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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1. 피터 틸(페이팔 창업자)은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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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은
모든 성공적인 기업의
조건이다.
_피터 틸

 


페이팔(Paypal)이라는 기업은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기업의 모태이자 인큐베이터와 같은 존재다. 페이팔을 창업했거나 한때 몸담았던 이들이 대부분 2000년대 초반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유력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페이스 남작’ 일론 머스크다. 그는 페이팔을 이베이에 당시 15억 달러(한화로 약 1조 7천억 원)에 팔고 나와서 그 돈으로 테슬라 모터스를 인수하여 오늘까지 이른다. 페이팔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리드 호프먼은 회사를 나와 2002년 구인 구직 및 동종 업계 인력과 정보를 교류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 링크드인을 창업했고, 페이팔의 개발부 직원이었던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는 우리가 알다시피 2005년 유튜브를 창업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던 맥스 레브친은 2004년 슬라이드닷컴과 어펌을 창업했고, 그의 밑에서 직원으로 있었던 제러미 스토플먼은 2004년 옐프를 창업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피터 틸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창업했다. 이처럼 이들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가히 지대하며 그런 그들의 미친 행보를 보고 사람들은 ‘페이팔 마피아’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붙였다.

페이팔의 혁명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하더라도 월드와이드웹이 막 시작되면서, 인터넷상에서 법의 개념은 고사하고 금융결제를 처리하는 기술조차 미비했던 때였다. 당시 피터 틸은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법률사무관으로 일하다가 1996년 자신의 이름을 딴 금융컨설팅 업체를 창업한 상태였다. 그는 같은 시기에 막 태동한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감하고 맥스 레브친과 몇몇 동료들을 모아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다. 오프라인에서 돈을 받아 인계해 주는 업체가 있다면 온라인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담당할 업체가 필요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향후 인터넷에서 막대한 거래가 이루어질 것을 내다본 그의 혜안이 빛난 순간이었다. 이후 2000년 머스크가 합류하면서 몸집을 키운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되면서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페이팔의 CEO였던 틸은 3.7퍼센트의 지분으로 5,500만 달러의 갑부가 되었다. 그의 진짜 베팅은 그다음이었다. 당시 막 창업한 페이스북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저커버그에게 50만 달러를 투자해 10.2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 임원이 된 것이다. 이 투자는 그를 2020년 「포브스」지 선정 400대 억만장자의 위치에 올려놓는 도약대가 되었다.

피터 틸(출처: wikipedia.org)
 


틸의 철학은 그의 책 『제로 투 원』에 잘 드러난다. 그는 책에서 진보에는 두 가지, 즉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가 있다고 말한다. 수평적 진보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의 시스템을 불려 나가는 확장적 진보로 1에서 n으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평적 진보는 수익을 내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창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는 실패한 진보다. 반면 수직적 진보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0에서 1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직적 진보는 이전에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물론 성공조차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수직적 진보가 성공할 때 인류는 전에 없는 도약을 이룰 수 있다. 틸에 의하면, 인간의 역사는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가 교차하면서 나아간다.

그렇다면 수직적 진보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틸은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과 독점(monopoly)을 먼저 비교한다. 미국의 항공사들은 완전경쟁의 대표적인 예다. 완벽하게 경쟁적인 시장에서는 모든 회사가 차별되지 않는 제품을 판매한다. 어떤 회사도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이 정해 주는 물량과 가격대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 상황에서 신생 회사가 경쟁에 뛰어들면, 그만큼 경쟁사들의 이익은 줄어든다. 완전경쟁의 판에서는 숟가락 개수가 중요한 셈이다. 그러니 모든 회사들은 경쟁사를 고사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경쟁은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한다. 반면 독점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새로운 시장의 선점, 기타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혁신을 이룬 기업이 갖는 혜택이다. 담합이나 불법, 부당한 방식으로 이뤄낸 독점이 아닌, 다른 기업들이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에 이들은 경쟁에서 이긴 게 아니라 경쟁 자체를 뛰어넘어 자연스럽게 독점기업이 된다. 이것이 틸이 말하는 수직적 진보다. 대표적인 기업들을 우리는 오늘날 실리콘밸리에서 찾을 수 있다. “구글은 0에서 1을 이룬 대표적인 회사다. 구글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검색 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를 크게 따돌렸다.” 틸은 진정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세우고 싶다면 구글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독점적인 기업이 되라고 조언한다.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경쟁이 사업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는 명제다. 틸에게 그 명제는 틀렸다. 창조적 독점이야말로 사업을 튼튼하게 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학교와 사회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배우지만 실지로 경쟁을 할수록 얻을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점점 줄어든다. 초격차를 가진 기업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핵심 기업이 된다. 독점기업은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기업이다. 그리고 여기에 난공불락의 브랜드가 붙으면 금상첨화다. 독자적인 기술, 원천 기술은 경쟁기업이 절대 흉내 내거나 복제할 수 없다.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 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벗어나 완전한 시장 독점을 꿈꿨던 틸은 평소 어떤 책들을 읽을까? 이제 열린 문틈 사이로 그의 서재를 가만히 훔쳐보도록 하자.


틸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성서』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한국경제신문사)』
소니아 애리슨, 『150세 시대: 더 오래 사는 시대, 무엇을 알고 준비할 것인가?(타임비즈)』
해밀턴 헬머, 『7 Powers』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동녘사이언스)』
J.R.R. 톨킨, 『반지의 제왕(아르테)』
에인 랜드, 『아틀라스(휴머니스트)』
티머시 스나이더, 『피에 젖은 땅: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글항아리)』
장-미셸 우구를리앙, 『Psychopolitics: Conversations with Trevor Cribben Merrill』
르네 지라르, 『Things Hidden Since the Foundation of the World』
존 로크, 『기독교의 이치(아카넷)』
존 밀턴, 『실낙원(문학동네)』
에드워드 크리시, 『The Fifteen Decisive Battles of the World: From Marathon to Waterloo』
마키아벨리, 『Discourses on Livy』
미하일 벌가코프, 『The Master and Margarita』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민음사)』
프랜시스 베이컨,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코리브르)』
조지 길더, 『구글의 종말: 빅데이터에서 블록체인으로 실리콘밸리의 충격적 미래(청림출판)』
마일로 야나폴루스, 『Dangerous』
토머스 피케티, 『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
로스 두핫, 『The Decadent Society: How We Became the Victims of Our Own Success』
벤 호로위츠,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라이언 홀리데이, 『에고라는 적: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흐름출판)』
아서 C. 클라크, 『아서 클라크 단편전집(황금가지)』
루사스 존 러쉬두니, 『The Messianic Character of American Education』
제임스 데이비슨, 『The Sovereign Individual: Mastering the Transition to the Information Age』

[CEO의 서재 보는 법]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들은 출판사를 병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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