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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5. 페이스북의 악동, 마크 저커버그(메타 CEO)는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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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돈을 벌려고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아닙니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돈을 버는 겁니다.
_마크 저커버그

 


2021년 10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온라인 행사에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여느 대학교 캠퍼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복학생 같은 얼굴을 한 그의 앳된 모습에서 세계 최대 SNS 플랫폼 기업을 이끄는 수장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처럼 터틀넥을 입고 있진 않았지만, 짙은 색 라운드티를 받쳐 입은 그의 모습에서 급격한 IT 환경의 변화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들의 도전에 맞선 21세기 페이스북의 결기가 느껴졌다. 이날 저커버그는 웃음기를 싹 뺀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최근 가상공간과 현실 세계를 이어 주는 새로운 시장이 출현하고 있으며 미래 세대는 AR과 VR이 연동된 새로운 플랫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그러한 환경에 발맞춰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Meta)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제 우리에겐 페이스북이 1순위가 아니다. 5년 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악재에다 경쟁자의 약진, 자사의 성장세 둔화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페이스북이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메타라는 사명은 메타버스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피력이다. 페이스북이 이제 더 이상 SNS의 ‘얼굴마담’에서 벗어나 플랫폼의 정글에서 실질적인 ‘알파메일’이 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사실상 ‘원맨쇼’를 했다. 소셜미디어라는 한계를 벗어나 페이스북이 출시하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소개하고, 직접 메타버스를 결합한 펜싱 게임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가상세계에서 유저들이 주고받는 코인, 즉 암호경제(cryptocurrency)의 활용 방안도 담겨 있었다. 일찍이 2019년 페이스북은 달러나 유로 등 다양한 통화를 연동시킬 수 있는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호라이즌’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도 공개하며 저커버그의 선언이 말뿐인 발표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여 왔음을 가늠케 했다. 최소한 페이스북의 유저들이라도 자사의 메타버스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현재 페이스북의 가치만큼을 곱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저커버그는 안팎으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2019년 페이스북 이용자 2억 6,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아 2021년에는 한국을 포함해 106개국의 5억 3,3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다시 털리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말, 페이스북에서 개발을 담당했던 전 직원이 회사가 자사 플랫폼이 10대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고도 그간 방임했다는 내용의 내부 고발을 하면서 저커버그의 경영 윤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증폭되었다. 이 직원은 페이스북이 백신에 관한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 세대와 종교 간 증오심을 부추기는 피드를 방치하거나, 플랫폼 운영과 콘텐츠 노출 방식이 십 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이해를 위해 이를 묵인한 정황을 언론에 알린 것이다. 그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어린이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고 분열을 부추기며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특정 셀럽들의 계정에 일반인과 다른 특권을 부여하고 연민과 공감을 일으키는 광고보다는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광고에 유저들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그간의 의구심이 그가 폭로한 내부 문건에 의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회사 안팎의 위기 국면을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사명을 바꾸는 정책으로 비껴가려는 것 같다고 말한다. 메타버스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정책으로 그간 일련의 악재들을 통해 페이스북에 붙어 있는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저커버그는 이러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유사한 전략을 써 왔다. 윙클보스 형제나 세브린과의 소송전에서도, 2007년 회원들의 쇼핑 성향이 본인의 동의 없이 친구들에게 자동 전송되는 비콘(Beacon)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그는 언제나 당사자에게 합의금을 주어 무마시키거나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줄 제3자를 등판시켜 문제를 회피해 왔다.

“또한 페이스북은 정치 성향 때문에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통해 보수 성향의 기사들을 차단해 왔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이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자, 나중에는 이를 해명하기 위해 보수 인사들과 만나 페이스북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다.” 
일각에서는 그런 그가 아직 부잣집 도련님의 태를 벗지 못했다고 말한다.

반면 저커버그의 순발력은 독서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평소 2주마다 최소한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철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룡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무너지는 무한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가 한가로이(?) 데스크에 앉아 책을 읽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급기야 2015년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1년 동안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겠노라고 독서 챌린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펜페이지를 열고 올해 읽은 책(A Year of Books) 목록을 올려 자신의 도전이 단순히 말잔치가 아님을 입증했다. 과연 그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꽂혀있을까?


저커버그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헨리 M. 폴슨, 『중국과 협상하기(열린책들)』
피터 후버, 『오웰의 복수(구민사)』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한길사)』
칼 세이건, 『코스모스(사이언스북스)』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다론 에케모글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모이세스 나임, 『The End of Power』
미셸 알렉산더, 『The New Jim Crow: Mass Incarceration in the Age of Colorblindness』
마이클 S. 최, 『사람들은 어떻게 광장에 모이는 것일까(후마니타스)』
벤 호로위츠, 『하드씽: 경영의 난제를 푸는 최선의 한 수(한국경제신문)』
에드 캣멀, 『창의성을 지휘하라: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와이즈베리)』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대릴 콜린스, 『뉴노멀 시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경향미디어)』
피터 틸, 『제로 투 원(한국경제신문사)』
매트 리들리, 『생명설계도, 게놈: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반니)』
매트 리들리, 『이성적 낙관주의자: 번영은 어떻게 진화하는가(김영사)』
그레이엄 무어, 『밤의 마지막 날들(교보문고)』
헨리 키신저,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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