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맛만 있으면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맛에 대해 굉장히 집중한다. 하지만 이렇게 집중해서 맛있게 만들어도 생각한 것처럼 손님이 많이 오지 않으면 맛있는 우리 음식을 알아주지 못하는 손님들이 야속할 뿐이고, 동네 수준이 우리 음식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원망하기도 한다. 나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핑계를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장사가 안되고, 재료의 순환이 느려지고,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지고, 결국 원가를 줄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장사가 더 안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물론 손님이 우리 식당에 만족하고 가게 문을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인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음식의 맛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상대적이기도 하고 다분히 주관적이기도 하다. 오늘 낮에 먹은 점심이 정말 맛이 없어 먹다 말고 나왔다면 지금 먹는 저녁이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더라도 배가 고프니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고, 식당에 들어오기 전에 시비가 붙어 싸우고 들어왔다면 세계 제일의 쉐프가 만든 음식이라도 맛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맛으로만 승부하기가 정말 어렵고 힘든 것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식당은 맛 외에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
손님으로 식당에 갔을 때 그 식당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음식을 맛보기 전에는 가게의 전체적인 청결함도 살피고, 직원의 옷차림새, 주문받는 말투와 표정, 나오는 물병과 컵 그리고 테이블의 깨끗함, 심지어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까지도 식당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여기까지가 음식이 나오기 전의 상황이다.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식당에 대한 판단이 이미 어느 정도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음식이 나와서 첫술을 뜨는 순간 “역시 이 집은 음식도 맛있네.”와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하는데 음식이 맛있을 리 없잖아.”와 같은 말로 판단해 버린다. 음식을 여러 번 먹고 그 맛을 음미한 것도 아닌데, 이미 식당에 대한 평가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혹은 평가를 유보하며 그저 식사 본연의 목적인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먹고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부족한 반찬을 알아서 챙겨준다던지, 혹 불편한 것이 있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려는 식당의 배려를 느낀다면 이 집은 다음에 또 와도 되는 집으로 생각하면서 음식을 먹게 된다. 맛보다는 맛 외의 다른 기준으로 식당을 판단하는 것이다. 식당을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히 음식의 맛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서비스에서 답을 찾다”
12년이란 세월을 식당에서 보내고 난 뒤에야 식당은 음식 맛으로만 승부해야 한다는 기존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맛있는 음식만으로 손님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손님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느끼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식당에서 참 많이 접하는 단어이다. 식당에서 서비스라는 단어를 듣거나 말하는 손님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장님 이렇게나 많이 먹었는데, 서비스 안 주세요?”
“이 집 서비스가 엉망이네.”
식당에서 손님이 생각하는 서비스의 조건에는 ‘기분 좋게’가 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공짜’도 들어간다. 손님이 반찬을 달라고 해서 챙겨주는 것과 식당에서 알아서 챙겨주는 것은 다르다. 같은 행위임에도 손님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주 다르다.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음료수 하나도 서비스 안 줘요.”라고 해서 나가는 서비스와 손님이 요구하기 전에 “많이 드셨으니 제가 서비스로 음료수 하나 드릴게요” 하며 나가는 것은 같은 행위이지만 손님이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손님이 요구하니까 주는 것이고, 후자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혹은 기대도 안 했는데 알아서 그것도 공짜로 챙겨줬으니 더 기분 좋게 느끼는 것이다.
식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기분 좋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손님을 더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함을 깨달았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서비스의 개념보다 식당에서의 서비스는 비슷하지만 무엇인가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여러 해 식당을 하면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식당 서비스’의 개념을 만들었다.
“식당 서비스란 ‘손님을 기분 좋게 하여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공하는 모든 유・무형의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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