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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2. 테슬라를 닮고 싶은 희대의 괴짜,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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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신이 통제할 수 있다면 가진 계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넣어도 좋다.
_일론 머스크

 

 

2021년 9월, 스페이스-X는 그간 연구 및 시험 발사를 마치고 민간인 네 명을 태우고 미국 플로리다 주 케네디우주센터를 출발했다. 지구로부터 575킬로미터 떨어진 목표 궤도에 도달한 스페이스-X는 사흘간 90분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돌며 탑승자들에게 약속했던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선사했다. TV 뉴스에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신이 나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에 동참하는 영예를 안은 승객들로는 시프트4페이먼트의 창업자 재래드 아이작먼과 소아암 전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헤일리 아르세노, 애리조나전문대학에서 지질학을 가르치는 시안 프록터, 록히드마틴의 데이터 기술자 크리스 셈브로스키가 포함되었다. 소아암 환우에게 전달될 2억 달러 모금을 위해 이뤄진 즉흥적인 이벤트였지만, 이들의 짧은 여정은 1963년 인간의 달 탐사 이후 우주여행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현재 우주여행 상품을 개발 중인 기업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 외에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이 있다. 밴더빌트와 록펠러, 카네기 등 19〜20세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풍미했던 ‘날강도 남작’에 빗대어 사람들은 이들을 ‘우주 남작(Space barons)’이라고 부른다. 우주 개척의 신기원을 이룬 그들의 업적에 보내는 최고의 찬사면서 동시에 우주 개발 분야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그들의 지위에 보내는 냉소적 비판이기도 하다. 날강도 남작들이 대륙에 철로를 놓고 석유와 철강을 생산했다면, 우주 남작들은 우주로 가는 여행길을 개척하고 희소 광물과 관광 상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전 세계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가십거리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그들 중에 단연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재계뿐 아니라 정계, 사회계, 문화계까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굳이 도지코인이나 비트코인과 관련한 그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2021년 10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머스크와 베조스가 자신들의 재산에서 2퍼센트만 기부해도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을 두고 머스크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정확한 근거와 세부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당장 내 주식을 팔아 60억 달러를 마련하겠다”며 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60억 달러면 한화로 약 7조 710억 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천방지축 괴짜에 좌충우돌 명사인 일론 머스크는 1971년 6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삼남매 중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영국계 남아공 사람이었고, 어머니는 캐나다인이었다.부계 쪽으로는 할아버지로부터 남아공에서 대대로 갑부였으며 엔지니어였던 아버지 역시 사파이어 광산 개발에 참여하여 큰돈을 벌었다. 어려서 머스크는 대저택에서 흑인 가정부와 집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부유하게 자랐다. 그가 여덟 살이었을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이후로 그는 줄곧 어머니와 지내게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독서광이었다. 이미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과 마을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이후로 읽을거리가 없어진 머스크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십대를 남아공에서 보낸 그는 그 즈음부터 막연하게 미국과 캐나다를 동경했다. 그의 일기장을 보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북미권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가 남아공에 남아 있었다면 오늘날 테슬라는 존재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가 캐나다로 이주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는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모병제가 아닌 개병제였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 거부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남아공에서 군인이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부역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 그것은 머스크의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역사적 틈새를 메워 주는 이런 도덕적인 설명은 사후기억에 의해 왜곡된 설명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머스크는 미국에 너무 가고 싶어 했다는 설명이 보다 개연성이 높지 않을까?

어쨌든 머스크에게 북미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캐나다 퀸즈대학교에 들어갔고 2년 뒤 미국 유펜으로 편입한다. 거기서 경제학과 물리학 학사학위를 동시에 받은 뒤 1995년 캘리포니아로 이동하여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하려고 했으나, 엉뚱하게 공부는 때려치우고 자신의 남동생과 웹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집투(Zip2)를 설립하게 된다. 집투는 각종 신문사에 온라인 디렉토리와 이메일, 캘린더 등 온라인 시티 가이드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주는 회사였다. 회사는 1999년 컴퓨터 제조회사였던 컴팩에 현금으로 3억 7백만 달러를 받고 팔아 치웠다. 그 수익으로 머스크는 온라인뱅킹이라는 개념도 낯선 당시에 엑스닷컴(X.com)이라는 뱅킹 플랫폼 회사를 차린다. 2000년, 이 회사는 피터 틸이 세운 페이팔과 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고, 2002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팔렸다. 두 번의 스타트업 창업과 매각으로 머스크는 젊은 나이에 이미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되었다. 이제 그는 좀 더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때 테슬라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머스크가 오늘날 테슬라 모터스를 만들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가 본래 세운 기업은 우주선을 만드는 제조회사였다. 테슬라 모터스의 탄생에는 머스크 말고도 보통 세 명의 기술자들이 거론된다. 물론 머스크는 그 세 명의 기술자들을 모아 화학적 결합을 일으킨 진정한 설계자였지만 말이다. 첫 번째 인물은 스트라우벨(Jeffrey Straubel)이라는 공학자였다. 스트라우벨은 매우 실험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줄곧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술과 리튬-이온 배터리를 달고 달리는 전기자동차 제조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두 가지 기술을 합친 우스꽝스런 태양광 자동차 모델을 생각하기도 했다. 당시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말고는 제대로 된 전기자동차는 없었으며 전기차의 기술적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론을 현실에 막 적용해 보는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조야한 설계와 미비한 인프라, 무엇보다 기술의 한계로 대신 하이브리드형 차량이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회사들에 의해 하나둘 시장에 선을 보이고 있던 때였다. 스트라우벨은 2003년 자신이 졸업한 스탠퍼드대학교 자동차 동아리와 함께 설계한 도면을 들고 어렵사리 머스크를 찾았다. 그에게 직접 투자금을 받을 목적이었다. 모두가 콧방귀를 낄 때 놀랍게 머스크는 스트라우벨의 무모해 보이는 기획서에 1만 달러를 투자하겠노라 흔쾌히 약속했다. 머스크의 위대함은 돈에 있지 않고 안목에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에버허드(Martin Eberhard)와 타페닝(Marc Tarpenning)이라는 공학자들도 전기차 제조회사 설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은 일찍이 이북 관련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제조하는 누보미디어를 공동 창업한 기업가들이었는데, 손으로 가볍게 쥐는 전자기기로 책을 읽는다는 신박한 아이디어는 아마존 킨들보다 9년, 아이패드보다는 무려 13년이나 앞선 개념이었으니 말 그대로 그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매체’를 하나 창조한 셈이다. 대기업은 언제나 돈 냄새는 귀신같이 맡는다. 당시 미국의 각 가정 TV 브라운관 앞에 꼭 한 권씩 놓여 있었던 「TV가이드」라는 잡지를 찍어 내던 젬스타 TV가이드인터네셔널이 그들에게 접근했고 에버허드와 타페닝은 자신의 신생회사를 1억 8천 7백만 달러(현재 환율로 대략 2천 2백억 원)에 넘겼다.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된 그들은 그 돈으로 매일같이 동네 카페에 죽치고 앉아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때 두 사람의 뇌리에 꽂혔던 생각은 스트라우벨처럼 전기차 제조회사였다. “에버허드는 공상적 박애주의자의 사회적 양심을 갖춘, 재능이 탁월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 거듭 갈등을 빚는 현실이 마음에 걸렸고, 2000년경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으레 그랬듯 지구온난화를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자동차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에버허드의 사뭇 정치-경제학적 발상의 이면에는 그럴 만한 사회적 이슈가 있었다. 그 이슈는 미국과 중동 지역 간의 군사적 충돌이었는데, 이를 이해하려면 속칭 ‘쌍둥이 빌딩’으로 불리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911 테러가 2001년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석유를 놓고 벌이는 각국의 패권 전쟁을 우려하고 유독 ‘휘발유를 들이마시는(gas-guzzling)’ 차량을 애정하는 미국인들의 시선을 환경 문제로 돌리려는 이들의 진지한 관심이 결국 전기차 제조회사 창업까지 이어진 셈이다.

“2003년 7월 1일, 에버허드와 타페닝은 자동차 제조사를 설립했다. 에버허드는 몇 달 전 디즈니랜드에서 아내와 데이트하다가 테슬라 모터스라는 이름을 생각해 냈다. 발명가이자 전기모터 제작의 선구자인니콜라 테슬라의 업적을 기리는 동시에 듣기에도 좋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평생 테슬라와 잔인한 악연으로 묶였던 경쟁자 에디슨 본인이 1878년 창업한 제너럴일렉트릭(GE)이라는 가전제품 회사는 오늘날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가전회사라는 명칭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사업 방향이 달라졌지만. 심지어 그를 기리는 ‘에디슨 인터내셔널’이라는 전기회사도 진작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2003년이 되어서야 비즈니스를 시작한 테슬라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딛고 2021년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생전에 에디슨과의 살벌한 경쟁 관계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오늘날 테슬라는 GE를 가볍게 누르고 시총으로만 수십 배 이상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에디슨에 의해 영구히 차폐된 그의 이름이 무덤에서 되살아나 불사조처럼 화려하게 부활했으니 결국 따지고 보면 둘의 경쟁 관계에서 최종 승자는 테슬라가 아닐까? 머스크의 서재 훔쳐보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과연 세계적인 조만장자 머스크는 지금까지 어떤 책들을 읽어 왔을까?


머스크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피터 틸,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사)』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책세상)』
에인 랜드, 『아틀라스(휴머니스트)』
버나드 칼슨, 『니콜라 테슬라 평전(반니)』
프랭크 허버트, 『듄(황금가지)』 시리즈
J.R.R. 톨킨, 『반지의 제왕』 시리즈
샘 해리스, 『Lying』
애덤 스미스, 『국부론(비봉출판사)』
로버트 A. 하인라인, 『낯선 땅 이방인(GONZO)』
월터 아이작슨,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21세기북스)』, 『스티브 잡스(민음사)』
이언 뱅크스, 『게임의 명수(열린책들)』 외 다수
스테픈 웹, 『If The Universe Is Teeming With Aliens… Where Is Everybody?』
닉 보스트롬, 『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까치)』
대니얼 수아레스, 『데몬(제우미디어)』
윌 듀런트, 『문명이야기(민음사)』 시리즈
맥스 테그마크, 『라이프3.0(동아시아)』
J.E. 고든, 『Structures: Or Why Things Don't Fall Down』
윌리엄 볼리토, 『Twelve Against The Gods』
존 드루리 클라크, 『Ignition』
도널드 발렛, 『Howard Hughes: His Life and Madness』
나오미 오레스케스, 『의혹을 팝니다(미지북스)』
리처드 브랜슨, 『Screw Business As Usual』
션 캐럴, 『빅 픽쳐: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글루온)』
제임스 배럿, 『파이널 인벤션: 인공지능, 인류 최후의 발명(동아시아)』
새뮤얼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민음사)』
스튜어트 러셀,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김영사)』
존 그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북폴리오)』
아이작 아시모프, 『파운데이션(황금가지)』 시리즈 외 다수
스티븐 노벨라, 『The Skeptics’ Guide to the Universe』
에른스트 융거, 『The Storm of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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