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1년 만에 직속 선배인 대리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사직한 뒤에 10개월째 백수 생활 중인 청년입니다. 그 대리에 대한 트라우마가 커서인지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다 보니 재취업이 잘 안 되고 있는데요, 며칠 전 저를 아껴주던 그 회사 팀장님이 갑자기 전화해서 그 대리를 내보냈다고 하면서 연봉도 올려줄 테니 다시 오라고 합니다. 가는 게 맞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일단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분이 질문에서 재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본인이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건 재취업 시도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방어적으로 표현한 핑계에 불과하다. 즉 이분이 재취업 시도 과정 중에 특히 면접에서 탈락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선배의 괴롭힘으로 인해서 1년 만에 그만뒀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은 앞으로 다른 곳에 가서 입사 면접을 봐도 역시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라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
독자 중에는 이분을 괴롭힌 건 그 대리인데 그게 왜 면접에서 이분의 핸디캡이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분을 괴롭혀서 그만두게 만든 그 대리가 나쁜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면접관들은 그렇게만 보지 않고 양비론으로 나갈 확률이 높은데, 회사가 달라도 상사는 상사편을 드는 상사의 속성 때문에 그렇다. 즉 당사자가 직장 괴롭힘의 피해자임을 내세울 때 면접관들은 그 대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이분에 대해서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려고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만한 일을 못 참아 내면 어떻게 힘든 직장 생활 잘 해낼 수 있겠나.’ 이런 식으로 본다. 그리고 이분이 면접에서 그 사실을 아예 숨기려고 해도 상당히 곧이곧대로인 이분 성격상 어딘지 부자연스러워서 감점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재취업을 시도하기보다 오라는 곳으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이분한테는 다홍치마 검법을 쓰라고 권한다. 이 검법의 핵심은 말 그대로 ‘어떤 선택을 할 때 기왕이면 다홍치마를 고르라’는 것이다. 즉 불투명한 곳에 가서 똑같이 고생할 바에는 차라리 내가 경험도 했고 또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라는 것이다. 모르는 곳에 가서도 왜 똑같은 고생을 하게 될까? 그 이유는 직장인들이 시쳇말로 즐겨 쓰는 ‘또라이 질량 불변의 법칙’ 때문이다. 즉 어디에 가도 나를 괴롭히는 문제 선배나 상사는 있다. 이분이 질문에서 트라우마 때문에 재취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고 한 말은 사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인간적 기업 문화를 지닌 순한 직장을 고르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찾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왜냐면 기업은 어디나 이윤 추구가 제1목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차이는 있을지라도 결국은 살벌하고 비정할 수밖에 없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속담처럼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자칫하면 그 대리보다 더한 선배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기때문에 그 대리가 나간 이전 회사로 가는 게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되는 것이다. 또 이분이 다홍치마 검법을 써야 하는 이유는 그 직장에 나를 알아주는 팀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분이 회사를 나온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그런 연락을 받았다는 건 그곳에 있을 때 그 팀장이 이분을 눈여겨 봐뒀다는 뜻이고, 그 대리를 내보낸 데다가 연봉을 올려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걸 보면, 이분이 선배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한 약한 측면은 있어도 일은 제대로 했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렇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 이런 사람을 다른 말로 하면 귀인(貴人)이라고 부르는데, 홍콩의 갑부로 유명한 리카싱은 “인생의 가장 큰 기회는 바로 귀인을 만나는 것이다.”라고 했고 필자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필자나 이분처럼 세상을 곧이곧대로 사는 분들한테는 그런 귀인이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그 귀인이 기회 를 주려고 부를 때 망설이지 말고 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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