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내 아이만큼은 나와 다르게 살기를 바란다.

 

---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삶은 어떤 삶일까? 개인의 성향과 지금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욕구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에 따르면 인간의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욕구는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가장 고차원적인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총 5단계 수준으로 나뉜다고 한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다. 이것은 식욕, 수면욕, 성욕 등으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욕구다. 그래서 다른 어느 욕구보다 먼저 충족이 되어야 한다.

2단계는 ‘안전의 욕구’다. 인간은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으로 안전을 추구한다. 이러한 욕구는 우리 삶의 통제를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3단계는 ‘소속감과 사랑의 욕구’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면 우리의 동기는 삶의 사회적 부분에 집중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조직을 이루고 그곳에 소속되어 함께 하려는 성향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은 타인과 소통하고, 우정을 쌓고, 애정을 주고받는다. 많은 사람은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결핍되었을 때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스트레스에도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4단계는 ‘존경 또는 존중의 욕구’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자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존중 욕구 때문에 사람은 명예를 얻으려 하고 사회단체 내에서 두드러지고 싶어 한다. 매슬로우는 이 단계에 자존감과 자기 존중을 포함했다. 그리고 자존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 열등감이 생기면서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능력, 개성,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는 각자 타고난 역량을 최고로 발휘하여 창조적인 경지까지 자신을 성장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다른 능력, 개성,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아실현의 방법도 다르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은 ‘발레’의 영역에 자아실현을 이뤄냈다. 반면 대한민국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는 ‘축구’의 영역에서 자아실현을 이뤄냈다.

우리의 욕구를 자세히 살펴본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는 현재 몇 단계에 있는지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에게는 자아실현 욕구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내가 현재 1~4단계까지 충족이 된 상태인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매슬로우에 의하면 자아실현 욕구는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로 1~4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어떤 연구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느끼는 욕구의 종류는 같을 수 있으나 욕구 충족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는 2, 3단계의 욕구가 완벽히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4, 5단계의 욕구를 갈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나는 편 가르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나의 삶은 어느 단계까지 도달해 있는가? 나는 현재 어느 단계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가? 내가 가장 갈증을 느끼는 단계는 몇 단계인가? 내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단계는 몇 단계인가? 만약 1~5단계의 욕구를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지금 이 삶이 최고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나의 현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내가 현실에서 겪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무슨 일이 있건 없건 마음이 늘 불안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 속에서 살았다. 이러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많은 독서를 했다. 그리고 내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항상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내 마음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나의 상태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나의 이상형을 만나 결혼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충분한 수입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불안한 마음과 경제적 압박감에는 변화가 없었다. 결국 나는 심리 상담을 받아볼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2단계와 3단계에 머무는 상태였다. 즉, 정서적, 경제적 안전 욕구가 강한 상태였다. 내가 이 욕구에 남들보다 집착했던 것은 어릴 적 배경도 있다. 엄마, 아빠의 사랑과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기에 심리적 불안이 있었다. 그리고 경제적 능력이 없던 아빠와 할머니의 갈등, 엄마가 잘 운영하던 옷 가게가 기울면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은 나에게 경제적 안전의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내가 어느 단계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면 나의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단계에 계속 머물지 않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음 단계를 향해 집중하면 지금껏 나를 괴롭혔던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위치가 파악되었을 때 나의 삶뿐 아니라 아이의 삶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부모는 내 아이가 나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란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가 부모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들은 그러한 마음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며 자녀를 지원한다. 그들은 아이가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손흥민 선수나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원하는 아이의 이상적인 삶은 몇 단계까지 충족해야 가능한 삶일까?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욕구인 5단계까지 충족된 삶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지 않을까?

‘내 아이만큼은 나와 다르게 살기를 바란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예를 들어보자. 한 여성이 있다. 그녀의 욕구는 3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안타까운 것은 4단계로 올라갈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타고난 성향과 어릴 적 배경을 앞세워 4단계로 갈 수 없다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러한 그녀가 5단계로 갈 마음을 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그녀는 3단계까지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아이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야심 찬 목표들을 세운다. 그리고 아이가 그 목표들을 하나씩 이뤄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 그녀는 누가 봐도 아이를 사랑하는 멋진 엄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녀는 아이의 삶이 몇 단계까지 도달하도록 목표를 설정했을까? 과연 그 목표가 5단계일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4단계와 5단계를 충족했을 때 느끼는 행복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부모가 아이의 인생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 주지 못한다. 목표와 방향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점이 아니니 아이는 삶에서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이는 분명 대학만 가면 또는 졸업해서 직장에만 들어가면 핑크빛 삶이 펼쳐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아이 앞에 펼쳐진 삶은 혼란, 불안,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와 다른 삶이 아닌 부모와 정확히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에게 똑같은 삶을 물려준다.

내 아이만큼은 나와 다르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한 이해와 도전 없이는 어렵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려고 도전해야 한다. 부모가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려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과 느낌을 아이에게 보여 준다면 아이 또한 목표를 최고점으로 잡을 것이다. 그러니 ‘난 할 수 없어.’, ‘난 너무 바빠.’라는 마음에 지지 말자. 용기를 내보자. 아이가 아닌 나의 단계부터 끌어올리면 내 삶뿐만 아니라 아이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세상 모든 부모와 아이가 자아실현의 단계인 5단계까지 충족하여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을 누리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