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반려견을 입양한 후 첫 한 달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평생을 좌지우지합니다. “반려견은 어릴 때 데려와야 훈련이 잘 된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동의학이나 행동학 관련 책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여건상 실내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반려동물을 선호하게 되면서 시작된 건 아닌가 싶습니다.
반려견은 크기보다는 동종의 다른 반려견보다 모량이나 혈통이 좋고 체형이 멋진 게 좋습니다. 그저 크기만 작은 반려견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반려견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건강 체크보다 더 중요한 건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자랐느냐?”라는 것입니다. 좋은 환경이란 태어나서 부모, 형제자매들과 최소한 3~4개월까지 함께 생활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부모와 형제자매들과 물고 뛰어놀면서 사회생활 예절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화교육 과정이 생략되면 물거나, 울거나, 짖거나 하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이 되기 쉽습니다. 사회화교육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알지만 많은 보호자가 “바빠서, 어디서 배우는지 몰라서, 귀찮아서, 괜찮겠지?”라고 하면서 그냥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예를 들어, 어미 개가 출산할 때 폐사했다든지 가족 구성원들의 질병 감염 등) 입양받은 보호자들이 해줘야 할 퍼피스쿨이 있습니다.
보통 퍼피스쿨은 가까운 동물병원과 펫유치원, 펫숍, 애견카페, 훈련소 등에서 이루어집니다. 반려견의 성격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과 후천적으로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형성됩니다. 사회화교육에 가장 좋은 시기는 생후 3주에서 12주 사이입니다. 조기교육이 중요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반려견도 이때 좋은 습관을 가지면 사람과 반려견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이 서로를 이해하고 올바른 방법을 교육받는다면 서로가 존중하고 신뢰하는 사이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어서 와, 우리 집은 처음이지?”
반려견을 데려온 보호자는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는 생각에 무척 들뜨고 설렙니다. 아마도 현관문을 활짝 열고 데리고 들어가겠죠. 반려견 주위로 온 가족이 둘러쌀 것이고 저마다 귀엽다, 예쁘다 같은 말을 건넬 겁니다. 반려견의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기도 하겠지요.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반려견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강아지 A: 야호, 나도 가족이 생겼어. 신난다!
강아지 B: 멍멍, 멍멍!(당황해서 짖거나 무서워서 꼬리를 내림.)
강아지 A와 같은 반응일 거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현실은 강아지 B와 같은 반응이 많습니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을 접하면서 강아지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엄마, 형제자매들과 떨어지게 된 것도 마음이 안 좋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당황하고 무서워하는 반려견에게 먼저 배려해주어야 합니다.
낯선 공간, 반려견은 두렵다.
보호자가 품 안에 안고 들어가든 이동가방에 넣어서 들어가든 간에 반려견이 너무 놀라고 당황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소리를 내거나 우르르 모여들거나 하는 것보다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합니다.
집 안에 들어 온 후에는 집 구경을 시켜줍니다. 바닥에 내려놓고 스스로 둘러볼 수 있게 합니다. 집에 먼저 키우던 반려견이 있다면, 새로운 반려견이 들어올 때 기존 반려견을 현관 앞에 세워두고 함께 맞이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이동가방이나 크레이트(이동장)를 열어서 새로 온 반려견이 스스로 나와서 기존 반려견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유도합니다. 그래야 둘 다에게 스트레스를 덜어줄 수 있습니다.
기존에 키우던 반려견이 새로 온 반려견을 만나보지 못한 상황에서 주위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면, 샘이 나서 공격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대를 접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반려견이 앞으로 지내게 될 집은 되도록이면 구석지고 안정된 곳으로 자리를 잡고 반려견이 스스로 들어가서 탐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집은 반려견 보호자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방석형이나 동굴형을 많이 선호합니다. 반려견이 평소에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이불 등을 갖고 와서 미리 넣어두면, 제일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이 머무는 공간에 물고 놀 수 있는 딱딱하고 탄성이 있는 장난감과 봉제 장난감을 넣어주어 편안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간식을 넣을 수 있는 장난감에 치약처럼 짜먹는 영양제나 습식사료를 발라주면 반려견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반려견의 환경 분별력이 떨어져 화장실과 집을 구별하기 힘들어하고 집 안의 물건을 핥거나 물어뜯는다면, 반려견집 앞에 울타리를 설치합니다. 우리가 어린아이를 키울 때 아이의 손에 닿지 않도록 물건을 치우는 것처럼, 반려견이 건들 수 없도록 물건들을 치워줘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점을 간과합니다. 화분이나 물건을 그대로 두었다가 반려견이 물어뜯으면 반려견만 탓합니다. 사리분별을 못 하는 반려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물고 놀 수 있게 방치해둔 보호자의 잘못인데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과 반려견을 분리하는 것이 울타리입니다.
울타리에서 꺼낼 때는 문을 통해 나오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보호자가 귀찮아서 위로 안아서 꺼내면, 반려견은 울타리를 나가려면 뛰어넘어야 한다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반려견은 탈출하려고 뛰기 시작합니다. 반려견이 울타리를 나가려고 날뛰어 골치 아프다고요? 스스로 배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려준 것입니다. 반려견은 보호자를 보고 따라 배웁니다.
'취미·레저 > <어서와 반려견은 처음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 반려견과 함께하는 행복한 교육 시간 (0) | 2020.06.26 |
---|---|
04. 처음 만난 반려견, 처음 하는 질문 (0) | 2020.06.25 |
03. 반려견과 사람 사이, 규칙을 정하세요. (0) | 2020.06.25 |
01. 반려견 입양 전, 이것만은 꼭 알아보세요. (2) | 2020.06.25 |
00. <어서와 반려견은 처음이지?> 연재 예고 (1) | 2020.06.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