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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생각의 보폭>

06. 현대에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유

by BOOKCAST 2022.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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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정보의 실체

정보라는 건 구체적일수록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큰 뜻을 품어라’라는 추상적인 조언에 굳이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 식당에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 요리가 맛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혹되어 그런 정보를 모아놓은 잡지나 책을 구매한다. 정보는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 ‘정보는 공짜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보에 사로잡혀 그 식당의 요리를 먹는다면 이것은 이미 공짜가 아니다.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은 무료 정보, 즉 광고를 한다. 세상에 널리 확산된 정보의 90% 이상은 이 같은 광고다.

언론매체의 보도도 지금은 그 대부분이 광고다. 내가 어릴 적의 사건・사고를 알리는 기사보다도 그 비율이 높다(대략 두 배가 넘지 않을까). 공정한 보도로 보이는 기사조차도, 언론이 공정하다고 믿고 있는 기사조차도, 결국 누군가의 비즈니스를 돕고 있다. 돈을 버는 본인이 정보를 발신하는 장본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에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어째서 이 같은 일이 되어버린 것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히 그 원리를 알 수 있다. 본디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나름으로 비용이 든다. 따라서 진실을 알리는 보도가 공짜로 배포된다면 명예욕(눈에 띄고 싶다,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나 희생정신에 의한다. 명예욕에 의한 보도는 결국 발신자의 이익이기에 제외하면 결국 희생정신이라는 소수의 멸종 위기종밖에 남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다. 따라서 무상으로 배포되는 정보의 대부분은 나름의 대가를 얻는 어느 누군가가 유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기자가 발품을 팔아서 뉴스의 기삿거리를 발굴하여 조사한 뒤 기사로 썼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를 알리는 장소로 기자들이 모이고 ‘정보는 이렇다’며 배포되는 콘텐츠를 곧이곧대로 받아서 뉴스로 내보낼 따름이다. 그러하기에 TV 뉴스나 신문기사를 보고 ‘어디나 똑같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의 뉴스 보도가 ‘왠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은 세상을 어느 정도는 추상화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 사람의 눈에 지금의 언론매체의 보도는 매우 ‘이상하게’ 비친다.

 



구체적인 것에 사로잡힌 현대인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정보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옛날에 비하여 지금 젊은 사람들은 주어지는 정보에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불리고, 또 다른 사람들과 다르면 따돌림을 당한다. 다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지적하면, ‘얕잡아보는 태도’라며 이유도 모른 채 미움을 받는다. 나는 ‘시시하게 분위기 같은 것은 읽지 마라’ ‘좀 얕잡아보는 시선을 가진들 어떤가’라고 말하고 싶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판단은 뒷전으로 미루고 여하튼 필사적으로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려고 한다. 그 세상의 흐름이라는 게 대단한 건 아니다. 티끌만 한 작고 구체적인 정보다. 무엇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사러 달려가고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면 서둘러 달려가 줄을 서고 구매하는 모습이 연일 TV를 통해 보도된다. 인터넷의 ‘알림’에 젊은 사람들은 마치 최면술에 걸린 듯 우왕좌왕 허둥댄다.

그런 것으로밖에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고 믿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점차 그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알게 된다. 하지만 비극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다는 것이다. 또 나이를 먹은 뒤에도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내구체적인 정보에 휩쓸려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끝까지 모르는 채로 사는 게 행복할지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매우 논리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는걸. 어느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포인트가 쌓인다, 저 가게는 몇 시에 가면 할인된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인생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는 양 다룬다. 그런 사람일수록 타인을 상대로 아무래도 좋은 험담을 늘어놓고 누가 누구와 사귀는지, 저 사람이 입은 옷은 싸구려라는 식의 이야기밖에는 하지 않는다. 넓어진 생각의 보폭으로 흐릿하게 보면 구체적인 사소한 정보를 훌쩍 초월해 그저 흘려보내는 방식의 인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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