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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떠난 뒤 맑음>

03. 순수하고 착한 아이니까, 곧 돌아올 거예요.

by BOOKCAST 2022.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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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옆집 부부가 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에드워드와 앨리스 벌링턴 부부는 선량한 사람들이지만, 이래서야 마치 옆집 사람이 달려와야만 할 만큼 심각한 사태가 이 집에서 일어난 것 같지 않은가.
언제 온 거야?”
그 사람들을 가리키며 아내 리오나에게 일본어로 슬며시 물었더니,
아까. 경찰차 왔을 때.”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사카 우루우는 영 마뜩잖다. 에드워드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안의 말을 건네는 것도, 앨리스가 커피를 권하는 것도. 신고를 받고 바로 와 주었지만 30분도 안 돼 돌아간 경찰 둘이 하나같이 애들처럼 어려 보였던 것도, 현재로썬 사건성이 없다는 둥 의례적인 말만 했던 것도. 사건이 되고 나선 늦으니까 신고한 것인데.
순찰 차량에는 연락을 해 두었으니까요.”
뚱뚱한 흑인 여성 경찰이 말했다.
근처에 있으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루우가 성난 기색을 드러내자 여성 경찰은 목을 움츠리며 양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태연한 표정이었다. 눈곱만큼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고, 진심으로 찾으려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편지 보셨죠? 내용도 설명했고요. 그 애들은 산책 나간 게 아니라 더 멀리 가려고 하는 겁니다. 더구나 한 아이는 돈을 갖고 있어요. 부모의 신용카드도. 지금쯤 암트랙을 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점심 무렵부터 안 보였으니 이미 다른 도시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여성 경찰은 또다시 목을 움츠렸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이.
필라델피아일지, 볼티모어일지 누가 압니까.”
우루우는 말을 이었다.
나이아가라! 그래, 나이아가라일지도 몰라. 전에 가족끼리 다녀온 적이 있어요. 폭포를 보러. 거긴 관광객들 천지라서 일본 애들이 있다 한들 눈에 띄지 않고,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캐나다예요. 거기라면 걸어서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걸 레이나는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여성 경찰의 지극히 침착한 어조에 우루우는 화가 났지만, 자신의 요구  여기고 저기고 다 찾아다녀봐 달라  가 지나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막연한 추측에 의미가 없다는 것도. 만약 이츠카가 서해안행 항공권을 구입했다면? 아니면 플로리다행? 디즈니랜드건 월드건 그런 곳을 목표 삼아.
선생님.”
다른 한 경찰  남미계로 보이는 생김새에 체격이 왜소한 남성 경찰  이 끼어들었다.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습니다.”
또다시 위 노우(We Know) 였다.
하지만, 저희로서는 오늘 밤 이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우루우도 실은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서,
딸아이는 아직 열네 살입니다.”
하고, 매달리는 심정으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좀 전에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따님은 혼자가 아니라 사촌 언니와 함께이고, 편지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찾게 되면 바로 보호 조치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남성 경찰이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려 했을 때였다. 우루우로서는 어이없게도 여성 경찰이 선 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아마도 앨리스가 내주었으리라).
선생님.”
현관 입구에서 남성 경찰이 돌아보았다.
한 가지 조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따님들이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신다면, 신용 카드를 정지시키세요.”
그 왜소한 남미계 젊은이는 그렇게 말하고, 바람둥이 같은 미소까지 여유롭게 흘렸다.
괜찮아요.”
또 다시 앨리스가 우루우의 등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이츠카가 함께 있고, 레이나는 순수하고 착한 아이니까요. 틀림없이 곧 돌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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