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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서재에서 탄생한 위대한 CEO들>

09. 소프트웨어 왕국을 세운,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어떤 책을 읽을까?

by BOOKCAST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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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배움의 원천은
독서입니다.
_빌 게이츠

 


1995년, 인터넷 시대가 막 밝아 오고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빌 게이츠는 ‘인터넷 해일(The Internet Tidal Wave)’이라고 불리는 메모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에게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그 속에서 정보초고속화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가 자신이 창조한 컴퓨터 산업을 앞지르려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예측하고 회사가 급변하는 산업지형에 적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런 창의적 발상은 평소 독서에서 나온 것으로 게이츠가 독서에 회사의 사활을 걸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한 해 두 차례 일주일간 ‘ 생각 주간(Think Weeks)’을 갖는다.

“게이츠는 요즘에도 분기마다 책을 챙겨 워싱턴 주 후드 운하 근처에 있는 작은 오두막으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생각 주간’이라고 불리는 이 스케줄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고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지키고 있는 루틴이다. 그는 매해 생각 주간에 적어도 50여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리더(reader)는 리더(leader)다. 책에서 미래의 방향을 찾는 부자, 그야말로 21세기가 바라는 부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게이츠는 지난 수십 년간 태평양 북서부 2층짜리 외딴 오두막으로 매년 두 번씩 일주일간 휴가를 떠났다. 그곳에 있는 동안, 그는 모든 기술과 문명의 이기와 단절하고 모든 가족, 친구, 직원들로부터 스스로를유폐시킨다. 오로지 그에게 매일 두 끼의 소박한 식사를 제공하고 다이어트 오렌지 크러쉬 탄산음료를 계속 공급해 주는 직원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고독의 누에고치 속에 있는 동안 그는 그가 트렁크에 짊어지고 들어간 수십 권의 책들과 함께 신문 기사, 업계 뉴스, 각종 보고서를 닥치는 대로 읽는다. 그는 또한 자신이 읽은 내용에 대한 반응을 적고 적극적으로 심사숙고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상을 기록한다. 그의 이런 생각 주간 전략은 당장 효과가 있었다. 게이츠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 해일’ 메모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 PC와 다른 회사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에게 생각 주간은 여느 대기업 CEO들이 즐기는 호화로운 휴가가 아니다. 인터넷과 마라톤 회의, 각종 매스컴과 미디어, 그리고 동료들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놓으며 게이츠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것들을 치우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독서 습관에 대해 이렇게 밝힌바 있다. “휴가 중에 저는 하루에 세 시간 정도는 독서에 바칩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읽습니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 편이죠.” 정신없이 바쁜 CEO에게 하루 세 시간이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는 셈이다. 게다가 그런데 그의 독서 습관을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의 대략 20퍼센트는 꼭 메모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독서와 함께 딸려오는 메모 습관은 책을 읽을 때보다 두 배의 시간이 더 든다. 그렇다면 게이츠는 하루에 아홉 시간을 독서에 바치는 셈이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 종일 책을 곁에 두고 읽는 것과 같다. 그의 전 부인 멀린다에 의하면 게이츠는 책을 집어 들면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에 대략 150페이지를 읽는다고 한다. 읽으면서 책 귀퉁이에 메모를 남기거나 협탁에 놓인 노란 메모지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습관이 있다. 아! 그가 지금껏 무슨 문장을 써왔는지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게이츠는 이북보다는 종이책을 훨씬 더 선호한다고 한다. 2017년 게이츠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책의 여백에 그때그때 스쳐 가는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이 책의 주제를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메모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때에는 그 이유를 밝히고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여백에 자신의 관점을 적는 식이다.

이 전략에는 과학적 사실이 숨어 있다. 연구자들은 우리가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생각을 정리하거나 필기할 때 해당 정보를 더 오래 뇌에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2017년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인지 처리와 학습과 관련된 더 높은 수준의 신경 활동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뇌가 새로운 정보를 암호화하고 이를 다시 해독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들게 한다. 당연
히 에너지를 많이 투여한 지적 활동에 더 많은 기억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게이츠의 독서 습관은 매우 전략적이면서도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게이츠의 독서 습관에 대해 안 다음부터 필자도 모든 책을 읽을 때 꼭 메모와 필기를 남기는 습관을 들였다. 여러 독자분들이 읽고 있는 이 책 역시 이런 게이츠의 독서 습관 때문에 가능했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책을 훼손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책을 얌전하게 읽는 게 아니라 마구 끼적거리고 접고 밑줄을 그으며 함부로 다루는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부터 읽었던 책을 다시 펴고 표시해 두었던 부분을 찾아가며 개인 노트북에 다시 생각들을 정리한다. 왜 일주일일까? 필자에게 일주일이란 책을 읽고 나서 내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저자의 생각에 함몰되지 않고 나만의 관점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이 책도 게이츠의 독서 습관을 오마주한 필자 나름의 헌정일지 모른다.

확실히 게이츠의 독서 습관은 그의 경영 철학과 인생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 게이츠 부부의 운명을 결정한 빌앤드멀린다재단의 탄생도 사실 매체와 주제를 가리지 않는 그의 전방위적인 독서에서 비롯했다. 1998년 전 세계에서 오염된 물 때문에 3백만 명이 설사로 죽는다는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고 나서다.

“어느 날 게이츠는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쓴 ‘제3세계에 물은 여전히 치명적인 음료’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인도를 비롯한 제3세계의 수질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고발한 기사는 게이츠를 경악시켰다. 너무 당연한 것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세계 반대편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전까지 개발도상국에 컴퓨터를 지원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고상한(?) 사회 활동을 벌여왔던 게이츠의 가치관을 뒤흔들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배설물을 하수로 보내기 위해 대량의 물을 낭비하는 데, 이는 관개시설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가난한 나라, 근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낭비되는 물은 줄이면서 배설물이 퇴비가 되어 에너지로 재활용될 수 있는 영구기관과 같은 화장실이 필요했다. 게이츠는 아주 간단한 조립과 설치로 지속 가능한 생태 화장실을 만들어 저개발국가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게이츠는 화장실 경연대회를 열었고, 그곳에서 입상한 설계 도면을 가지고 직접 화장실을 제작하여 보급했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이러한 게이츠의 독서 습관을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정리했다. 

 


그가 생각 주간으로 모은 책들은 큰 산을 이루어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의 성장 방향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모멘텀이 되었다. 과연 그의 서재에는 어떤 멋진 책들이 꽂혀 있을까? 그의 서재를 정리하며 한 사이트에서는 226권을 올려놓기도 했다. 지면상 그가 읽고 추천한 책들을 모두 소개할 수는 없고 그중에서 최근 책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게이츠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들

바클라프 스밀, 『Energy and Civilization』, 『Should We Eat Meat?』 외 다수
매튜 워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수면과 꿈의 과학(열린책들)』
윌리엄 로젠, 『역사를 만든 위대한 아이디어(21세기북스)』
스코트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민음사)』
캐럴 S. 드웩, 『마인드셋: 원하는 것을 이루는 태도의 힘(스몰빅라이프)』
리드 호프먼(외), 『블리츠스케일링(쌤앤파커스)』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데이비드 맥케이, 『Sustainable Energy: Without the Hot Air』
재레드 다이아몬드, 『어제까지의 세계: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김영사)』
데이비드 M. 오쉰스키, 『Polio: An American Story』
리처드 도킨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김영사)』
비잘 P. 트리베디, 『Breath from Salt』
조슈아 포어,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갤리온)』
피터 버핏, 『워런 버핏의 위대한 유산: 억만장자의 특별한 자녀교육법(라이프맵)』
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타라 웨스트오버, 『Educated: A Memoir』
미셸 알렉산더, 『The New Jim Crow: Mass Incarceration in the Age of Colorblindness』
앤디 퍼디컴,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스노우폭스북스)』
에제키엘 J. 에마누엘, 『Reinventing American Health Care』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현대문학)』
대럴 허프, 『새빨간 거짓말, 통계(더불어책)』
매튜 데스몬드, 『Evicted: Poverty and Profit in the American City』
조 스터드웰, 『아시아의 힘(프롬북스)』
폴 콜리어, 『The Future of Capitalism: Facing the New Anxieties』
에즈라 F. 보걸, 『덩샤오핑 평전: 현대 중국의 건설자(민음사)』
톰 라이트, 『Billion Dollar Whale』
레온 헤서, 『The Man Who Fed the World』
마크 레빈슨, 『더 박스: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청림출판)』
조던 엘렌버거, 『틀리지 않는 법: 수학적 사고의 힘(열린책들)』
한스 로슬링(외), 『팩트풀니스(김영사)』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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