공이 이 무거운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뜻이오. 운장은 복숭아 뜰에서 의리로 형제를 맺은 정을 생각하고 힘을 다해 이 땅을 지키시오. 책임이 가볍지 않으니 애를 많이 쓰셔야 할 것이오.”

관우는 사양하지 않고 시원스레 승낙했다. 제갈량이 사람들 앞에서 형주를 다스리는 도장과 끈을 정중하게 넘겨주었다. 관우가 두 손을 내밀어 받으려 하자 제갈량은 도장을 받쳐 들고 당부했다.
“여기 일이 모두 장군 한 몸에 달렸소.”

“대장부가 무거운 책임을 맡았으니 죽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겠소.”

관우가 갑자기 죽는다는 말을 꺼내자 제갈량은 마음에 걸렸으나 이미 일을 맡기기로 했으니 그 문제에 관해서만 물었다.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오면 어찌하시겠소?”

“힘으로 막겠소.”

“조조와 손권이 일제히 군사를 일으켜 오면 어찌하시겠소?”

제갈량은 더 힘든 상황을 예상했으나 관우의 대답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군사를 나누어 막겠소.”

제갈량이 깨우쳐 주었다.
“정말 그렇게 하면 형주가 위태로워지오. 내가 한마디 알려드릴 테니 장군이 단단히 기억하면 형주를 지킬 수 있을 것이오.”

제갈량이 또박또박 말했다.
“북으로는 조조를 막고, 동으로는 손권과 화해하시오.”

관우가 선선히 대답했다.
“군사 말씀을 폐부에 깊이 새기겠소.”

제갈량은 도장과 끈을 넘겨주고 관우를 보좌해 형주를 지킬 사람들을 뽑았다.
 
제갈량이 군사를 거느리고 서천으로 가는데, 정예 군사 1만을 내어 장비가 거느리고 큰길로 나아가게 해서 먼저 낙성에 이르면 첫 공로를 세우는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한 갈래 군사를 내어 조운을 선봉으로 삼아 강을 거슬러 올라 낙성에서 유비와 만나게 했다.

제갈량은 조운의 뒤를 따라 1만5000명 군사를 거느리고 길을 떠나며 같은 날 출발하는 장비에게 부탁했다.
“서천에는 호걸들이 아주 많아 얕보아서는 아니 되오. 길에서 삼군을 단단히 단속해 민심을 잃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시오. 가는 곳마다 백성을 아끼고 구제해야 하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오로지 덕으로만 사람을 다스릴 수 있으니[以德服人이덕복인] 마음대로 군졸을 때리면 안 될 것이오. 장군과 하루빨리 낙성에서 만나기를 바라니 어기지 마시오.”

장비는 기꺼이 응하고 말에 올라 길을 따라 나아가며 가는 곳마다 항복한 자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장비가 곧바로 한천 길로 나아가 파군에 이르니 선두에서 보고했다.
“파군 태수 엄안(嚴顔)은 서천의 명장으로 나이는 많으나 정력이 쇠퇴하지 않아 강한 활을 당기고 큰 칼을 쓰는데, 만 사람이 당하지 못할 용맹을 지녔습니다. 그는 성을 단단히 지키면서 항복하는 깃발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장비는 성에서 10리 떨어진 곳에 영채를 세우고 군사 하나를 불렀다.
“성안에 들어가 늙다리에게 전하라. 빨리 나와 항복하면 성의 백성을 살려 주지만 말을 안 들으면 성을 짓밟아 평지로 만들고, 나이를 가리지 않고 씨를 말리겠다고!”

그 전에 엄안은 유장이 법정을 형주로 보내 유비를 서천으로 불러들인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이는 민둥산 위에 홀로 앉아 호랑이를 끌어들여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후 유비가 부관을 차지했다고 하자 엄안은 크게 노해 여러 번 군사를 거느리고 싸우러 가려 했으나 이 길로 쳐들어오는 군사가 있을까 염려해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 판에 장비의 군사가 이르렀다는 소식을 듣고 5000명 군사를 모두 일으켜 싸울 채비를 하니 아래에 중원에서 온 사람이 있어 계책을 올렸다.
“장비는 당양 장판 언덕에서 호통 한 번으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물리쳤습니다. 조조까지 이름만 듣고도 피할 정도이니 얕보아서는 아니 됩니다. 도랑을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굳게 지키며 나가 싸우지 않으시면 장비는 식량이 부족해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물러갑니다. 장비는 성질이 타오르는 불같아서 군졸을 때릴 줄밖에 모르니 우리가 상대해주지 않으면 반드시 화가 치밀어 군졸에게 분풀이합니다. 그때 군졸들 마음이 변하기를 기다려 들이치면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엄안이 군사를 성벽에 올려보내 지키는데 장비의 군사 하나가 성에 다가와 외쳤다.
“문을 열어라!”

엄안이 들어오게 해서 군사가 장비의 말을 그대로 전하니 엄안은 크게 노했다.
“같잖은 녀석이 어찌 감히 무례하게 구느냐! 나 엄 장군이 도적에게 항복할 사람이냐? 네 입을 빌려 장비에게 알려야겠다!”

엄안이 군사의 귀와 코를 베어 돌려보내자 장비는 이를 갈며 눈을 둥그렇게 부릅뜨더니 수백 명 기병을 이끌고 성 아래로 달려갔다.

성 위에서 별의별 욕을 퍼부어 성질이 솟구친 장비는 몇 번이나 조교까지 쳐들어가 해자를 건너려 했으나 그때마다 어지러운 화살에 막혔다. 날이 저물도록 성안에서는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아 장비는 간신히 화를 참고 영채로 돌아왔다.

이튿날 장비가 또 성 아래에 가서 싸움을 걸자 엄안이 적루 위에서 화살을 날려 장비의 투구에 맞았다. 장비는 화가 불같이 치솟아 엄안을 손가락질하며 다짐했다.
“이 늙다리 녀석을 잡으면 내가 친히 생살을 씹겠다!”


저녁까지 기다리다 장비는 또 빈손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장비는 군사를 모두 이끌고 성을 따라 돌며 욕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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