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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클라우드 국가가 온다>

09. 디지털 노마드가 디지털 아나키스트로

by BOOKCAST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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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는 어나니머스처럼 투쟁하는 집단은 아닙니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가 지나간 흔적을 보면 꽤 파괴적입니다. 디지털 노마드 흐름의 두 번째 웨이브에서 세 번째 웨이브로 넘어가는 시기, 그러니까 디지털 노마드가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노마드의 환상을 파는 비즈니스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노마드로 사는 화려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내 콘텐츠를 사면 이렇게 멋지게 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입니다. 상자를 열어보면 대부분 편법을 써서 파워블로거가 되는 방법, 아마존에서 배송 대행을 하는 방법 등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입니다. 한 마디로 과대포장 상품이지요.
 
세금 문제는 해당 국가에 더 뼈아픕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이 발리에서 노마드로 산다면, 어디에 세금을 내야 할까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납세하려고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탈세가 일어납니다. 확실한 건 그가 머무는 발리에 세금을 낼 일은 없습니다. 그 도시의 인프라를 사용하는데도 말이죠. 요즘 노마드들은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받기도 한답니다. 이러면 과세 문제는 더 미궁으로 빠져버립니다.
 
이런 도시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성매매는 불편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노마드가 모이는 곳마다 현지 성매매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서양에서 온 젊고 부유한 백인 남성들이 현지 여성들을 그리로 내몬 셈이지요. 보통 이런 문제의식을 자각하지 못하는 노마드들이 그 도시에 몇 년씩 거주하면서도 비자와 세금 문제를 편법으로 해결하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왕처럼 사는 것을 죄의식 없이 드러내곤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디지털 노마드 웨이브가 글로벌 기업 풀타임 노마드의 시대가 되리라라고 전망합니다. 안타깝게도 리모트 워크가 가능한 노동자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체로 북미나 유럽출신의 고소득 IT 기술자들일 겁니다. 지금처럼 디지털 노마드의 모럴 헤저드 문제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미래에는 제3세계 노마드 도시들이 디지털 식민지화될 것입니다. 이들은 노마드로 살면서 플랫폼을 이용하고, 현지인들은 저임금 플랫폼 노동자로 내몰릴 것입니다. 생활형 하청 노동자만 양성할 뿐이겠지요. 심하게는 디지털 노마드가 조직적으로 불법이나 범죄를 일으켜도 사회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도시에 피해를 주고 도망가 버려도 손쓸 수가 없습니다. 개인의 일탈 문제로 끝날 것입니다. 최악의 상상은 디지털 노마드가 집단 이기주의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치앙마이나 발리에서 디지털 노마드 집단이 자신들만의 공공선을 내세우며 권리를 요구한다면, 정부도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미 그 도시들은 디지털 노마드 때문에 먹고사는 경제 구조가 고착되었으니까요.
 
그래도 희망의 실마리는 있습니다. 미래 근로자의 다수를 차지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과 오픈소스 철학을 지지한다는 것입니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것이지요. 집단지성 안에서 이기심과 일탈은 희석됩니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공공선이 모두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아나키즘의 부정적인 영향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블록체인에서 노드들이 배신해 시스템을 망치는 것은 자신에게도 손해입니다. 클라우드 국가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편한다면, 배신자가 불이익을 얻으므로 디지털 노마드가 아나키스트가 되어 그 국가의 시스템을 파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투명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오히려 디지털 노마드가 책임감을 느끼고 커뮤니티의 불순물을 정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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