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vs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인간의 욕망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이기심’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논리에 의하면 인간의 존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는 일이다. 그의 논리가 옳다면 현재 인류에게 남아 있는 유전자는 모두 이 목표에 충실했던 승리자들의 후손이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다. 우리 유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때로는 수백만 년 동안이나 생존해 왔다. 이런 유전자에 대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성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한 이기주의’라는 것이다. 그중에는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도 있다.”
우리 조상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기본 원리가 이기심이었다면 그 후손 유전자에도 당연히 이기심이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세대가 거듭되면서 이기적 유전자는 생존확률이 높아지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던 ‘이타적 유전자’는 모두 희생되어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골격을 이루는 ‘자본주의’는 이런 이기심의 바탕 위에서 발전해왔다. 이기심을 부정하고 공동사회를 통해 유토피아를 구상하려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이론적으로는 훌륭했으나 인간의 이런 본능에 부합되지 않아 도태되고 말았다.
이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반론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리처드 도킨스의 옥스퍼드대학교 후배로 동물학박사인 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의 저서 《이타적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책에서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생존의 본성이 경쟁이라면 인간사회에 그토록 많은 협동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왜 그처럼 협력에 열을 올리는가? 인류는 본능적으로 사회적 동물인가 아니면 반사회적 동물인가?”
이 질문은 원래 러시아의 귀족 출신 무정부주의자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책 《만물은 서로 돕는다》에서 시작되었다. 크로포트킨은 1876년 차르 감옥에서 동료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탈옥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는 그때 자신의 탈옥을 도와준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넣어준 여자와 바이올린을 연주해준 여자, 마차를 몬 동료와 마차 뒤에 앉아 있던 여자, 그리고 마차가 도주하는 동안 길이 막히지 않게 도와준 여러 친구의 용기 덕택이었다.”
인간의 신뢰와 협력에 대해 깊은 인상을 심어 준 이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 인간의 진화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
매트 리들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사회의 뿌리는 크로포트킨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협동적 사회는 이성이 고안한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일부로서 진화되어왔다는 것이다. 사회는 인체와 마찬가지로 인간 유전자의 진화로 이루어진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각종 이론과 논리로 그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매트 리들리는 20세기를 관통한 경제학에서 주장한 ‘이기적 인간론’이 인간이 지켜온 믿음과 상호 부조, 호혜주의의 전통을 모두 무너뜨리고 말았다고 비판하며, 인간의 본능에 깃들어 있는 이러한 덕성은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런 본능을 계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조화와 미덕이 이끄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이기적 유전자가 만들었다 해도, 실제로 인간은 사회성과 협동성, 상호신뢰를 지향한다. 그것은 이타심이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이며, 도덕과 사회성은 이타적 유전자의 명령이다.”
이 이타적 유전자는 ‘어떻게 하면 물건을 많이 팔까?’ 혹은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은 어떤 걸 필요로 할까?’,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이타적인 심리구조를 가진 사람은 이기적인 다수로부터 환영받게 된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남의 이익을 빼앗으려는 이기적인 다수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을 절대 놓치려 하지 않는다.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내놓는 사람이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 대가를 지급한다.
모든 사람은 공짜를 좋아한다. 그 공짜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어떤 손해를 보는지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공짜라면 무조건 소유하려 하며, 뒤로는 제공자를 바보 취급하기도 한다. 이들은 하이에나처럼 제공자에게 덤벼들어 뜯어갈 수 있는 것은 모두 뜯어간다.
그러나 사실은 공짜를 제공한 사람은 이로 인해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그에게는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선다. 실제로 승리하는 쪽은 적절한 이타심을 표방하며 더 많이 뜯기는 사람이다. 그들은 이기적인 다수로부터 꽤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다수에게 베풀 수 있는 이타심을 준비하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이기적 본능을 갖추는 것이다.
요식업에서 레시피는 대단한 비밀이다. 그런데도 요식업 스타 백종원은 자신만의 레시피 공개를 망설이지 않는다. 숨겨야 할 레시피와 영업비밀을 공중파 방송에서 서슴없이 공개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알려준다.
스티브 잡스 또한 여러 대학과 강당을 다니며 성공의 비밀인 기술과 사고방식을 알리는 데 열심이었다. 지금도 스티브 잡스나 알리바바의 마윈,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의 강연은 언제나 공짜로 시청할 수 있다. 이들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성공 비법을 알려주는 것에 관대하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말했다.
“우리는 이익을 내기 위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이익을 내는 것이다.”
이처럼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 바로 착한 유전자가 성공하는 법칙이다.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이전에 경쟁력 있는 다수의 착한 유전자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러므로 우리가 착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반드시 자본주의 세상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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