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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여행에서 만난 경영지혜>

04. 인적 자원 강화

by BOOKCAST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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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시도

기업의 역량

우리 회사의 직무 직군은 크게 네 종류로 구분된다. 행정 관리 직군, 채권 영업 직군, 중장기 채권 추심 직군, 단기 연체 관리 콜센터 직군으로 분류된다. 직군별로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콜센터 직군은 약 80%가 여성으로 이직률이 더 높은 편이다. 단기 연체 관리 콜센터는 현장 매니저가 직원들의 현장교육이나 실적 관리를 맡고 있다. 영업점(센터)장은 중장기 연체 채권 회수를 위임받아 지점 단위의 회수 업무를 관장한다. 이들은 금융 채권이나 민 · 상사 채권 등 연체 채권 수임을 위한 영업 활동도 겸한다. 따라서 영업점장의 미션은 우수 추심 위임직을 모집하여 회수율을 높이고 본사 영업지원팀과의 협업을 통해 채권 영업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약 15명 내외로 운영 중인 본사 직원들의 사무처리 역량은 회사 발전에 제일 중요한 요소다. 그동안 열악한 보수 수준과 회사 인지도로 본사 인력 채용에 애로가 많았다. 몇 명 되지도 않는 본사 직원들이 수시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원들 간 소통 단절 역시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경청이나 협업 분위기 대신 반목과 질시가 난무했고, 임원들 간에는 서로를 비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본사 이전 등 응급 처방 후 우리 회사 방문객들은 누구나 확연하게 달라진 사무실 분위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채용 지원자들에게 회사 이미지가 계속 좋아지고 있고, 또 본사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향상은 급격한 이직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 이전과 일할 맛 나는 근무 환경 조성으로 하드웨어 개선이 끝났으니 다음은 회사의 소프트웨어인 인적 자원의 강화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인적 자원 강화

지금까지 본사 인력 충원은 결원 발생 시에 동 업계 경력자들을 수소문하여 땜질식으로 충원하거나 인터넷 채용 사이트를 활용해왔다. 회사의 급한 불은 꺼졌으니 공채로 졸업생을 뽑아서 육성해보고 싶었다.

인력 모집 중개회사를 통한 경력자 채용은 실패를 거듭했다. 그래서 회사 인근 중위권 대학들에 추천을 의뢰해 보라고 했는데 경험 없던 담당 직원은 일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몰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SJ 대학 경영학과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회사 소개와 학생 추천을 얘기하니 조교 선생이 학과장 방으로 연결했다. 다행히 학과장께서 관심을 표명했다. 아직 취업에 운이 따르지 못한 제자 1명을 추천해 주면 최소한 3~4년 안에 반듯한 직장인으로 양성하고 본인이 타사 전직을 희망할 땐 조건 없이 보내겠다고 했더니 아주 신선한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회사의 브랜드가 약하니 대표이사의 이력 일부를 알려주었고, 첫 통화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추천 요건으로 사무처리 능력과 상황 대처 역량이 있는 학생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좀 과욕을 부린 것만 같았다. 곧 이메일로 추천 학생 이력서가 도착했다.

중소 · 중견 기업 직원들은 소속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약하다. 따라서 교수 추천으로 검증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추천 교수와 회사 담당 임원과의 유기적 소통 채널을 구축하면 안정적인 채용 루트가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학교와 회사가 입사자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 직장 초년생이 겪는 시행착오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회사에서 신입 채용 직원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취업 이후의 경력 개발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인력 채용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추천받은 D 대학의 신입생은 회사의 문화에 잘 적응하고 부지런히 업무를 익혀가고 있다.

해가 바뀌어 다시 추천 공채 2기 두 명을 더 채용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우수한 자질을 구비하여 회사가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전기의 일부 공채생보다 훨씬 안정적인 근무태도를 보여서 장기근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지금의 역량 발휘 열정과 태도를 유지한다면 반드시 회사의 동량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믿는다.


꿈과 현실, 아픈 청춘

인사 관리의 한계

공채 1기생 중 한 명이 퇴사를 통보해 왔다. 면담해 보니 금융공기업 등 보다 안정적인 직장에 재도전하고 싶어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아직 젊은 나이니까 더 도전해 보겠다는 생각을 말릴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 꿈과 현실의 부조화 속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 제한을 떠나 우리 회사
는 야근이 거의 없으므로 근무와 병행하며 재도전을 해 보라고 권했다. 하루 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다. 작년 가을부터 여러 곳에 응시했으나 코로나 이후로 채용 인원도 줄고, 또 본인의 준비도 부족하여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안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 누구나 보수가 높고 복지가 잘 완비된 직장을 바라지만 입사 확률은 턱없이 낮다. 100대 1의 입사 경쟁률은 기본이다. 그런데 저 임금의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초임 연봉 3,000만원 대의 직장은 대졸 취업 희망자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다. 1년 남짓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실업 급여 받으면서 쉬다가 또 돈 떨어지면 직장을 구하는 만년 프리랜스 족이 늘어나고 있다. 실업급여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일부 젊은이들에게 직장이 그저 잠시 쉬어가는 간이역 역할만 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회사를 떠나는 그 직원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가고 싶은 기관이나 기업을 몇 군데로 한정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해 보라. 궁극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모두 낙방하면 목표를 변경하라는 고언이었다. 그때는 눈높이를 과감하게 낮추고 새로 취업한 회사에 전력투구하여 남보다 앞서가는 전략을 택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우리와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그가 더 반듯한 직장을 잡았다는 희망 편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또 한 명의 사원은 지방대를 졸업했는데 회사 거래 관계로 우리 회사에 취업하게 된 경우였다. 열심히 해 보려는 꿈을 펼쳐 보기도 전에 기존 직원들과 오해가 생겨 출근을 포기했다. 본인의 취업 과정에 대하여 직원들 간에 설왕설래가 있음을 알고 스스로 입사를 포기한 것이다. 불과 일주일 만에 출근을 포기하니 회사의 인사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을 충분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관련 임직원들에게도 기업 문화 정립 차원에서 교육이 필요했다. 산업혁명 때는 기계화로 수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내몰렸으나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몰락이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픈 청춘들이다.


창사 첫 야유회

회사에 합류하고 한 달 지나자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창사 이후 7년 동안 야유회와 전체 회식이 한 번도 없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자본을 잠식하고 또 임원 사이에 갈등도 많았으니 한편으로 이해도 되었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직원들 간의 정서적 교류인데 눈감아 온 조직 문화가 아쉬웠다. 전 직장에서는 중국으로 야유회를 다녀온 후 직원들의 사기가 한층 충만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하루하루 연명조차 힘드니 야유회는 언감생심이었다.

2017년 가을 금요일 오후에 가까운 청계산으로 임직원들과 등산에 나섰다. 평소 체력 관리에 소홀했던 몇 명의 중도 포기가 있었지만 무리할 이유는 없었다. 전 직원의 참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첫 번째 행사였다.

하산 후 청계골 식당에서 막걸리로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팀원들 간에 술잔과 대화가 오고 갈 때쯤 살짝 자리를 비켰다. 첫술에 배가 부르겠냐만 노력한 만큼 좋아지는 것이 사람 간의 소통 노력이다.


그다음 해 봄 야유회도 다시 청계산으로 갔는데 전원이 정상에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며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2020년 회사 정상화 이후의 야유회부터는 회사 임직원들의 일체감 조성과 자긍심 고양을 위해 티셔츠나 등산화 등 등산 소품을 준비하여 직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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