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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01. 두 사람이 의견을 다투는데 제갈량은 소매에 손을 넣고 싸늘한 미소만 흘렸다.

by BOOKCAST 202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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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 동오(東吳)의 주공 손권을 보좌하는 노숙(자 子敬자경)이 제갈량을 데리고 왔다. 동오 대도독 주유(자 公瑾공근)가 맞아들여 인사를 마치자 노숙이 물었다.
“지금 조조가 남쪽을 침범하는데 주공께서는 화해하느냐 싸우느냐를 정하실 수 없어 장군 말에 따르기로 하셨소. 장군 뜻은 어떠하오?”

주유가 선뜻 대답했다.
“조조가 천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왔으니 항거해서는 아니 되오. 게다가 세력이 커서 업신여겨서는 더욱 아니 되오. 싸우면 반드시 지고, 항복하면 편안하기가 쉽소. 내 뜻은 굳어졌으니 내일 주공을 뵙고 바로 항복하시게 하겠소.”

노숙은 깜짝 놀랐다.
“장군 말은 틀렸소! 강동의 사업은 이미 삼대를 이었는데 어찌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에게 내주겠소? 돌아가신 주공 손백부는 밖의 일은 장군에게 맡긴다는 유언을 남겼소. 주공께서는 지금 나라를 고스란히 보존하려 하시면서, 장군을 태산같이 믿으시는데 어찌하여 겁쟁이들의 주장에 따르시오?”

“강동의 여섯 군에는 수많은 백성이 있소. 만약 싸움이 벌어져 화를 입으면 모두 나를 원망할 것이니 항복을 청하려고 결정했소.”

“그렇지 않소! 장군은 이와 같은 영웅이고 동오는 이처럼 험하고 튼튼하니 조조가 제 뜻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오.”

두 사람이 의견을 다투는데 제갈량은 소매에 손을 넣고 싸늘한 미소만 흘려 주유가 물었다.
“선생은 무엇 때문에 비꼬는 웃음을 지으시오?”


이 양은 다른 사람을 웃는 게 아니고 자경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몰라 웃소이다.”

노숙이 물었다.
선생은 어찌하여 내가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모른다 하시오?”

공근이 조조에게 항복하려는 주장은 매우 이치에 맞습니다.”

제갈량이 편을 들자 주유가 말했다.
공명은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아는 선비이니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오.”

노숙은 불쾌했다.
공명, 그대까지 어찌 이런 말을 하는가?”

제갈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유에게 계속했다.
조조는 군사를 지극히 잘 부려서 천하 사람들이 감히 막아 싸우지 못합니다. 전에는 여포와 원소, 원술, 유표만 그와 맞서 싸웠는데, 모두 조조에게 패하고 이제는 세상에 적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유독 우리 유 예주(유비)만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모르고 억지로 다투시다 지금 홀몸으로 강하에 오시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형편입니다. 장군이 조조에게 항복하려고 결정했으니 식솔을 보존할 수 있고, 부귀도 이전과 같이 누릴 수 있지요. 나라의 운이 변하는 것이야 하늘에 맡길 일이니 아쉬울 게 무엇입니까?”

노숙은 크게 노했다.
자네는 우리 주공께서 나라의 역적 앞에 무릎을 꿇고 모욕을 당하시게 하라는 말인가!”

그러자 제갈량이 꾀를 하나 냈다.
어리석은 저에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양을 끌고 술을 지며, 땅을 바치고 도장을 드리는 수고가 필요 없습니다. 또 친히 강을 건널 일마저 없습니다. 그저 쪽배로 두 사람을 장강에 띄우기만 하면 되니, 조조가 두 사람을 얻기만 하면 100만의 무리가 갑옷을 벗고, 깃발을 감아쥐고, 물러갈 것입니다.”

양과 술, 도장은 항복할 때 반드시 내놓는 물건이고, 항복하면 당연히 땅을 바쳐야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니 주유와 노숙의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권이 강을 건널 필요도 없다니 더욱 희한한 말이었다.

주유가 궁금한 듯 물었다.
어떤 사람 둘로 조조의 군사를 물리칠 수 있소?”

강동에서 이 두 사람을 보내는 것은 아름드리나무에서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고 큰 창고에서 쌀알 하나가 줄어드는 격이지만, 조조가 두 사람을 얻으면 반드시 크게 기뻐하면서 가버릴 것입니다.”

과연 그 두 사람은 누구요?”

제갈량은 그제야 답을 알려주었다.
이 양은 융중에 있을 때 벌써 조조가 장하에 대를 하나 짓고 동작대라 이름 지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극히 웅장하고 아름다운데 천하 곳곳에서 미녀들을 뽑아 그 속에 채운답니다. 조조는 원래 여색을 좋아하는 자라 강동에 있는 교() 공의 두 딸에 대한 소문을 들은 지 오랩니다. 교 공의 큰딸은 대교라 하고 작은딸은 소교라 하는데, 기러기가 놀라 떨어지고, 물고기가 부끄러워 물속에 숨을 만큼 아름다운 얼굴과 달이 무색해 구름 뒤로 들어가고, 꽃이 부끄러워 꽃송이를 오므릴 만큼 수려한 모습이 있다 합니다. 조조는 이런 맹세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내 소원이 둘이니 하나는 천하를 깨끗이 쓸어 황제의 사업을 이루는 것이고, 하나는 강동의 이교(二喬)를 얻어 동작대에 넣고 만년을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죽더라도 한이 없다.’ 지금 조조는 100만의 무리를 이끌고 호랑이처럼 강남을 노려보는데, 사실은 이 두 여자 때문입니다. 장군은 어찌하여 교 공을 찾아가 천금으로 그들을 사서 조조에게 보내지 않습니까? 조조가 두 여자를 얻으면 마음이 흡족하고 기분이 좋아 틀림없이 군사를 돌려 돌아갑니다. 이는 춘추시대 월나라 범려가 오나라 왕에게 서시를 바친 계책인데 어찌 빨리 쓰시지 않습니까?”

물고기가 부끄러워 물속에 숨고……는 빼어나게 아름다움을 형용하는 말이다. 중국 고전 장자 사람은 미녀를 곱게 보지만 물고기는 흥미가 없어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이 변해 중국의 4대 미녀를 칭찬하는 최고의 찬사가 되었다. 미인 서시가 물가에서 옷을 빠니 물고기가 물속으로 깊이 숨었고, 전한의 왕소군이 흉노에게 시집가는 길에 비파를 뜯었더니 기러기가 감동해 떨어지고 말았으며, 후한의 초선이 밤에 밖에 나갔더니 달이 무색해 구름으로 들어가 버렸고, 당나라의 양귀비가 정원에 나갔더니 꽃이 스스로 부끄러워 꽃송이를 오므렸다고 한다.

약소국 월이 강대국 오와 싸우다 참패한 후, 월왕 구천은 땔나무 위에서 자고 쓸개를 핥으면서[臥薪嘗膽와신상담]’ 복수를 다짐했다. 힘으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어서 오의 힘을 뺄 다른 수단을 찾았으니, 바로 절세미인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바쳐 여색에 빠지게 한 것이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오는 점점 약해져 월의 공격을 받아 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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