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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08. 적장 도움으로 적진 빠르게 달려가

by BOOKCAST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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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알고 보면 매우 지혜로워 3

장비가 술을 올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니 엄안은 장비의 의로움에 감동해 항복하고 말았다. 장비가 서천으로 들어갈 계책을 묻자 엄안이 먼저 제안했다.
“싸움에 진 장수가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나 보답할 길이 없으니 개와 말의 수고를 아끼지 않을까 하오. 칼 한 자루, 활 한 장 쓰지 않고 곧장 성도를 손에 넣을 수 있소.”

장비가 계책을 묻자 엄안이 알려주었다.
“여기부터 낙성까지 관과 요충지를 모두 내가 맡아 군사를 관리하오. 장군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으니 이 늙은이가 앞장서서 가는 곳마다 모두 불러 항복하게 하겠소. 장군은 창칼을 놀릴 필요가 없소.”

장비는 너무나 고마워 거듭 인사했다. 엄안이 앞에 서고 장비는 뒤를 따르는데, 가는 곳마다 엄안이 지키는 자들을 불러 항복하게 했다. 머뭇거리며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엄안이 달랬다.
“나도 항복했으니 자네가 어쩌겠는가?”

군사들은 엄안과 장비가 온다는 말만 듣고도 앞다투어 귀순해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제갈량이 길 떠난 날짜를 보고하고 낙성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자 유비가 부하들과 상의했다.
“공명(제갈량)과 익덕(장비의 자)이 두 길로 오니 낙성에서 만나 함께 성도로 들어갈 것이오. 물길로 배를 타고 뭍길로 수레를 몰아 7월 20일 떠났다니 우리는 곧 진군할 수 있소.”

황충이 제안했다.
“서천 장수 장임이 날마다 와서 싸움을 거는데 우리가 나가지 않자 그쪽 군사가 긴장을 풀고 싸울 채비를 하지 않습니다. 오늘 밤 군사를 나누어 영채를 습격하면 낮에 싸우는 것보다 좋습니다.”

황충은 영채 왼쪽을 치고 위연은 오른쪽을 치며 유비는 가운데를 공격하기로 하고 저녁 일찍 떠났다. 장임은 과연 대비하지 않다가 유비 군사가 영채에 불을 지르자 곧바로 달아났다. 유비가 밤중에 낙성까지 쫓아가니 장임이 급히 성으로 들어가 유비는 성 가까이에 영채를 세웠다.

이튿날 유비가 낙성을 에워쌌으나 장임은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다. 나흘째 날 유비는 몸소 군사 한 대를 이끌고 서문을 치면서 황충과 위연에게 동문을 공격하게 하고, 남문과 북문은 남겨두어 적이 달아나게 했다. 남문 일대는 모두 산길이고, 북문 밖에는 강이 있었다.

장임이 성 위에서 바라보니 유비가 서문에서 말을 타고 오가며 군사를 지휘하는데,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 한낮이 지나자 사람과 말이 모두 힘이 빠졌다. 장임은 오란과 뇌동에게 북문으로 나가서 동문으로 돌아가 황충, 위연과 싸우게 하고, 자신은 남문으로 빠져 서문으로 돌아가 유비와 맞서기로 했다. 민병들이 성벽에 올라 북을 두드리며 고함을 쳐 기세를 돋우었다.

서문을 치던 유비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붉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후군을 먼저 물러서게 하고 군사들이 몸을 돌리는데 성 위에서 고함이 일어나며 갑자기 남문으로 군사가 뛰쳐나왔다. 장임이 잡으려고 달려오니 유비의 군사는 크게 어지러워졌다. 황충과 위연 또한 오란과 뇌동이 나타나 힘든 싸움을 벌였다.

유비가 장임을 당하지 못해 후미진 산속 오솔길로 달아나자 장임이 뒤를 쫓아와 금방이라도 따라잡힐 것 같았다. 유비는 혼자이고 장임은 기병 몇이 있어서 유비가 힘을 다해 달려가는데 느닷없이 산길에서 군사가 한 무리 달려왔다.
“뒤로는 추격 군사가 이르고 앞에는 매복 군사가 막으니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당황해 탄식하는데 마주 오는 군사를 보니 뜻밖에도 앞장선 대장이 장비였다. 장비가 엄안과 함께 오다 멀리 앞에서 먼지가 이는 것을 보고, 아군이 싸우는 줄 알고 앞장서서 달려온 것이다.


장비가 장임과 말을 어울리자 뒤에서 엄안이 대부대를 이끌고 기세 좋게 달려왔다. 장임은 부랴부랴 돌아서서 성안으로 달려가 조교를 끌어올리고 굳게 지켰다.
장비가 돌아와 유비를 뵈었다.
제갈 군사는 강을 거슬러오는데도 아직 이르지 못하고, 나에게 첫 공로를 빼앗겼소.”

유비가 의심했다.
산길이 험한데 어찌 막는 군사도 없이 순조롭게 달려와 먼저 이르렀는가?”

길에서 관과 요새 45곳을 지났으나 엄안 노 장군 덕분에 조금도 힘들지 않았소.”

장비가 의로움을 무겁게 알아 그를 풀어준 이야기를 모두 하고 엄안을 데려와 뵈니 유비는 몹시 고마워했다.
노 장군이 아니었으면 아우가 어찌 여기 올 수 있었겠소?”

유비는 입고 있던 황금 쇄자갑을 벗어 내려주었다.

싸움하는 장수에게는 훌륭한 무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갑옷이었다. 쇄자갑은 쇳조각을 쇠고리로 꿰어 만들었는데 몸에 착 붙고 가벼웠다. 고리 다섯 개가 서로 맞물려, 화살이 고리 하나에 맞으면 다른 고리들이 움직이면서 막아주어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이렇게 좋은 갑옷인데, 더구나 주공이 입던 황금 갑옷을 받으니 항복한 장수로서는 크나큰 영광이었다.

유비가 잔치를 베풀어 술을 마시려 하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황충과 위연, 두 장군이 서천의 오란, 뇌동과 싸우는데 성안에서 또 오의와 유괴가 쳐 나와 크게 패하고 동쪽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 말을 듣자 장비가 서둘렀다.
내가 마침 그놈들 뒤에 있소.”

장비와 유비가 양쪽으로 달려나갔다. 오의와 유괴는 뒤에서 고함이 일어나자 황급히 성안으로 물러 들어가고 오란과 뇌동은 군사를 이끌고 쫓아가다 돌아갈 길을 끊겼다. 황충과 위연이 군사를 돌려 공격하자 두 사람은 막아내지 못할 것을 알고 항복했다. 유비는 군사를 거두어 성에 다가가 영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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