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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SNS 인문학>

04. 라떼_ 무례한 친근감은 사양합니다.

by BOOKCAST 2022.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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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또는 ‘라떼’ 문제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와 노파심이다. 권위주의에서는 사람 관계를 수평이 아닌 수직적 관계로 인식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나이가 많든 적든 성인이면 모두 같은 수평 관계다. 같은 성인 사이라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존중을 요구하거나,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책임 경감을 요구할 수 없다. 그것은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성인 간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직장에서의 상사와 부하는 권한과 책임 관계에 있어 업무적으로 수직 관계다. 부하는 상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동시에 그만큼의 책임도 수임한다. 그리고 상사는 위임자인 만큼 수임자인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위임한 권리만큼 책임을 물을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근로계약과 회사 내부규정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면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전쟁 또는 전염병이 도는 지역에서의 근무도 지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과 회사 규정을 벗어난다면 바로 눈앞 테이블 위의 커피잔 치우는 것도 강요할 수 없다. 직장에서 상사·부하의 수직 관계는 오직 업무 범위에 한해서다. 업무를 벗어나면 아침 출근 때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의 관계처럼 완전히 평등한 수평적 관계다. 물론 당장이라도 근로계약을 해지하면 그 순간 양자 간 업무적 수직 관계도 바로 해지된다.

상사의 ‘꼰대’적 권위주의는 업무에서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거나, 업무를 벗어난 영역에서까지 부하를 수직 관계로 인식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상사의 판단이 언제나 부하들보다 더 나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당연히 완벽할 수도 없다. 편견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판단의 전제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는 경구는 지금처럼 변화가 빠른 때일수록 새겨야 할 내용이다. 상사와 부하는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통한 업무적 위·수임 관계일 뿐이다. 업무적 위·수임 관계에 상사가 부하의 인격을 무시해도 된다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도 된다는 내용은 당연히 없다.

노파심(老婆心)은 ‘노파(老婆)’의 ‘마음(心)’처럼 필요 이상으로 남의 일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다. 노파심은 흔히 필요 이상으로 길고 상세하게 말하거나, 요청하지도 않은 것까지 가르치고 간섭하려 들거나,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노파심의 의도는 대체로 선(善)이지만, 그 결과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연륜(年輪)은 한자 의미인 ‘나이테’ 그대로, 해가 가면서 쌓이는 것이다. 쌓이는 것은 경험이고, 일과 관련된 경험의 구체적 의미는 바로 예상하기 쉽지 않은 예외적 상황에 대한 기억들이다. 상사가 말이 길어지거나 요청하지 않은 것까지 설명하려 드는 것은 대체로 바로 이런 예외적 상황까지 모두 말해주고야 말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자신은 호의지만 상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선이 아닌 악이다. 말을 줄여야 된다. 그리고 물론 그런 예외적 상황의 발생으로 일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위임받은 만큼 부하의 책임이다. 물론 상사 역시 이때 직제상 자신에게 돌아오는 책임을 일단은 피할 수 없다. 노파심 중 특히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현상은 기억력의 문제이거나 그야말로 노파심 중의 노파심이다.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면, 전형적인 ‘꼰대’이고 ‘라떼’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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