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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요리/<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는 따로 있다>

03. 케이크를 나누지 못하고, 입체도형을 그릴 수 없는 아이들

by BOOKCAST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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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상 위에 A4용지를 놓고 동그란 원을 그렸습니다. 상담 온 아이에게 여기 동그란 케이크가 있어요. 셋이 똑같이 먹을 수 있게 선을 그어보세요.”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망설이며 원을 등분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답을 보면 대부분 [그림 2-1]처럼 세로로 반을 자르고 고민합니다. 벤츠의 엠블럼처럼 자르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지요. 성급하게 반을 자르고 그 이상의 다른 시도를 못 하는 것입니다.

[그림 2-1] 케이크를 3등분 하지 못함
 

 

이번에는 [그림 2-2]처럼 입체도형을 그대로 따라서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입체도형을 다음 그림과 같은 형태로 그리는 아이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 입체도형은 대체로 7~9세 정도면 누구나 그릴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정확하게 그리지 못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학년이 되어도 그릴 수 없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입체도형을 그린 아이들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한 흉악범죄(방화, 살인, 연속 강제 성추행 등)를 일으켰던 어린 청소년들입니다. 이렇게 쉬운 것조차 할 수 없는 소년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겪었을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지, 그리고 사회나 사람에게 얼마나 큰 반감을 키워갔을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뚤어진 시각으로 사물이나 대상을 보는 아이에게 반성해!’, ‘피해자의 심정을 생각해봐!’라는 엄격한 지도가 과연 얼마나 의미 있을까요. 먼저 어떤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어느 부분에서 비뚤어지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림 2-2] 입체도형을 그대로 따라 그린 것이다. 아이들 눈에 ‘도형이 일그러져 보인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비행에 대한 반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입체도형을 그릴 능력을 기르고 인지 능력의 뒤틀림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비뚤어진 시선은 바로보기의 장애물일 뿐 아니라 시선이 교정되지 않는 한 삶의 방향까지 비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한 저는 소년원의 간부를 포함한 교도관에게 소년들이 그린 케이크의 분할도나 입체도형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교도관들은 이래서 아무리 설교해도 교화되지 않았구나.”라고 말하며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이제까지의 교육이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을 찾은 것입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 훈계하고 일러줘도 아이의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 강하게 체벌하거나 벌을 줍니다. 그도 아니면 아이를 용서하지 못하고 결국 외면하거나 포기하지요.
 
이럴 때는 아이 자신도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 행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입체도형을 못 그리는 아이에게 어려운 한자를 쓰게 하거나 연산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 아이에게 공부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에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기본적인 도형을 정확하게 그리는 인지 능력을 기르게 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학교 교육은 이런 지원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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