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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SNS 인문학>

01. 잉여인간_ 공자도 알고 보면 잉여인간?

by BOOKCAST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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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 하면 또 빠트릴 수 없는 인물이 공자(BC522-BC479). 우리는 공자 하면 공자 말씀을 남긴, 범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정신세계의 성인으로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공자 역시 실존의 인간이었다.


공자는 나라에 도가 서 있으면 벼슬에 나가고, 나라에 도가 서 있지 않으면 벼슬에서 물러나 가슴속에 뜻을 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자라고 해서 항상 이 거룩한 말씀 그대로 산 것은 아니었다.
 
어느 하루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여기에 아름다운 옥이 있습니다. 이것을 장롱 깊이 넣어두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값을 받고 파시겠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지금 좋은 값에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루빨리 취직되길 기다리는 지금 취준생들의 심정과 별다를 것이 없다.
 
또 하루는 반란을 일으켜 비읍 땅을 차지한 공산불요라는 인물이 공자를 초빙했다. 제자 자로가 옳지 못한 자의 초빙에 응하려는 스승 공자의 태도가 못마땅해 물었다.
아무리 가실 곳이 없다고 해도 그렇지 어찌 공산씨에게 가시려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가 어찌 나를 아무 일 없이 불렀겠느냐. 나를 고용해주는 자가 있다면 내 기꺼이 가, 주공단이 만든 주나라와 같은 나라를 만들 것이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는 공자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또 한번은 불힐이라는 자가 공자를 불렀다. 이 자 역시 반란을 일으킨 옳지 않은 자였다. 자로가 왜 이런 자의 초빙에 응하려 하느냐며 또 딴지를 걸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그렇다. 이런 말이 있다. 참으로 단단한 것은 갈아도 얇아지지 않고 참으로 흰 것은 검은 물을 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 내가 어찌 조롱박처럼 줄기에 매달린 채 아무 쓰임 없이 그대로 버려져야 한단 말이냐?”
 
자신은 특별해서 보통 사람들처럼 문제 있는 사람을 모신다고 해서 함께 휩쓸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이런 초빙이 있을 때마다 딴지를 거는 자로에게 그럼 나는 이대로 힘들게 살다 그냥 죽으란 말이냐?’라는 뉘앙스의 불만을 터뜨린다. 공자도 인간이다. 감정이 없을 수 없다.
 
어느 날 공자는 군자는 자신의 무능을 탓할 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속상해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뒤이어 군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앞에서는 군자는 사람들의 평가에 무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앞말은 군자 스타일인데 뒷말은 소인배 스타일이다. 공자도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인간이었다.
 
공자는 퇴락한 귀족 집안 출신으로 72년 생애를 살았다. 귀족 출신이니 직접 농사에 나설 수는 없었고, 퇴락한 집안이니 가진 것이 없었다. 거기에 하필 장수(長壽)까지 했다. 삶이 녹록했을 리가 없다. 72년 생애 중 공자가 직장생활, 즉 벼슬을 한 기간은 기록에 의하면 그리 길지 않다. 20대 때 창고관리 담당인 위리(委吏)와 가축관리 담당인 승전리(乘田吏)를 지냈고, 51세부터 56세까지 읍장격인 중도재(中都宰), 건설국장인 사공(司空), 법무장관인 대사구(大司寇)를 지냈다. 그리고 56세 때 대사구를 퇴직한 뒤 공자는 이곳저곳 제후들을 찾아 나선다. 유람이 아닌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68세에 결국 재취업을 포기한 공자는 고향으로 돌아와, 이때부터 제자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잇는다. 수업료는 어포 10마리 정도로 보잘것없었다. 공자가 공자 말씀을 하다가도 태도가 바뀌곤 하는 것은 바로 이 생계 때문이었다. 광이라는 곳에서 도적 떼를 만나자 자신은 하늘로부터 인간의 교화()라는 대업을 부여받은 몸이어서 도적들이 자신을 해치려야 해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공자였지만, 제자에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구나.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일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고독한 존재가 바로 공자였다.
 
공자는 그의 삶 중 상당 기간 사실 잉여인간이었다. 자신을 알아주는 이는 하늘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고독했고, 이상은 하늘만큼이나 높았지만 현실에서 그를 위한 시간과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재취업을 위해 노구를 이끌고 12년을 헤맸지만 취직을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이 잉여인간이 아니라면 무엇을 잉여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공자는 잉여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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