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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휴먼 터치>

01. 차가운 기술에 부족한 한 가지

by BOOKCAST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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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할 수 있는 휴먼 터치
 
인적이 끊긴 한적한 새벽 시간, 커피가 간절했다. 인근에 24시 카페가 한 곳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들어섰는데 나를 반기는 건 투명 강화유리 너머의 로봇이었다.

사람은 그림자도 비추지 않았다. 대신 사람의 상체와 팔을 가진 로봇이 명령을 기다리듯 대기 중이다. 키오스크를 통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결제를 마치자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륵 드륵 원두를 제분하고 꼭꼭 눌러 담더니 커피 머신에 옮기고 컵을 내려놓는다. 커피를 다 내리자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올린다. 로봇의 모니터 얼굴이 미소도 짓고 윙크도 던진다. 물론 커피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외에는 온기를 느낄 수 없었지만.

사진: Cafe X
 

가게 사장은 이제 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손님을 맞이하고, 원하는 상품 내놓는 서비스 과정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다. 고객응대라는 게 원래 복잡한 건 아니지 않나? 남은 건 경쟁력 있는 상품 고민뿐일 테다.

그런데 그렇게 한시름 놓는 순간, 기술이 한계를 드러낸다. 사람을 대신한 기계의 서비스 기술은 고객의 구매 경험에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제 기능을 잃게 된다. 단순하게는 시스템 오작동이나 전산 오류로 구매 문턱에서 고객을 거절할 수도 있고, 데이터 및 정보 유출 등 개인 정보 문제로 사후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혹은 예측되지 못한 고객의 니즈가 있을 때도 기기가 할 수 있는 건 화면에 ‘고객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띄우는 정도다. 이럴 때 내가 고객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수긍하고 넘어갈까?


휴먼 터치가 가능한
1명의 직원이 매출을 바꾼다

 
한번은 스타벅스에서 여러 잔의 음료를 주문 후 픽업 과정에서 음료를 쓰러트려 반쯤 흘린 적이 있다. 그때 점원이 빛보다 빠르게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두시면 저희가 치울게요. 음료는 다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당신이 고객이라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음료를 쏟은 순간, 하늘에서 스포트라이트 핀조명이 내려와서 나만 비추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당황스러운 무대 위로 누군가 나타나서 내 손을 잡아준다.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같이 안타까워해 주고 내가 일으킨 문제를 재빨리 수습한다. 당황스러운 순간은 사라지고 안도감이 찾아온다. 살뜰한 챙김을 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구매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심리적 벽을 느낀다. 부지불식간에 자연스럽게 관문을 통과하여 최종적인 상품 경험에서 만족감을 느끼면 다시금 가게를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소소한 걸림돌들이 층층이 놓여 있다.

그때 직원 누군가 고객의 심리적 벽을 감지하고, 친밀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까지 유도해 준다. 그러면 이 고객은 의식적으로 이 서비스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뭔가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된다.

스쳐 지나는 수많은 점포 중 하나였던 이곳이 해마의 작동과 함께 장기기억 속에 또렷이 새겨진다. 그렇게 자리 잡은 좋은 느낌은 다시 점포를 찾는 원동력이 된다.

결코 로봇과 키오스크가 줄 수 없는 감정이다.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에 공감할 수 있고 고객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배려해 주는 것,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휴먼 터치(Human Touch)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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