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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8. 우주여행을 파는 21세기 만물상, 제프 베조스(아마존 CEO)는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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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브랜드(낙인)란
당신이 방에 없을 때
남들이 당신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_제프 베조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John Campbell)은 위대한 인물은 범상치 않은 출생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신전의 여사제였던 어머니가 강간을 당한 뒤 얻은 아들들이었다. 오이디푸스는 불길한 신탁을 받고 아버지에 의해 들판에 유기된다. 정복왕 윌리엄 1세는 사생아였다. 『성서』에 등장하는 모세는 유대인 친모에게 버려져 이집트 공주의 손에서 길러진다. 예수도 오늘날로 치면 미혼모에게서 출생한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주몽과 박혁거세는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 출생의 비범함은 견훤이나 바리공주, 홍길동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웅의 예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이다.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고아다. “아임 유어 파더.” 이제는 하나의 밈이 되어 버린 이 망령과도 같은 명대사를 루크는 그토록 극복하고 싶었던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의 입에서 듣는다.

그런 점에서 현재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조만장자인 베조스는 종종 애플의 수장 고 스티브 잡스와 함께 영웅다운 면모마저 보인다. 그는 1964년 1월 12일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서 철부지 십 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다. “베조스의 친부 요르겐센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여덟 살 청소년이었고, 친모 재클린 자이스 역시 열일곱 살에 불과했다.” 지역과 동네를 돌며 공연을 하던 작은 서커스단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던 그는 평소 술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폭음을 했으며 어린 아내 재클린에게 구타를 일삼았다. 베조스가 태어났을 때 둘은 서로를 지지하며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둘은 갈라섰다. 베조스가 기저귀도 떼지 않았던 18개월 때였다. 베조스의 아버지는 핏덩이 같은 아들을 어린 아내에게 남겨 두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렇게 해서, 캠벨의 관점으로 볼 때, 베조스는 영웅의 기준을 충족시켰다. 출생직후 유기된 사생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베조스의 전기를 쓴 작가 브래드 스톤은 2012년 수소문 끝에 베조스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에서 작은 자전거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놀라운 것은 정작 요르겐센이 자신이 버린 생후 18개월 된 아들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CEO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 이후로 요르겐센은 자신의 아들과 일절 접촉하지 않았다. 심지어 철저히 매스컴과 거리를 두며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 항간에는 그가 개인적으로 베조스의 편지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 어떤 사실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2015년, 그는 원인미상의 질병으로 죽었다. 베조스는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친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적이 없다. 친아버지를 상기하는 것은 병원에서 가족 병력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뿐이다. 그럴 때면 그냥 모른다고 써넣는다. 내게 진짜 아버지는 나를 길러 주신 아버지다.” 

잡스는 대학 때 사귀었던 연인 브레넌이 아이를 갖자 그녀를 헌신짝처럼 버린다. 그녀는 딸을 낳았고 딸이 만 1세가 되었을 때 잡스는 법원의 명령으로 DNA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결과, 잡스가 친부일 가능성이 94.41%로 나왔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딸에게 매달 양육비로 385달러를 지급하고 친부임을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두 모녀에 대한 잡스의 차가운 태도는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브레넌은 비정한 남편을 둔 벌로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근근이 연명했다고 한다.” 

잡스가 딸을 버렸다면 베조스는 조강지처를 버렸다. 그는 조만장자에 등극하면서 젊은 시절 함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만들었던 아내 맥킨지를 버렸다. 세기의 이혼이었다! 맥킨지는 위자료로 35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39조 8천억 원을 받았다. 덕분에 이혼과 함께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여성이 되었다. 베조스가 어려움의 터널을 근근이 통과하며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버린 이유는 로렌 산체스라는 유부녀 때문이었다. 영웅이 배우자나 연인 등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은 보통 자신의 예사롭지 않은 출생에서 비롯한 경우가 많다. 버리거나 도망치거나 아니면 평생을 독신으로 산다.

그런 베조스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그리스 로마신화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헤로도토스의 『역사』, 버질의 『아이네이스』가 꽂혀 있을까? 잡스처럼 『리어왕』이 꽂혀 있을까? 놀랍게 그는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추천했다.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기의 이혼을 결행한 사람치고는 어딘지 모르게 로맨틱한 구석이 있다. 그는 이언 뱅크스의 소설들을 함께 읽다가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이나 월터 아이작슨의 『벤저민 프랭클린 전기』를 읽기도 한다.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같은 경영서를 읽다가도 프레더릭 브룩스의 『맨먼스 미신』과 같은 공학서를 읽기도 한다. 한마디로 잡탕 부야베스가 따로 없다. 이런 독자를 흔히 잡식주의적 독서광이라 부른다. 편집증적으로 한 분야만 파는 고독한 독자가 있는가 하면 베조스처럼 일정한 기준 없이 그때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는 이들도 있다. 전자가 깊이에 강점을 갖는다면, 후자는 넓이에 강점을 갖는다. 어쩌면 후자가 세상의 모든 물건을 다 파는 21세기 만물상 아마존을 경영하는 베조스에게 딱 맞는 독서법일지 모른다.


베조스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있는 나날(민음사)』
앨런 C. 그린버그, 『회장님의 메모(이콘)』
제이슨 프라이드(외), 『리워크: 지금까지 일한 방식은 틀렸다(21세기북스)』
프레더릭 브룩스, 『맨먼스 미신: 소프트웨어 공학에 관한 에세이(케이앤피IT)』
피터 드러커, 『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유엑스리뷰)』
스티브 그랜드, 『Creation: Life and How to Make It』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혁신기업의 딜레마(세종서적)』
마크 제프리, 『마케팅 평가 바이블(전략시티)』
짐 콜린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김영사)』,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김영사)』
엘리야후 골드렛, 『더 골(동양북스)』
나심 탈레브, 『블랙 스완(동아시아)』
샘 월튼, 『샘 월튼: 불황 없는 소비를 창조하라(21세기북스)』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사이언스북스)』
월터 아이작슨,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21세기북스)』
아치 브라운, 『강한 리더라는 신화(사계절)』
조지 스토크, 『Competing Against Time』
제임스 배럿, 『파이널 인벤션: 인공지능, 인류 최후의 발명(동아시아)』
앤드류 애덤스, 『Think Like a Titan』
크리스치아니 코레아, 『드림 빅(나무한그루)』
조 스터드웰, 『아시아의 힘(프롬북스)』
모이세스 나임, 『The End of Power』
이언 뱅크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열린책들)』, 『공범(열린책들)』 외 다수
티모시 가이트너, 『스트레스 테스트(인빅투스)』
윌리엄 손다이크, 『아웃사이더(아이지엠세계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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