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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7. 꾀로 적장 사로잡고 그 앞에 무릎 꿇어

by BOOKCAST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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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알고 보면 매우 지혜로워 2

파군은 산성이라 주위에 산이 많았다. 장비가 말을 타고 산에 올라 성안을 굽어보니 군사들은 투구 쓰고 갑옷 입고 대오를 지어 매복하고, 백성들이 분주히 오가며 벽돌을 나르고 돌을 굴려 성을 지켰다. 장비는 기병은 말에서 내리게 하고, 보병은 땅에 앉혀 모두 옷을 풀어헤치고 엄안이 나와 싸우도록 꾀었으나 성안에서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또 종일 욕만 퍼붓다 허탕 치고 돌아간 장비는 불현듯 계책을 하나 짜내고 장졸들에게 모두 싸울 채비를 단단히 한 채 영채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30여 명 군사만 성 아래로 보내 욕을 퍼붓게 했다. 엄안의 군사를 꾀어내기만 하면 곧바로 뛰어나가 싸울 생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는 손바닥을 썩썩 비비면서 군사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사흘이나 연이어 욕을 퍼부었으나 엄안은 성 밖으로 한 걸음도 내디디지 않았다. 장비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계책을 또 하나 짜내고는 군사를 사방으로 흩어 땔감을 장만하면서 길을 찾게 했다.
엄안이 성안에서 내다보는데 며칠 동안 장비는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의심이 들어 군사 10여 명을 장비의 땔감 구하는 군사로 꾸며 가만히 성 밖으로 내보내, 장비의 군사 속에 섞여 영채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저녁이 되어 여러 곳으로 나갔던 군사가 돌아오자 장비는 발을 구르며 욕을 퍼부었다.
“엄안, 이 늙다리 녀석이 내가 화가 나서 미치게 만드는구나!”

장막 앞에서 서너 사람이 말했다.
“장군은 속을 태우지 마십시오. 오솔길을 하나 알아냈으니 파군을 지나쳐갈 수 있습니다.”

장비는 일부러 목청을 돋우어 외쳤다.
“그런 길이 있으면 어찌하여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

“이제야 알았습니다.”

“일을 늦추어서는 아니 된다. 바로 오늘 초저녁에 밥을 지어 먹고 달이 환할 때 영채를 모두 뽑는다. 사람은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대기를 물고 말은 방울을 떼어 슬그머니 움직이는데 내가 몸소 앞에서 길을 열 테니 너희는 순서에 따라 나아가라.”

장비가 명령을 영채에 두루 전하게 하니 파군 성에서 나온 군사들이 듣고 몰래 성안으로 돌아가 엄안에게 보고했다.
“나는 벌써 하찮은 녀석이 참지 못할 줄 알았다. 오솔길로 지나간다면 식량과 말먹이 풀과 군수품은 뒤에 있을 텐데, 내가 중간에 길을 막으면 어찌 지나가겠느냐? 거 참, 꾀 없는 놈이 내 계책에 걸렸구나!”

엄안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오늘 초저녁에 밥을 지어 먹고 밤중에 성을 나가 나무가 우거진 곳에 숨어 장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수레가 지나갈 때 북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쳐나가라.”

밤이 되어 엄안의 군사는 모두 배불리 먹고 가만히 성을 나가 네 방향으로 매복해 북이 울리기만 기다렸다. 한밤중에 엄안이 10여 명 부하 장수를 이끌고 멀리 바라보니 장비가 앞에서 긴 창을 들고 가만히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가 지나가자 뒤를 이어 수레와 군사가 지나갔다.

엄안이 그것을 똑바로 바라보고 명령을 내려 일제히 북을 두드리자 네 방향에서 매복한 군사가 모두 일어났다. 그들이 수레를 빼앗으려 달려드는데 등 뒤에서 징 소리가 ‘쾅!’ 울리며 군사 한 떼가 나타나더니 앞장선 장수가 버럭 호통쳤다.
“늙다리 도적은 달아나지 마라! 내가 너를 기다렸다!”

엄안이 고개를 홱 돌려보니 머리는 표범 같고 눈은 고리눈인데, 아래턱은 제비 턱처럼 힘 있고 수염은 호랑이처럼 빳빳한 사람이 18자 긴 창을 들고 새까만 말 위에 올라탔으니 다름 아닌 장비였다.
사방에서 징 소리도 요란하게 군사들이 몰려오니 뜻밖에 장비를 만난 엄안은 손이 제대로 놀려지지 않았다. 두 장수가 맞붙어 장비가 곧 빈 구석을 보여주자 엄안이 기회를 놓칠세라 한칼 내리찍었다.
장비가 칼을 슬쩍 피하면서 바짝 달려들어 엄안의 갑옷 끈을 틀어쥐더니 홱 잡아당겨 자기 말 위로 끌어왔다가 내동댕이치자 군사들이 꽁꽁 묶었다.
먼저 지나간 장비는 가짜였다. 엄안의 군사는 태반이 갑옷을 벗고 병기를 버리며 항복했다.
장비가 군사를 휘몰아 파군 성으로 달려가니 후군이 먼저 성안에 들어가 있었다. 장비가 백성들을 건드리지 않게 명하고 방문을 내걸어 안정시키자 무사들이 엄안을 떠밀고 들어왔다. 대청 위에 앉은 장비는 엄안이 무릎을 꿇지 않자 성난 눈을 부릅뜨고 이를 북북 갈며 소리 높여 꾸짖었다.
“대장이 왔는데 어찌하여 항복하지 않고 감히 항거하느냐?”

엄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맞받았다.
“너희가 의로움도 없이 군을 침범했는데, 이곳에는 목이 잘려도 항복하는 장군은 없다!”

장비가 크게 노해 호령했다.
“여봐라, 저놈 목을 쳐라!”

엄안도 지지 않고 호통쳤다.
“하찮은 사내야! 목을 치면 그만이지 소리는 왜 지르느냐?”

엄안의 목소리가 우렁차고 얼굴빛도 변하지 않자 장비는 화가 풀리고 기쁨이 솟았다. 섬돌 아래로 내려가 부하들을 물리치고 친히 엄안의 밧줄을 풀어주고는 대청 가운데 높이 부축해 앉히고 머리를 숙여 넙죽 절을 했다.
 

장비는 엄안을 높이 앉히고 절을 해
 


방금 장군의 위엄을 모독했는데 나무라지 않으시면 고맙겠소. 내가 예전부터 노 장군이 호걸임을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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