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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여행에서 만난 경영지혜>

02. 열악한 신용정보 업황

by BOOKCAST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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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 회사는 관련법에 의거 ‘금융회사 등’으로 표기된다. 입법 당시 금융의 후단 내지는 변방이니 금융업 본류에 포함 시키기에는 뭔가 석연찮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업의 본질을 따지자면 상거래에서 발생된 미회수 채권을 독려해서 채권자의 권리를 확보하거나 금융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연체 원리금 회수를 대행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신용사회 정착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일이다. 또 금융 회사의 부실화된 채권 원리금을 회수해 부실화 율을 낮춤으로써 대출 이자에 포함된 부실 위험에 따른 가산 이자를 줄여 차주별 신규 대출 이자율을 낮추는 기능도 있다. 신용사회의 파수꾼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한다.

신용정보 협회에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29개의 회사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중 신용 조사와 추심을 전담하는 회사는 특별법으로 설립된 농협지주 자회사인 농자산관리(주)를 제외 시 23개 회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는 신용 조회 업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 평가 및 신용 등급 부여 업무를 담당하는데 KCB나 NICE신용평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의 업황을 보면 신용 조회 회사들은 인터넷 뱅크나 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신용정보 사용처가 늘어남에 따라서 시장 성장률이 매우 빠르다. 그러나 신용 조사업 즉 추심업 시장은 저금리에 따른 상환 부담 경감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으로 연체율이 낮아 성장이 답보 상태다. 따라서 금융 회사의 여신 중 원리금 납입이 되지 않는 NPL(Non Performing Loan: 무수익 여신)의 매각 물량이 줄어 매도자 우위의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매도 금융사인 은행, 카드사 등은 연체된 여신 자산의 매각 가격을 높이고 대형 대부업체 등 연체 여신 자산을 매입하는 회사는 과당 경쟁 입찰에 내몰리고 있다. 따라서 해마다 매각 연체 자산의 낙찰가가 상승하는 중이다.

연체 자산의 매입가격이 높아지니 채권 매입사는 신용정보사에 회수 위임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신용정보사의 추심 업무가 3D 업무로 알려지다 보니 젊은 층의 추심 위임직 신규 유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추심 위임직의 평균 연령대가 50대에 달하고 추심 수수료율 인상 요구도 날이 갈수록 거세다.

이런 시장 상황으로 2021년도에 추심업을 영위하는 23개 신용정보사의 당기 순이익은 모두 합쳐서 600억 원대에 머무는 초라한 수준이다. 매출 총액도 9천억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으니 힘든 비즈니스 모델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항은 신한, 우리, KB 등 금융 지주사 계열 신용정보사들은 계열사 내의 은행 카드사 및 캐피탈사로부터 회수 채권 물량을 손쉽게 확보한다. 지주사 차원에서 계열 위 · 수탁사 간 적정 수수료율을 조정하기도 해서 1개 사가 평균 20~40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안정적으로 실현한다. 반면에 전업 추심회사들은 K사 등 선발 4~5곳을 제외하면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는 현실이다.

과거 아세아신용정보, 국민신용정보 등 여러 개의 신용정보사가 청산된 역사를 미루어 보더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어 늘 긴장하고 경영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업종이다.

추심 회사의 업무도 금융 회사의 부실 채권을 타깃으로 영업하는 회사와 상거래 채권 등 민·상사 채권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회사가 있지만 대부분 이 두 업무를 적정 비율로 겸영해 나가고 있다.

금융 채권과 관리 조직에는 연체 1일~40일 이내의 초단기 연체를 관리하는 ACS(Auto Calling System: 미납 카드, 통신 요금 등을 전화로 납부 촉구 및 회수) 센터가 있고, 3개월~6개월 중기 연체 채권과 6개월 이상의 장기 고정 상각 채권을 함께 관리하는 직영 센터지점와 독립채산형 센터가 있다.

비 금융 회사의 상거래에서 발생된 상사 채권은 보통 연체 발생 1년까지는 일반 채권, 1년을 넘기면 특수 채권으로 분류한다. 대기업들은 본사에 자체 연체 관리 조직을 두거나 신용정보사에 회수를 위임한다. 이후 세법이나 기업의 재무 정책에 의거 적정 시점에 상각 후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신용정보업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급속하게 번졌다. 한국도 2020년 2월 10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사망자도 늘기 시작해 전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대구 지역의 집단 감염 사태가 안정을 찾아갈 무렵 서울 구로구에 소재한 보험사 고객 안내 M사 콜센터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긴장하게 했고 정부에서도 콜센터 등 다중 근무 사업장의 감염자 발생 시 확산 방지를 위한 BCP(Business Continuity Plan: 비상시 업무 연속성 유지 계획) 플랜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와 2~3교대 순환 근무, 제3의 사무 공간 확보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연구 검토가 있었다. 집단 발병으로 격리 직원이 늘어나면 업무 추진에 누수가 발생한다. 또 업무를 위임한 금융사로부터 받게 될 도급비가 감액되므로 회사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위탁사인 K 카드사와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마련하고 긴밀한 협의 끝에 현장의 직원 배치를 층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등 긴급히 1차 조치를 마련했다. 이후에 후속 조치로 근무 시간 교대제를 도입했다. 모기업 자체 방역반의 도움을 받아 본사 사무실 소독 활동도 긴급하게 마쳤다. 이런 노력으로 K, H, W 카드 등 여러 금융 회사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우리 회사 직원들 가운데 감염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민·상사 채권을 관장하는 전국 지점들은 지점별 근무자 수가 적고 또 출장 근무가 잦아 사무실 잔류 인력이 소수에 그친다. 직원 간 충분한 공간 확보가 가능하므로 감염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 도급사의 업무 연속성 유지 계획을 기준으로 우리가 대응해야 할 자체 업무 연속 계획을 작성함으로써 위급하거나 비상시에 조직의 영속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대비했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다수의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카드 단기 연체 관리 콜센터들도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전 직장에 재직하는 동안 두 번의 큰 위기를 경험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대미문의 상처를 남겼다. 두 위기 모두 돈과 관련되었으니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발생한 사건이었다. 2020년의 위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활동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소비와 생산 활동이 동시에 무너지는 참담한 실물 위기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권의 감염 속도가 무섭고 미국까지 확산의 속도가 높아지니 미국이나 유럽의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 자동차 제조사 등 대형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을 줄이고 있고 자동차 판매량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특히 여행 산업인 항공업이나 호텔업은 직접적인 타격으로 인해 연쇄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 위기 시에는 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양적 완화와 정부의 재정 정책으로 위기를 수습해 왔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로 시중으로 풀려나가는 유동성이 기업으로 잘 흘러들어 선순환을 이어갈지 미지수다. 이미 수많은 회사가 공급망의 와해로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시장 위축으로 수요가 이전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연방 준비은행의 기업 어음 직매입이나 이탈리아 정부의 알리탈리아 항공 국유화와 같이 질적 완화에 나서야만 코로나 위기 수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추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보면 단기 연체를 관리하는 콜센터들은 소비 위축으로 콜 수가 다소 줄겠지만 큰 불안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장기 연체 중인 금융사의 무수익 여신과 민·상사 부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민감산업에 종사하는 가계와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채무자 접촉이 어려운 관계로 회수 실적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채무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향후 연체 채권 물량은 크게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위기 이후 장기간 불황이 이어지는 L 자형 경제 곡선이면 물량 대비 저조한 회수율로 추심 업계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탄력적인 경기 회복 형태인 J 자형 곡선을 그리면 늘어난 회수 물량에서 상환도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므로 국가 경제나 우리 업계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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