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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06. 휴대전화의 평면 세상을 초월하다.

by BOOKCAST 2022.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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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3차원이다. 따라서 시각적 경험도 3차원적이다. 그러나 여태껏 인간의 생각을 담는 도구는 늘 2차원 형식으로 존재했다. 갑골문, 죽간, 종이부터 오늘날의 스마트폰, TV, 영화까지 모두 2차원이다. 영화의 특수효과, 특히 IMAX-3D 기술은 관객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지만 실재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관객 스스로 자신이 영화를 보고 있음을 ‘안다’는 것이다. ‘3D’ 안경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 세계의 물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스크린을 가리는 앞 좌석 관객의 ‘머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 영화일 뿐임을 수시로 알려 준다.

3차원 시각적 경험, 더 나아가 4차원 가상 현존감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던 목표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휴대전화 평면 스크린이 보여 주는 세계를 뛰어넘을 날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산업 판도의 대변혁이 예고됐다. 스마트폰이 확립한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성숙을 거쳐 퇴보의 단계로 돌입 중이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단말기의 탄생이다. 3차원 시각적 경험은 가상과 현실의 관계에 따라 VR, AR, MR, XR, 이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VR(가상현실) 기술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공의 세계처럼 현실 세계 너머의 가상 세계를 느끼게 해 준다. AR(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 준다. 차량 탑재 HUD(Head Up Display)가 전형적인 AR 응용이다. 차량 전면 유리창에 디스플레이된 운행 정보를 통해 운전자는 물리적인 도로 위에서 가상의 도로표지를 ‘볼’ 수 있다. MR(혼합현실)은 가상 환경에 현실 정보를 부가한다.

MR과 AR이 헷갈리기 쉬우니 여기에서 간단히 알아보자. AR의 시각적 환경은 현실이며 현실을 바탕으로 가상의 물품을 창조한다. 이에 반해 MR은 시각적 환경이 가상이며 가상을 배경으로 현실의 물품을 창조한다. 실제 응용에서는 이 두 기술이 빠르게 융합되고 있다. XR(확장현실)은 가상과 현실이 더 긴밀히 융합되는 것으로 ‘가짜를 진짜로 여길 때, 진짜는 가짜와 같아지고,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여길 때, 있는 것은 없는 것과 같아지는’ 경지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가상현실’은 VR, AR, MR, XR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통합해서 쓴 표현이다. 영문 약자 ‘VR’을 사용한 경우는 좁은 의미의 ‘가상현실’, 즉 ‘Virtual reality’를 가리킨다.

1935년, 스탠리 웨인바움(Stanley Weinbaum)의 SF 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Pygmalion’s Spectacles)』에서 작가는 아주 특별한 안경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안경을 쓰면 마치 실제로 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고, 듣고,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1962년, 미국의 영화 촬영 기사였던 모튼 하일리그 (Morton Heilig)는 최초의 VR 디바이스인 센소라마(Sensorama)를 발명했다. 센소라마는 SF 소설 속 안경이 현실에서 구현되었음을 보여 준다. 이 디바이스는 고정 스크린, 3D 스테레오, 3D 디스플레이, 진동시트, 팬(바람 부는 상황의 시뮬레이션) 및 냄새 생성기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크기가 엄청나게 크지만 형상화 효과는 안타까울 정도로 형편없었다.

20세기에 TV 기술도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었던 그때, 센소라마는 벌써 가상현실의 개념 몇 가지를 보여 줬다. 센소라마는 인간의 감각기관 중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가상현실을 ‘인간의 감각기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이 이상은 소비품 분야에서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1968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는 오늘날의 VR 디바이스 개념에 가장 가까운 VR 글라스의 초기 모델을 발명했다. 센소라마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러나 이 HMD(Head Mounted Display)는 너무 무거워 따로 머리 위에 매다는 설비가 있어야만 조금이나마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재료, 통신, 형상화 기술,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VR 디바이스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처리 능력은 향상되었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VR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VR 업계 강자의 등장으로 2015~2016년 가상현실 산업 붐이 일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게임개발업체와 장비업체에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를 던져 줬다. ‘홈코노미(Home Economy)’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오락, 게임, 커뮤니케이션 수요의 성장을 촉진시킨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의 VR 콘텐츠 수량은 이미 5,554개나 된다. 여기에 오큘러스, 바이브(VIVE), 피코(PICO) 등 플랫폼을 더하면 현재 주류 게임 플랫폼에 올라온 VR 콘텐츠는 만 개가 넘는다. VR은 이미 ‘이용자 증가-장비 개발업자와 콘텐츠 개발자 수입 증가, 장비 체험감 상승과 콘텐츠 지속적 다양화-이용자 지속적 증가’의 선순환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하프라이프 알릭스 게임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슈퍼데이터(SuperData)에 따르면, 2020년 출시된 하프라이프 알릭스 게임 하나가 거둔 이익이 2019년 출시된 모든 VR 게임의 이익 합계보다 많았으며, 2020년 전 세계 VR 게임 이익은 동기 대비 25% 성장해 5.89억 달러에 달했다. 2020년 스팀 VR의 세션 수는 1.04억 회에 달했고 신규 이용자는 170만 명에 달했으며(처음으로 스팀 VR을 사용한 이용자 수), VR 게임 시간은 2019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스팀 플랫폼의 월간 VR 디바이스 접속 대수가 끊임없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그중 오큘러스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스팀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스팀 플랫폼 신규 VR 이용자는 170만 명이고 월간 활성 VR 이용자는 205만 명이었다. Roadto VR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스팀 내 월간 VR 디바이스 접속 대수는 이미 250만 대를 넘어섰으며 끊임없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VR 소비시장의 50% 이상을 점령했다. 2021 3월 스팀 플랫폼 월간 접속 VR 디바이스 중 58%가 오큘러스 제품이었다.

차량 탑재 HUD(Head Up Display)는 가장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AR 기술이다. 운전자가 고개를 숙일 필요 없이 차량 전면 유리를 통해 운행 속도, 내비게이션 등 기본적인 운전 정보를 볼 수 있다. HUD는 이미 운전자의 주의력을 높이는 중요한 툴이 되었다. 다만 고가의 비용 탓에 고급차에만 응용된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평소에 운전하면서 전방만 뚫어져라 응시할 필요는 없으니 계기판 좀 힐끗 보더라도 큰 지장이 없기는 하다. 그러나 조종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전투기 조종사는 단 한 순간도 전방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주의력을 흩트리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HUD도 애초에 조종사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었다.

비행 훈련에 필요한 장비는 결코 단출한’ HUD 시스템 하나만이 아니다. 영화 <캡틴 파일럿>은 조종석 유리창이 갑자기 깨진 극한 상황에서 항공기를 조종해야 했던 실화를 스크린에 담았다. 기장은 고도의 상공에서 가까스로 비행기를 제어하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시속 수백 킬로미터의 강풍과 살을 에는 추위에 맞서다 결국 무사히 활주로에 착륙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조종 경험은 현실 세계에 서라면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다. 일단 발생하면 비행기 파손은 말할 것도 없고 심각한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장은 뛰어난 비행 실력과 용기, 그리고 운이 따라준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조종사는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비구름을 뚫거나 버드 스트라이크, 조종석 유리창 파열, 엔진 작동 불능 등 극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런 훈련은 필수적인 것으로 이런 사고에 대처해 본 경험이 없는 조종사의 비행기를 타고 싶은 승객은 없을 것이다. 반면 비행기를 조종해 보지 않으면 이런 극한 상황을 겪을 수도 없다. 이러다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따지는 답 없는 질문만 되풀이하게 된다. 해결 방법은, 시뮬레이터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시뮬레이터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실제처럼 재현하는 까닭에 조종사는 강한 현존감을 느끼게 된다. 시뮬레이터에서 조종사는 비행 기술을 익히고 압력 저항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실제로 조종사는 이미 비행기 조종에 있어서 달인 수준에 이르렀더라도 각종 돌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민첩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의 훈련을 한다.

우주비행사는 시뮬레이터를 활용한 모의 훈련밖에 할 수 없다. 달에 가거나 화성에 가는 고난도 동작을 해 본 사람이 전무하거니와, 지구에는 달, 화성과 같은 자연환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우주비행사들의 훈련을 위해, 관측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달, 화성과 흡사한 환경을 마련한다.

가상현실 기술은 이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이 정도 기술은 우주비행, 군수 산업 등 특수한 영역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모의 조종석 하나를 만드는 데도 비행기 제조비용보다 더 많이 들 만큼 엄청나니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고비용은 가상현실 기술의 보급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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