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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3>

12. 큰 칼을 든 관우가 적장 손을 꽉 잡아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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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칼 한 자루 들고 모임에 가다 3 (마지막 회)

사자가 돌아가 관우가 쾌히 승낙하더라고 전하자 여몽이 나섰다.
“그가 군사를 데리고 오면 저와 감녕이 군사를 매복해 뛰어나가 싸우겠습니다. 군사가 없으면 울안에 칼잡이 50명을 숨겨 잔칫상에서 죽이십시오.”

이튿날 노숙이 나루를 바라보니 물 위에 배 한 척이 다가오는데 사공은 몇 사람뿐이고 붉은 깃발 한 폭이 바람에 나부끼면서 눈같이 희고 큼직한 ‘관’자를 드러냈다. 배가 가까워지자 관우는 푸른 두건에 녹색 전포를 입고 배 위에 앉았고, 곁에 주창이 큰 칼을 들고 섰으며, 덩치 큰 사나이 8~9명이 허리에 요도 한 자루씩만 차고 둘러서 있었다.
노숙이 놀랍고도 의심스러워 관우를 정자로 맞아들여 인사를 마치고 술을 마셨다. 잔을 들어 권하는 노숙은 감히 관우를 쳐다보지도 못하는데 관우는 태연히 말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술기운이 차츰 오르자 노숙이 말을 꺼냈다.
“군후께 한마디 말씀을 드리니 들어주시면 고맙겠소. 전에 형님 유황숙께서 이 숙에게 보증을 서게 하여 우리 주공에게 형주를 잠시 빌리셨소. 황숙께서 서천을 차지하면 형주를 돌려주기로 약속했는데 서천을 얻고도 돌려주지 않으시니 신용을 잃는 게 아니겠소?”

관우는 대답을 피했다.
“나랏일이니 술자리에서 논할 바가 아니오.”

노숙이 계속했다.
“우리 주공께서 크지 않은 강동을 차지하고도 형주를 빌려주신 것은 군후를 비롯한 여러분이 싸움에 지고 먼 길을 왔으니 몸 붙일 곳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배려하셨기 때문이오. 이제 익주를 얻었으니 형주는 당연히 돌려주셔야 하오. 지난번에 황숙께서 먼저 세 군이라도 떼어주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군후께서 그 말에 따르지 않으셨으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게 아니오? 군후께서는 어릴 적에 유가 책을 많이 읽어 인(仁), 의(義), 예(禮), 지(智)를 다 갖추셨으나 다만 신(信, 믿음)이 모자라오.”

관우가 반박했다.
“오림 싸움에서 좌장군(유비)께서 몸소 화살과 돌을 무릅쓰며 힘을 내어 적을 깨뜨리셨는데, 어찌 고생만 하고 땅 한 자 얻지 못하시겠소? 그런데 공이 다시 땅을 달라고 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소. 군후께서는 황숙과 함께 장판 언덕에서 패하시어 계책은 궁하고 힘은 다해 멀리 도망가려 하셨소. 우리 주공께서는 황숙께서 몸 두실 곳이 없는 것을 딱하게 여겨 발붙일 곳을 마련해주시고 뒷날 공로를 세우기 바라셨소. 그런데 황숙께서 덕을 잃고 좋은 교분을 망치면서 서천을 얻고도 형주를 내주지 않아 의리를 저버리셨으니 천하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을까 두렵소. 군후께서 살펴보시기 바라오.”

노숙이 설명하자 관우는 적당한 핑계를 댔다.
“이는 형님 일이니 이 몸이 끼어들 바가 아니외다.”

노숙은 기어이 결말을 보려고 들었다.
“저희가 듣자니 군후께서는 황숙과 복숭아 뜰에서 형제 의리를 맺으며 같이 살고 함께 죽기를 맹세하셨다 하오. 그러니 황숙이 바로 군후이신데 어찌 구실을 대어 사절하실 수 있소?”

관우가 대답하기 전에 주창이 섬돌 아래에서 날카롭게 외쳤다.
“천하는 덕이 있는 이가 차지하게 마련인데 어찌 오에서만 차지한단 말이오?”

관우가 낯빛을 확 바꾸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창이 든 큰 칼을 빼앗아 잡고 꾸짖었다.
“이것은 나랏일인데 어찌 네가 감히 말을 하느냐? 어서 나가지 못할까!”

주창이 얼른 알아듣고 나루로 가서 붉은 깃발을 휙 저어 신호를 보내자 관평의 배가 쏜살같이 미끄러져 강동으로 건너왔다.
오른손에 칼을 든 관우는 왼손으로 노숙의 손을 잡고 취한 척했다.
“오늘 공이 나를 잔치에 청했으니 형주 일은 말하지 마시오. 내가 이미 취해 옛정이 상하지나 않을까 두렵소. 뒷날 사람을 보내 공을 형주로 청할 터이니 모임에 오시면 그때 다시 상의하겠소.”

노숙은 넋이 허공으로 달아나 관우에게 이끌려 강변으로 갔다. 여몽과 감녕이 군사를 이끌고 나오려 했으나 관우가 큰 칼을 들고 노숙의 손을 꽉 잡고 있어서 노숙이 다칠까 두려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관우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노숙을 꽉 잡아
 


관우는 배에 이르러서야 노숙의 손을 놓아주더니 어느덧 뱃머리에 서서 작별했다. 노숙이 멍해서 취한 듯 멀거니 서 있는데 관우의 배는 바람을 타고 수면 위를 미끄러져 갔다.
관우가 형주로 돌아가자 노숙은 여몽과 상의했다.
“계책이 또 성사되지 못했으니 어찌해야 하오?”

“주공께 보고를 올리고 군사를 일으켜 운장과 결전을 벌이시지요.”

여몽이 대답해 노숙이 즉시 보고하니 손권은 크게 노해 군사를 일으켜 형주를 치려 했다. 이때 별안간 보고가 들어왔다.
“조조가 또 30만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옵니다!”

손권은 깜짝 놀라 노숙에게 잠시 형주를 건드리지 말게 하고 합비와 유수로 군사를 옮겨 조조를 막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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