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독신 연구가 ‘아라카와’와 뇌과학자 ‘나카노’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라카와: 국가가 추계한 인구 구조와 소비 지출에 맞추어 생각하면, 2030년에는 솔로 소비가 가족 소비 지출을 앞지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독신도 포함한 예측입니다. 혼자 사는 독신으로만 한정하면 가족 소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금 부모님에게 얹혀사는 사람이 매우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가살이가 제일 현명하거든요. 부모에게 집세를 낸다고 하더라도 혼자 집을 빌려 월세를 내는 것보단 훨씬 싸니까요.
나카노: 본가의 시설도 사용할 수 있고요.
아라카와: 고지식한 사람은 백수니 기생충이니, 급기야는 ‘아이 방 아저씨’(사회인이 되어서도 부모님 집의 아이 방에 얹혀사는 중년 독신 남성을 놀리는 말-옮긴이)라 부르며 야유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혼에게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입니다.
나카노: 그렇죠. 합리적이죠.
아라카와: 맞습니다. 오히려 합리적이라서 솔로가 증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인은 모두 고독해지느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고독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 이유로 고독은 술, 담배와 거의 같은 정도로 건강에 좋지 않다든지 다양한 것들이 이야기되는데요.
나카노: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죠. 고독이라는 말이 굉장히 쓸쓸하고 불쌍한 이미지와 연관되어 있고, 또 솔로인 사람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도 말하잖아요.
아라카와: 너무하네요(웃음).
나카노: 실제로는 그렇지 않잖아요. 혼자 있음으로써 치유되는 상처도 있고요.
아라카와: 그렇습니까?
나카노: 사람을 만나면 신경 쓰고 생각도 해야 하니까 뇌가 엄청 많은 에너지를 쓰거든요. 그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치유에 집중하고 싶다면 혼자 보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치란’이라는 라멘집이 있는데요. 일반적인 바 형태 좌석이 아니라 칸막이가 세워져 있어서 벽에 둘러싸여 식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왁자지껄 떠들며 먹기보단 홀로 조용히 먹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도 많지요. 혼자 밥 먹는 것을 ‘혼밥’이라고 하잖아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면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귀가 후 홀로 식사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꽤 있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체중이 늘기도 한다네요.
아라카와: 모두와 함께 밥을 먹으면 대화하기 귀찮다든가,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나카노: 그렇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당하거나, 여성이라면 “평소에 직접 요리 안 해 먹니?”와 같은 심리적 압박이 가해지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데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혼밥을 합니다.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먹는 행위를 선택한다는 말인데요. 모두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에게 혼밥이 치유 행위로서 기능합니다.
아라카와: 그것은 만국 공통일까요?
나카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행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죠. 일본은 하이콘텍스트(의사소통으로 공유되는 체험이나 감각, 가치관 등이 많고, 이심전심으로 의사 전달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한 문화) 사회로서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정도가 더욱 높지 않을까요? HSP 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말도 2020년에 들어서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죠.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과민하게 반응하여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을 말합니다. 일본에서 현저하게 보이는 현상일 수도 있고요. 그 부분은 나라마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제대로 연구하지 않으면 모르지만요.
아라카와: 미국인은 홈 파티를 자주 한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나카노: 그렇습니다. 미국인은 홈 파티를 자주 하고요. 유럽 사람도 다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합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유학했는데요. 프랑스 사람들은 점심을 두 시간에 걸쳐 충분히 먹습니다. 일본인도 회식으로 친분을 쌓으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과의 식사가 조심스러워져서 여기저기서 회식이 취소되는 분위기입니다.
아라카와: 이와 관련해서 일본, 미국, 중국, 한국 고등학생의 ‘혼밥률’(점심, 저녁)을 비교한 국제 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나카노: 오, 그거참 흥미로운 데이터네요. 아라카와 각국의 고등학생이 혼자서 식사를 하는 비율입니다. 정말 놀라운 점은 미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중국인뿐입니다. 대부분 저녁을 가족과 함께 먹는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는 저녁을 혼자서 먹는 고등학생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나카노: 정말 재미있네요. 역시 고독은 치유 행위인 걸까요? 인류 공통의 현상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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