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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6. 아이폰에 봉인된 애플의 독재자,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는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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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_스티브 잡스


무슨 이유에선지 잡스는 생전에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탐독했다고 한다. 호사가들의 이러쿵저러쿵 뜻풀이에 매달리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적어도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돼라”고 떠벌렸던 애플의 수장 스티브 잡스의 『리어왕』 읽기는 여러모로 시사해 주는 바가 있다. 『리어왕』이야말로 끝없는 관계 상실과 샘솟듯 돋아나는 의심에서 오는 파괴적 사랑을 모티브로 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건설한 왕국에 무소불위의 창칼을 휘두르는 봉건제의 왕이 되려는 지배욕을 함께 보여 주는 고전 중의 고전이기 때문이다. 평소 잡스는 “리어왕은 자신의 왕국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때 일이 어떻게 꼬이는지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한다. 펩시 CEO로 있던 스컬리를 애플의 사장으로 앉힌 잡스는 자신의 권력과 아성에 금이 가는 것을 느끼자 이제는 그를 찍어 내려고 한 것도 다 그 이유였다.

“회사를 맡아 달라고 애걸복걸 매달릴 때는 언제고 잡스는 금세 스컬리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 급기야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잡스는 애플의 중역들과 작당해 스컬리를 몰아내려는 무모한 시도를 감행했다. 하지만 스컬리는 이를 조기에 감지했고, 오히려 선수를 쳐 잡스를 자리에서 찍어 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스컬리와의 논쟁은 잡스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고, 파워게임에서 밀린 잡스는 자신이 뽑은 임원에게 목이 잘려 나가는 황당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 잡스의 독재는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잡스는 젊은 시절 캠퍼스 등지를 떠돌며 마리화나와 장발로 상징되는 히피와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에 힌두교와 불교 등 동양종교에 대한 깊은 존경심과 함께 영적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실지로 수행을 위해 인도로 구도의 여행을 떠난 적도 있었다.

“잡스는 선불교와 힌두교의 요가 전통에 흥미를 느꼈다. 불가해한 공안(公案)과 자연주의 같은 철학에 매료된 그는 색다른 동양적 사유와 실천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그는 삶의 답을 찾고자 인도 여행을 감행했다. 7개월 동안 이어진 그 여행은 수도자의 삶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빈과 절제의 연속이었다.” 

채식을 실천했던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는 모든 육류를 끊고 당근이나 사과만 먹으며 몇 주를 버티기도 했다. 그는 전분이 없는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 몸에 해로운 점액이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으며 빵이나 곡물 같은 탄수화물까지 끊었다. 19세기 말 독일의 보건교육자 아놀드 에흐렛(Arnold Ehret)이 고안해낸 비점액질 식단(Mucusless Diet)은 이런 잡스의 정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가장 고결한 음식이 고결한 인간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첨단 의학 기술과 일체의 연명치료를 거부했으며 채식을 단념하라는 주치의의 권고를 듣지 않았다. 21세기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디지털 세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희대의 천재가 지금은 이미 비과학으로 폐기되어 버린 19세기 기괴한 식사법에 평생 몰두했다는 게 정말 믿어지는가?

그런 그의 믿음은 그의 서재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요가난다의 전기나 스즈키 순류의 수행집을 늘 읽었으며 오토가와 고분 치노라는 이름의 선승을 자신의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불러 명상과 수련을 실천했다. 다른 CEO들의 서재와 달리 잡스의 서재에 힌두교와 불교의 서적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동시에 자신의 특이한 섭식과 채식주의를 뒷받침하는 책들을 읽었다. 특히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은 그에게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다. 그의 채식에는 단순히 건강이나 영적 기능뿐 아니라 환경 문제까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각국에서 한창 떠들고 있는 탄소중립이나 탄소발자국 같은 개념들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잡스는 인간의 육식 문화가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서재는 공공의 문제에 그만큼 민감한 책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과연 그의 서재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잡스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조지 오웰, 『1984(민음사)』
에인 랜드, 『아틀라스(휴머니스트)』
허먼 멜빌, 『모비 딕(작가정신)』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해뜸)』

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열린책들)』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혁신기업의 딜레마(세종서적)』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까치)』
파라마한사 요기난다, 『어느 요기의 자서전(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바바 램 다스, 『Be Here Now』
초걈 트룽파, 『마음 공부에 관하여(불광출판사)』
프랜시스 무어 라페, 『Diet for a Small Planet』
제프리 A. 무어, 『토네이도 마케팅(세종서적)』
앤드루 S. 그로브,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부키)』
고프리 제임스, 『The Tao of Programming』
닉 혼비, 『하이 피델리티(문학사상)』
아놀드 에흐렛, 『Mucusless Diet Healing System』
앨런 와츠, 『The Way of Zen』
S.N. 다스굽타, 『인도의 신비사상(영성생활)』
잭 케루악, 『다르마 행려(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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