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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05. “기필코 그의 목을 잘라야 하오!”

by BOOKCAST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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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은 제갈량의 쪽배로 가서 인사했다.
“며칠간 군무를 보느라 가르침을 받지 못했소.”

제갈량이 맞이했다.
“양도 도독께 기쁜 일을 축하드리지 못했네요.”

“기쁜 일이 무엇이오?”

제갈량이 바로 찍어 말했다.
“공근이 선생을 보내 이 양이 아는지 모르는지 알아보게 한 일이니 참으로 축하드릴만 하지요.”

노숙은 기겁해 낯빛이 변했다.
“선생이 어떻게 아시오?”

“그 계책은 장간이나 속일 수 있지요. 조조는 잠시 속았으나 곧 깨달았을 텐데 잘못을 시인하지 않을 뿐이오. 채모와 장윤이 죽어 강동의 걱정거리가 사라졌는데 어찌 축하드리지 않겠소? 듣자니 조조가 모개와 우금을 수군 도독으로 삼았다는데, 두 사람 손에서 수군들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오.”

노숙이 할 말을 잃어 잠시 얼버무리다 일어서니 제갈량이 당부했다.
“공근에게는 이 양이 알고 있더라고 말하지 마시기 바라오. 시기하는 마음을 먹고 해칠까 두렵소.”

그러나 노숙은 장막으로 돌아가 주유를 만나자 사실대로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유는 깜짝 놀랐다.
“이 사람은 절대로 그냥 놓아둘 수 없소! 그대로 두었다가는 내가 계책을 제대로 쓸 수가 없소. 기필코 그의 목을 잘라야 하오!”

“만약 공명을 죽이면 조조의 비웃음을 살 것이오.”

“내가 공정한 도리로 목을 칠 것이니 그가 죽어도 원망이 없게 하겠소.”

이튿날 주유는 장수들을 모으고 제갈량을 청했다.
“곧 조조와 싸우게 되는데 물에서 싸우려면 어떤 무기가 제일이오?”

“넓은 강 위에서는 활과 화살이 으뜸이지요.”

“선생 말씀이 이 어리석은 사람 뜻과 똑같소. 그런데 지금 군중에 화살이 모자라니 감히 선생께 폐를 끼쳐, 화살 10만 대를 친히 감독해 만들어 적을 무찌르는 무기로 삼게 해주시기 바라오. 이는 군사의 일이니 선생께서 사절하지 않으시면 다행이겠소.”

제갈량은 선뜻 대답했다.
“도독께서 일을 맡기신다면 마땅히 힘을 다해야지요. 그런데 한 가지 감히 물어보자면, 10만 대 화살을 언제 쓰실 겁니까?”

“열흘 안으로 다 갖출 수 있겠소?”

제갈량은 늘 그렇듯이 정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조 군사가 금방 올 텐데 열흘까지 기다리면 큰일을 그르칠까 걱정입니다.”

“선생이 헤아려보면 며칠이면 다 갖출 수 있겠소?”

“그저 사흘만 주시면 10만 대 화살을 엎드려 바칠 수 있겠습니다.”


너무 황당한 소리여서 주유는 다짐을 받았다.
군사의 일에는 허튼 말이 없는 법이오.”

어찌 감히 허튼 말이겠습니까? 군령장을 바치고 사흘 안에 갖추지 못하면 달갑게 무거운 벌을 받겠습니다.”

군령장은 명령을 받은 뒤에 쓰는 서약서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엄한 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군중에서 엄한 처벌이란 바로 죽임을 가리킨다.

주유가 대단히 기뻐 군령장을 받고 술상을 차려 대접하자 제갈량이 말했다.
오늘은 이미 늦어서 일할 수 없고 내일부터 만들 테니, 사흘째 되는 날 500명 군사를 강변에 보내 화살을 나르게 하십시오.”

제갈량이 술을 몇 잔 마시고 돌아가자 노숙이 물었다.
이 사람이 혹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오?”

주유가 대답했다.
그가 스스로 죽을 짓을 하는 것이지, 내가 핍박한 것은 아니오. 오늘 분명히 여러 사람 앞에서 문서를 받았으니 그는 두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더라도 날아갈 수 없게 되었소. 내가 화살 만드는 장인들에게 지시해서 일을 지체시키고 그가 쓸 물건들을 갖추어주지 말게 하면 그만이오. 그러면 틀림없이 날짜를 어기게 되니 그때 벌을 정하면 무슨 말이 있겠소? 공은 가서 그의 허실을 알아보고 돌아와 이야기해 주오.”

노숙이 명을 받들고 찾아가니 제갈량이 원망했다.
내가 자경에게 부탁하지 않았소? 공근이 내 헤아림을 알면 반드시 나를 해칠 테니 이야기하지 말라고 말이오. 그런데 뜻밖에도 자경이 나를 위해 숨겨주지 않아 과연 오늘 또 일이 생기고 말았소. 사흘 안으로 어떻게 10만 대 화살을 만들어낸단 말이오? 자경은 나를 구해주셔야 하겠소!”

노숙은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공이 스스로 화를 불러왔는데 내가 어떻게 구하겠소?”

자경이 나에게 배 20척만 빌려주시오. 배마다 군사를 30명씩 두고 배 위에는 푸른 천으로 장막을 치며, 각기 풀 단을 1000여 개씩 묶어 양쪽에 갈라놓게 하시오. 내가 묘하게 쓸 데가 있으니 사흘째 되는 날이면 장담하고 10만 대 화살을 모으겠소. 하지만 다시 공근이 알게 해서는 아니 되오. 그가 알면 내 계책이 틀어지고 자경에게도 반드시 피해가 미칠 것이오.”

노숙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뜻을 알 수 없었다. 돌아가 주유에게 그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른 말만 했다.
공명은 화살대로 쓸 대나무나 화살촉, 깃털, 아교와 풀 따위를 쓰지 않고도 마땅히 화살을 만들 도리가 있다 하오.”

주유는 덜컥 의심이 들었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가 사흘 후 어떻게 하는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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