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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SNS 인문학>

03. 인싸&아싸_ 슬기로운 친교의 기술

by BOOKCAST 202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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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아싸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 평화롭게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 달리,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아싸가 되어 있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인싸가 되길 거부하고 아싸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인싸·아싸는 일반적으로 공동사회(Gemeinschaft)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공동사회는 수평적 인간관계이고 그 관계의 기본은 친구다. 따라서 인싸·아싸 문제에서 친구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은 우선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다.

먼저, 자신이 아싸가 되어 있는 경우다. 여기서 아싸가 되었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아싸가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같은 무리의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고 기피함으로써 내가 외톨이로 몰린 경우다. 맹자는 다른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내가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지는 않았는지, 내가 다른 이를 배려하거나 양보하지 않지는 않았는지”를 먼저 살펴보라 말한다. 그리고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들을 배려했는데도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한다면, 그 다음으로 자신이 평소 사람들을 “진심으로 성실하게 대하지 않지는 않았는지”를 점검해보라 한다. 진심으로 성실하게 사람을 대하는 데도 문제가 없었다면, 맹자는 “당신을 미워하는 그자가 정신 나간 자이다. 그런 자는 짐승이나 다름없다. 그런 짐승 같은 자를 탓해 무엇할 것인가”라고 말한다. 또 맹자는 별도로, “남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사람에게는 적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남을 배려하거나 진심으로 성실하게 대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만 잘 해도 남에게 미움 살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맹자는 내가 무리 속에서 아싸가 되었을 경우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하고 또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역으로 평소 사람을 대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 미움의 원인이 내가 아닌 그들에게 있을 경우 그들을 아예 상종하지 말 것을 권한다. 물론 거기까지 가기 전에 자신이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먼저 그것부터 해야 한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인싸가 되길 거부하고 아싸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다. 인간관계에 대해 자공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하면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옳지 않다”라고 대답한다. 자공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미워하면 어떻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그것도 옳지 않다. 마을 사람 중 착한 이들은 그를 좋아하고 착하지 않은 이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한다. 공자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거나 또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고 있다. 내 행동이 옳다면 착한 이들은 좋아하고 착하지 않은 이들은 싫어해야 맞고, 내 행동이 그르다면 착한 이들은 나를 싫어하고 착하지 않은 이들은 나를 좋아해야 맞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 착하지 않은 사람 모두가 나를 좋아하거나, 또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느 한쪽에 대해서는 거짓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가 속한 무리의 다수가 옳다면 그때는 당연히 인싸가 되려 해야 한다. 그들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리의 다수가 옳지 않다면 그때는 기꺼이 자발적으로 아싸의 길을 걸어야 한다. 무리의 다수가 옳지 않을 때는 현실이 만만치 않더라도 아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의미이고 궁극적으로는 그 공동체도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필귀정으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아싸가 인싸가 되고 인싸가 아싸가 되는 때가 온다. 누군가는 그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의 아싸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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