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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솔로 사회가 온다>

01. 결혼을 안 하면 정말 고독사할까?

by BOOKCAST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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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와 뇌과학자 ‘나카노’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라카와: 자신에게 맞거나 안 맞는 것들이 있죠. 예를 들면, 솔로 중에는 셰어하우스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카노: 아, 공감이 확 되네요.
 
아라카와: 그런 사람들은 집에 돌아왔을 때, 왁자지껄하거나 불이 켜져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주 캄캄하고, 아무도 없어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죠.
 
나카노: 충분히 이해됩니다.
 
아라카와: 나카노 씨는 결혼하셨는데도 공감하시나요?
 
나카노: 죄송합니다. 남편을 좋아하지만, 그가 집에 있으면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혼자서 30분이라도 마음 편히 자고 싶을 때도 있고요. 이런 감각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아라카와: 역시 결혼을 하거나 타인과 함께 사는 일이 맞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카노 씨가 말씀해 주셨듯이 개인의 애착 유형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결혼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신자라면 누구나 ‘결혼 안 하면 고독사한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듣는데요. 고독사 문제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고독사하는 사람의 대다수는 이전에 기혼자였던 사람입니다. 현재 고독사하는 75세 이상의 사람들을 예로 들어보자면, 그들은 일본에서 개혼(거의 모든 사람이 결혼하는 일을 의미한다) 시대라고 하는, 거의 100%가 결혼하던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고독사하는 사람은 대부분 과거에 결혼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카노: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죠.
 
아라카와: 그러니까 ‘결혼 안 하면 고독사한다’가 아니라 ‘결혼해도 고독사한다’는 말입니다.
 
나카노: 독신이냐 기혼이냐는 그다지 관계가 없고, 오히려 독신이 이런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준비할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아라카와: 그렇습니다. 결혼은 의무가 아니므로 고독사가 두렵다고 무리하게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라카와: 다시 말하지만, 결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이라는 독일 철학자가 말하길, 지금은 무엇이든 소비하는 욕망의 시대이며 결혼도 소비 활동의 하나라고 합니다.
 
나카노: 매우 흥미로운 사고방식입니다. 결혼을 경제 활동으로 보는군요.
 
아라카와: 결혼은 사랑이라는 등 이야기되지만, 결혼도 하나의 욕망을 소비함으로써 충족되는 것이니까 사실은 소비라는 겁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역시 그렇군’ 하고 이해했습니다.
 
나카노: ‘소비되는 가치’라는 관점에서 인간관계를 해석하는 시각이 재미있네요. 종신 고용이나 연공서열 제도가 아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시절에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한 단계 아래로 평가하는 암묵적인 구조가 있었지요. 그 이유는 요컨대 ‘인질’ 때문인 거죠. 회사를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움직이게 하려면 독신보다는 가족이 있는 쪽이 더 편리하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조직체 안에서 무언가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수행할 수 없는 일을 시킬 때, “네 아이와 부인, 어떻게 되어도 모른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들어간다면서?”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따를 거라고 생각했겠죠.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통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요컨대, 독신에게는 고삐를 달 수 없으니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없다.’ 이런 사고방식은 내 집 마련과 관련해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해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이직률을 낮추려는 구조가 아닐까요? 그래서 장기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은 지위를 높여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착취 구조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결혼하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논리에는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솔로인 사람이 약간 열세일 수밖에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가요?
 
아라카와: 원래 무사를 위한 체계였던 가부장 제도를 서민에게 적용한 것은 확실히 그런 이유 때문이죠. 옛날에는 논밭을 저당 잡혀서 “너, 말 안 들으면 논밭 뺏어버린다”라는 말을 듣기 싫으니까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농민의 삶에서 벗어나 논밭이 없는 도시형 생활을 하는데요. 이제는 가족이 논밭을 대신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 그들을 위해 너는 일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거죠.
 
나카노: 그래서 인질이 없는 사람, 즉 독신자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을 시키지 않는군요.
 
아라카와: 그렇습니다. 인질이 없으면 쓸모없다고 판단하는 거죠.
 
나카노: 그렇군요.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도덕론보다는 기업 논리와 관련이 있었네요.
 
아라카와: 결국, 결혼도 기업 논리와 연관되는 거죠. 개혼 사회란 기껏해야 최근 100년 정도 된 이야기이니까요.
 
나카노: 그래서 직원들의 결혼 상대가 될 부인 후보를 회사가 준비하는 겁니다. 조금 난폭하고 극단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즉 인질 후보죠.
 
아라카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유통, 소매업 쪽에 그런 경우가 많았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여성 점원을 많이 채용합니다. 그러면 남녀 성비가 상당히 불균형해져서 남성이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게다가 대졸 남성은 한 해에 몇 사람 정도만 들어오기 때문에 여성 동기 사원은 몇백 명이 됩니다. 그러면 미남이 아니어도 희소가치가 생겨서 인기가 많아집니다.
 
나카노: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네요.
 
아라카와: 자기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돌봐줄 파트너를 찾는 일이 여성에게 결혼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중에서 가장 출세할 가능성이 높은 남성을 선택하는 거죠. 이전에는 이런 ‘경제 활동으로서의 결혼’이 일반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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