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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10. 공유사회를 예언한, 트래비스 캘러닉(우버 창업자)은 어떤 책을 읽을까?(마지막)

by BOOKCAST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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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반적인 목표는
우버를 타는 비용을
차를 소유하는 비용 밑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_트레비스 캘러닉

 


2019년 5월 10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또 한 명의 조만장자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다. 그는 공유 차량 플랫폼 기업 우버가 IPO를 단행하며 자신이 보유한 8.6퍼센트의 지분으로 단숨에 그해 최고의 돈방석에 앉았다. 2021년 3월 11일, 동일한 장소에서 상장한 쿠팡이 10.2퍼센트의 지분을 보유한 김범석에게 약 10조 이상의 돈방석을 안겨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잭팟이었다. 유니콘 기업의 IPO는 투자금을 댔던 대기업들에게 감독기관의 눈치를 안 보고 합법적으로 돈 잔치를 벌일 수 있는 도박장이다. 우버에 77억 달러를 투자했던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보유 지분 가치로 1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고,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역시 32억 달러의 가치를 확보했다. 당일 공모가 45달러로 출발한 우버는 2021년 4월 한 때 6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캘러닉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상장 당시 그는 이미 각종 스캔들과 경영 악화로 인해 CEO의 자리에서 밀려난 상태였다. 특히 산발적으로 터진 성추문은 야망으로 가득 찬 젊은 사업가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장애물이었다. 그의 몰락에는 한국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었다. 그가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여성 접대부가 있는 서울의 한 룸살롱을 방문했다는 루머가 뒤늦게 터지면서 안 그래도 험악했던 여론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캘러닉은 당시 해당 업소에 남성 임원들과 함께 여자친구도 데리고 갔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가슴에 번호표를 단 여성 접대부들을 골라 무릎에 앉히고 꽤 추잡한 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동석했던 여성 임원에 의해 폭로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 여성 임원은 귀국 후 인사 부서에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기업 공개를 하고 보호예수 기간인 180일을 넘긴 시점에서 캘러닉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보유한 2조 9천억 원어치의 우버 주식을 팔아 치웠다. 자신이 가졌던 지분의 90퍼센트를 처분한 셈이다. 이로써 그의 재산은 27억 달러, 한화로 약 3조 1,4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어 그는 나머지 주식도 전량 매각하며 우버와 완전히 결별했다.

비록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여러 잡음들이 그의 평판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쳤지만, 그가 공유산업에서 이룬 혁신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이어 주는 우버는 창업 10년 만에 세계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80여 개국에 진출했고 총 고객수가 1억 명을 넘어섰다.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운송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버 엑스’, 고급 승용차를 이용한 리무진 서비스 ‘우버 블랙’, 승객을 일반 택시와 연결해 주는 ‘우버 택시’ 등으로 세분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창업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캘러닉이 친구이자 동업자인 개릿 캠프와 프랑스 여행 도중 현지에서 택시를 잡는 일이 고역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공유 차량 플랫폼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둘은 의기투합하여 우버를 창업했고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경제공유의 개념은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며 ‘우버화(uberization)’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엔트로피』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기술의 발달이 한계비용을 거의 안 들게 하면서 인류를 소유에서 공유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자본주의의 생산성이 극에 달하면 협력적 소비를 통해 모든 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이미 그 전조를 찾을 수 있다. 리프킨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일찍이 『노동의 종말』과 『소유의 종말』을 통해 미래 사회의 핵심은 소유가 아닌 공유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소유가 중시되던 시대에는 빌리고 빌려주는 데 일정한 비용을 내야 했지만, 접속의 시대에 들어와
서는 빌리고 빌려주는 데 시간과 비용, 배경과 국경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더 이상 노동과 소유에 매몰되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모든 것을 나눠 쓰는 신인류가 탄생할 것이다.

우버는 리프킨이 예견한 이런 공유의 시대를 앞당긴 대표적 기업이다. 리프킨은 공유사회를 이끄는 세 가지 원리로 디지털화된 재생에너지, 3D프린팅 기술 그리고 자동차 공유를 꼽았다. 리프킨은 책에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가 낳을 세 가지 미래를 그린다. 그중 첫째는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공유경제의 탄생이고, 둘째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프로슈머의 탄생, 셋째는 노동의 종말이다. 공유경제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수평적으로 이동시키는 경제 민주화를 낳고, 유통 과정에 끼어 있던 중개인들이 소멸하면서 소수가 독점하던 경제적 권력이 다수에게 배분될 것이다.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는 기존의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가 예측한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들어와 있다. 차를 바꿔 쓰는 오늘날의 모습은 거의 모든 것을 함께 소유하는 공유사회를 내다본 짧은 예지몽(豫知夢)에 불과하다. 어쩌면 캘러닉의 비전은 진정한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고)’의 현시(顯示)일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사지 말고 함께 나눠 쓰자는 그의 공유 철학을 놓고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과연 그의 서재에는 몇 권의 책이 꽂혀 있을까? 설마 그는 책도 함께 공유하자고 나서지는 않을까?


캘러닉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론 처노, 『알렉산더 해밀턴(21세기북스)』
에인 랜드, 『아틀라스(휴머니스트)』

에인 랜드, 『파운틴헤드(휴머니스트)』
오슨 스콧 카드, 『엔더의 게임(루비박스)』
손무, 『손자병법(청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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