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탐정이 된 성녀 (마지막 회)

 

---

 

스쿠타리 병원의 상황은 재난과 같았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나중에 이렇게 썼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스쿠타리 병원은 웅장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눈에 그 병원이 실로 백색 무덤, 질병의 온상임을 알 수 있었다.”
 

왜 그토록 많은 병사가
죽어가고 있었을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나쁜 위생이 명백한 원인이다. 세균은 지저분하고 해충이 들끓는 환경에서 전파된다는 사실을 현대인은 잘 안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이 활약하던 19세기 중반에는 질병이 병원균으로 전파되며 소독제와 청소로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막 밝혀지던 참이었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통계와 도표 부문에서 전례가 없는 혁신을 이뤄냈다. 그녀는 통계가 도구인 동시에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병원균과 그 전파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신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의사가 부지기수였다. 나이팅게일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그녀는 식량과 보급품이 부족해서 사망자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임스》를 통해 널리 홍보하고 기금을 모아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동시에 그녀는 병원을 청소하기 위한 인력을 요청했다. 1855년 봄에 영국에서 ‘위생위원회(sanitary commission)’가 파견되어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오물과 동물 사체를 치웠으며 하수구를 청소했다. 이 일들은 사실 병원을 ‘덜 불쾌한 곳’으로 만들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즉시 사망률이 50퍼센트 이상에서 20퍼센트로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기득권층에게 분연히 맞서다

나이팅게일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했다. 그녀는 마치 리처드 돌과 오스틴 브래드포드 힐처럼 충분히 그리고 세심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면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의 꼼꼼한 기록 관리는 위생위원회의 작업 이후 이뤄진 극적인 개선을 매우 명확하게 만들었다.
 
나이팅게일은 전장에서 돌아온 후 빅토리아 여왕의 부름을 받았다. 그녀는 육군의 보건을 조사하는 왕립위원회를 지원해 달라고 여왕을 설득했다. 또한 낮은 출생 신분 때문에 기득권층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윌리엄 파를 위원으로 추천했다. 결국 파는 무급 자문으로 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었다.
 
나이팅게일과 파는 나쁜 위생이 야전병원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대다수 군부 및 의료계 전문가는 이 교훈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생 문제는 한 번의 전쟁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병영과 민간 병원 및 다른 곳에서 지속해서 발생하는 공중보건의 재난이었다.

두 사람은 더욱 나은 공중보건 조치과 임대 부동산의 위생에 대한 한결 엄격한 법률 그리고 전국 병영과 병원의 위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나이팅게일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간호사였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녀는 남자들의 세상에 속한 여성이었으며, 의료계와 군부의 기득권에게 당신들은 틀린 방식으로 일해왔다고 말하고 옳은 방식에 따르도록 설득해야 했다.
 
당시 의료계 수장은 의료 총책임자였던 존 사이먼(John Simon)이었다. 사이먼 박사는 1858년에 전염병 환자의 사망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썼다. 추가적인 사망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이었다. 나이팅게일은 사이먼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일에 나섰다.
 
윌리엄 파의 딸인 메리는 아버지와 나이팅게일이 협업 초기에 나눈 대화를 엿들었던 적이 있다. 메리의 회고에 따르면 파는 기득권에 맞서서 목소리를 높이는 일의 위험성에 대해 나이팅게일에게 경고했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적이 많이 생길 겁니다.” 그러자 나이팅게일은 몸을 곧추세우며 “전쟁터도 겪은 마당에 총 쏘는 건 일도 아니에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나이팅게일은 친구인 전쟁부 장관, 시드니 허버트에게 편지를 써서 “나는 분노에 휩싸일 때마다 새로운 다이어그램으로 화풀이한다”고 말했다. 통계는 그녀가 진실을 인식하는 망원경이었다. 이제 그녀는 다른 모든 사람도 진실을 보게 해주는 다이어그램이 필요했다.
 

나이팅게일의 장미 도표: 동부 전선 육군 병력의 사망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