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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9. 충신이 어찌 두 주인을 섬기느냐?

by BOOKCAST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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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알고 보면 매우 지혜로워 4 (마지막 회)

장임이 두 장수를 잃고 근심에 싸여 있는데 오의가 주장했다.
“형세가 위급하니 죽기로써 한번 싸우지 않고 어찌 적을 물리치겠소? 사람을 성도로 보내 주공께 위급을 알리고 계책을 써서 맞서야 하오.”

장임이 대답했다.
“내가 내일 군사 한 대를 이끌고 싸움을 걸어 적을 성의 북쪽으로 유인하겠습니다. 그때 성안에서 군사가 뛰어나가 중간을 끊으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튿날 장임이 수천 군사를 이끌어 깃발을 휘두르고 고함치며 성을 나가 싸움을 걸었다. 장비가 맞이해 말도 걸지 않고 두 장수가 맞붙어 10여 합이나 싸웠을까, 장임이 못 견디는 척 성을 돌아 달아나자 장비가 힘을 떨쳐 쫓아가니 오의가 성에서 뛰쳐나와 뒷길을 막아버렸다. 장임도 군사를 되돌려 장비를 가운데로 몰아넣었다.
장비가 차츰 위급해지는데 별안간 강변에서 군사 한 대가 달려왔다. 앞장선 대장이 창을 꼬나 들고 말을 달려 오의와 한 번 어울리더니 바로 그를 사로잡고 군사를 물리쳐 장비를 구했다. 장비가 보니 조운이라 반가워 물었다.
“제갈 군사는 어디 계시는가?”

“군사께서는 이미 이르셨는데 지금쯤은 주공과 만났을 것이오.”

두 사람은 오의를 사로잡아 영채로 돌아가고 장임은 동문으로 물러 들어갔다. 장비와 조운이 장막에 들어가자 제갈량이 먼저 와 있다가 장비를 보고 놀라 물었다.
“익덕이 어찌 먼저 오셨소?”

유비가 장비 대신 의로움으로 엄안을 풀어준 일을 이야기하자 제갈량이 축하했다.
“장 장군이 이렇게 지모를 쓰니 모두 주공의 크나큰 복이십니다!”

조운이 오의를 데려오자 유비가 물었다.
“그대는 항복하겠는가?”

“이미 잡혔으니 어찌 항복하지 않겠습니까?”

유비가 크게 기뻐 친히 밧줄을 풀어주자 제갈량이 오의에게 물었다.
“몇 사람이 성을 지키오?”

“저의 주공 유계옥의 아들 유순이 있고 보좌하는 장수로는 유괴와 장임이 있습니다. 유괴는 별것 아니나 촉군 사람 장임은 담력이 아주 강하고 지략이 지극히 많아 얕보아서는 아니 됩니다.”

제갈량이 물었다.
“먼저 장임을 붙들고 그다음 낙성을 손에 넣어야 하겠소. 성의 동쪽 다리는 이름이 무엇이오?”

“금안교입니다.”

제갈량이 말에 올라 다리에 가서 강을 두루 살피고 돌아와 황충과 위연을 불렀다.
“금안교 남쪽 5리쯤 떨어진 곳은 양쪽 기슭에 갈대가 우거져 군사를 매복할 수 있소. 문장(위연의 자)은 창잡이 1000명을 이끌고 왼쪽에 매복해 오로지 말 위의 장수만 찌르고, 한승(황충의 자)은 칼잡이 1000명을 이끌고 오른쪽에 매복해 오로지 말만 찍으시오. 그쪽 군사를 쳐서 흩어버리면 장임은 반드시 산 동쪽 오솔길을 향해 달려갈 테니 익덕은 1000명 군사를 이끌고 매복해 사로잡으시오.”

제갈량은 또 조운을 불렀다.
“자룡은 북쪽에 매복해 장임이 지나가면 다리를 끊고 공격 형세를 취하시오. 장임이 감히 북쪽으로 가지 못하고 남쪽을 향하게 만들면 계책에 걸리는 것이오.”

군사를 나누어 작전을 마치고 제갈량은 몸소 적을 유인하러 갔다.
이때 장임이 선두를 이끌고 금안교를 향해 가자 제갈량이 줄도 바로 서지 못한 군사를 한 무리 이끌고 다리를 건너와 진을 쳤다. 푸른 비단 띠 두건을 쓰고 깃털 부채를 든 제갈량이 네 바퀴 수레에 앉아 나오니 100여 명 기병이 곁에 둘러섰는데, 제갈량이 장임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조조는 100만 무리를 거느리고도 내 이름을 듣기만 하면 달아난다. 지금 너희는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항복하지 않느냐?”

장임은 적군의 대오가 정연하지 못해 싸늘하게 웃었다.
‘제갈량이 군사를 부리는 것이 신선 같다고 하더니 헛소문만 흘렸지 실속은 없구나.’

그가 창을 들어 앞을 가리키자 높은 장교와 낮은 군졸들이 일제히 쳐나갔다. 제갈량은 재빨리 수레를 버리고 말에 올라 다리를 건너 달아났다. 장임이 쫓아가 금안교를 지나자 유비와 엄안이 양쪽에서 쳐 나왔다. 장임이 계책에 걸린 것을 알고 급히 군사를 돌렸으나 다리가 이미 끊겨, 북쪽으로 가려고 보니 조운이 기슭에 군사를 늘여 세웠다.

장임은 남쪽으로 달려 강을 돌아 달아났다. 5리쯤 달려가 갈대가 우거진 곳에 이르자 위연의 군사가 불시에 일어나 긴 창을 마구 내찌르고, 황충의 군사가 갈대 사이에 엎드려 기다란 칼로 사정없이 말발굽을 찍었다.

기병이 거의 쓰러져 붙잡히자 보병은 감히 다가오지 못해 장임은 수십 명 기병을 이끌고 산길을 향해 달아났다. 장비가 산비탈에 용맹한 군사를 늘여 세우고 기다리다 버럭 호통치니 장졸들이 일제히 달려와 장임을 사로잡았다.
장임이 잡혀 오자 유비가 물었다.
“촉의 장수들이 소문만 듣고도 항복하는데 그대는 어찌 일찍 항복하지 않았느냐?”

장임은 눈을 부릅뜨고 분개해 외쳤다.
“충신이 어찌 두 주인을 섬기겠느냐?”

유비가 달랬다.
“그대는 하늘의 때를 몰랐을 뿐이니 항복하면 죽음을 면해주겠다.”

“오늘 비록 항복하더라도 끝까지 항복하지는 않는다! 어서 나를 죽여라!”


유비가 차마 죽이지 못하자 장임은 날카롭게 욕을 퍼부었다. 제갈량이 무사에게 목을 치게 하여 그의 명성을 이루어주니, 유비는 감탄하며 주검을 거두어 금안교 곁에 묻게 하고 그 충성을 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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