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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맛있는 맥주 인문학>

08. 맥주 거품 '엔젤 링'에 감추어진 진실?

by BOOKCAST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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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맥주 광고

 

언젠가부터 ‘엔젤 링(Angel Ring)’이라는 말이 맥주 광고에 등장했다. 엔젤 링은 좋은 맥주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훈장과 같은 자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우선, 정확한 용어는 엔젤 링이 아니라 레이싱(Lacing)이다. 엔젤 링은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단어다. 엔젤 링은 광고와 달리 좋은 맥주의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좋은 맥주는 거품 띠의 유무보다는 오래 유지되는 풍부한 거품으로 판별하는 것이 옳다.

 

 

‘엔젤 링’을 내세운 광고. 엔젤 링을 좋은 맥주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기준처럼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맥주 거품은 폼(Foam) 혹은 비어 헤드(Beer Head)라고 부른다. 그리고 거품에 함유된 폴리페놀(Polyphenol)이나 당 성분이 잔에 붙어 만들어진 띠를 레이싱이라고 한다. 맥주 거품은 맥주의 특성에 따라서 높이가 다르지만 대부분 2~3센티미터 따라내는 것 정석이다. 맥주의 거품 띠는 잘 만든 맥주를 가리는 수단보다는 맥주잔의 청결 정도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레이싱은 맥주를 마신 후 잔에 남겨진 거품의 흔적이다. 거품의 점도에 따라서 남겨진 자국이 많을 수도 있다. 거품이 많은 맥주일수록 더 많은 레이싱이 나타난다. 거품은 맥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 특히 홉·맥아와 관련이 있다. 맥주를 따를 때 발효 후 맥주 안에 남아있는 단백질(맥아에 있는 단백질)은 서로 결합하고, 찐득해져서 맥주잔에 달라붙는다. 거품은 맥주를 마실 때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탄산이 지속적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한다. 또 맥주 안에 탄산이 머물러 있을 수 있게 해준다. 거품이 마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맥주잔이 깨끗하지 않거나 기름기가 남아 있다면 거품과 레이싱은 줄어든다. 따라서 레이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맥주잔이 깨끗하지 않거나 완벽하게 건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레이싱이 좋은 맥주의 필수 조건일 수는 없지만 맥주잔의 깨끗함을 판별할 수 있는 증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기에, ‘엔젤 링’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맥주를 마신 후 잔에 남은 거품의 흔적을 내세워 유리잔과 거품의 조합으로 깔끔함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사의 고리’라는 단어는, 맥주를 마시고 입 주위에 남은 거품 수염보다 훨씬 창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또 속았다고 할 수 있다. 거품 띠는 좋은 맥주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다. 아무리 신선한 맥주라도 더러운 잔에 따르면 거품 띠를 볼 수 없다. ‘엔젤 링’은 맥주의 품질이나 신선도가 아니라 깨끗한 잔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맥주잔에 남은 거품의 흔적인 레이싱. 레이싱은 좋은 맥주의 증거라기보다는 깨끗한 잔이라는 증거다.


깨끗한 맥주잔을 판별하는 방법

•잔을 적신 후에 물방울이 잔에 맺히지 않고 박막(薄膜)을 형성하면서 균일하게 흘러내리는지 판별한다.
•가는 소금을 젖은 잔에 뿌려, 모든 부분에 달라붙는지 확인한다.
•맥주를 따랐을 때 굵은 방울이 올라오고 거품이 금방 사라지면 깨끗한 잔이 아니다. 두껍고 부드러운 거품에, 탄산이 마구 올라오지 않는 것이 깨끗한 잔이다.
•맥주를 마실 때 거품이 잔의 벽을 따라 띠를 남기면 깨끗한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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