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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10. 관우는 제갈량의 형님에게 검을 뽑아 들어

by BOOKCAST 2022.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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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칼 한 자루 들고 모임에 가다 1

오나라 주인 손권은 유비가 서천을 차지하고 성주 유장을 공안으로 내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와 고옹을 불러 상의했다.
“애초에 유비가 형주를 빌릴 때, 서천을 얻으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소. 이제 그가 파촉 41개 고을을 얻었으니 내가 형주의 여러 군을 찾아와야 하겠소. 만약 돌려주지 않으면 창칼을 움직일 것이오.”

장소가 대답했다.
“오 땅이 이제 막 안정되었으니 군사를 움직여서는 아니 됩니다. 이 소에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유비가 형주를 두 손으로 받들어 주공께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소가 계책을 올렸다.
“유비가 믿는 자는 제갈량인데 그의 형 제갈근이 오에서 벼슬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제갈근의 식솔을 잡아들이고 그를 서천으로 보내 아우에게 청해서 형주를 받아오게 하지 않으십니까? 식솔이 위태롭다고 애원하면 유비는 제갈량을 보아 반드시 승낙할 것입니다.”

마음이 곧은 손권은 곤란해했다.
“제갈근은 성실한 군자인데 어떻게 그 식솔을 잡아들이겠소?”

“잠시 쓰는 계책이라고 알려주면 마음을 놓을 것입니다.”

그 말도 그럴듯해 손권은 제갈근의 식솔을 장군부에 가두고, 글을 지어 제갈근을 서천으로 보냈다. 제갈근이 성도에 이르자 유비가 제갈량에게 물었다.
“군사의 형님이 여기 오신 것은 무엇 때문이오?”

제갈량이 딱 잘라 말했다.
“형주를 달라고 왔지, 다른 일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오?”

“그저 이러저러하게 하시면 됩니다.”

계책을 정하고 제갈량이 성 밖으로 나가 형님을 맞이하는데,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손님을 맞이하는 역관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인사를 마치고 제갈근이 목 놓아 울음을 터뜨리니 제갈량이 물었다.
“일이 있으면 말씀하시면 되는데 어찌 슬피 우십니까?”

“내 온 집안 식솔이 끝장나게 되었네!”

제갈근이 더 말하기도 전에 제갈량이 앞질러 짚었다.
“혹시 형주를 돌려주지 않은 일 때문입니까? 아우 때문에 형님 식솔이 붙잡혔다면 아우 마음인들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형님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우에게 마땅히 계책이 있으니 곧 형주를 돌려드리면 됩니다.”

제갈근이 매우 기뻐하며 아우와 함께 들어가 손권의 글을 올리자 유비는 불같이 화를 냈다.
“손권은 누이를 나한테 시집보내고도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몰래 데려갔으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오! 그가 이토록 무례하게 구는데 내가 무슨 체면을 보겠소? 싸우고 싶으면 마음대로 군사를 한껏 일으켜 오라고 하시오. 내가 조그만 형주에 있을 때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거늘 지금은 서천을 얻어 갑옷 입은 무리가 수십만에 달하고 식량은 20년을 먹어도 남는데 무엇이 두렵겠소. 그러지 않아도 내가 서천 군사를 크게 일으켜 강남으로 내려가 원한을 풀려 하는데 도리어 형주를 찾으러 온단 말이오?”

제갈량이 울며 땅에 엎드려 절했다.
“오후(오나라 주인)가 형님 식솔을 잡았으니 형주를 돌려주지 않으면 우리 형님은 온 집안이 죽게 됩니다. 형님이 죽으면 이 양이 어찌 홀로 살겠습니까? 주공께서 이 양의 낯을 보아 형주를 오에 돌려주시어 형제의 정에 흠이 가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비는 거절했으나 제갈량이 한사코 울며 청을 드리니 마지못해 대답하는 듯했다.
“군사를 보아 형주의 반을 돌려주겠소. 장사, 영릉, 계양, 세 군을 가져가시오.”

제갈량이 청을 드렸다.
“허락하셨으니 글을 보내 운장에게 그 세 군을 떼어주게 해주십시오.”

유비가 대답했다.
“자유(子瑜, 제갈근의 호)가 그곳에 이르면 반드시 좋은 말로 내 아우에게 부탁하셔야 하오. 아우는 성질이 활활 타오르는 불같아서 나도 두려워하는 바이니 반드시 조심하셔야 할 것이오.”

제갈근이 유비의 글을 얻어 형주로 가자 관우는 대번에 낯빛을 바꾸었다.
“나는 형님과 복숭아 뜰에서 형제를 맺으며 함께 한의 황실을 보좌하기로 맹세했소. 형주는 원래 한의 강토였으니 어찌 한 자, 한 치인들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떼어주겠소? 장수가 바깥에 있으면 임금의 명이라도 듣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소. 비록 형님이 글을 보내셨지만 나는 돌려드리지 못하겠소.”

제갈근이 부탁했다.
“오후께서 이 근의 식솔을 잡아들여서, 형주를 얻지 못하면 죽임을 당하게 되니 장군이 가엾게 여기시기 바라오.”

“오후의 약은 계략이 어찌 나를 속일 수 있겠소?”

관우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으나 제갈근으로서는 귀에 거슬렸다.
“장군은 어찌 이렇게 매정하시오?”

관우가 검을 쑥 뽑아 들었다.
“더 말하지 마시오! 이 검은 인정이 무엇인지 모르오!”


옆에서 관평이 권했다.
“자칫하면 제갈 군사의 얼굴이 뜨겁게 되니 화를 삭이시기 바랍니다.”

관우가 제갈근에게 말했다.
“제갈 군사의 낯을 보지 않았으면 그대를 오로 돌려보내지도 않았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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