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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07. “성은 방이고 이름은 통, 자는 사원이라 합니다.”

by BOOKCAST 2022.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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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조는 의심이 깊어 모사들과 상의했다.
강동의 감녕이 주유에게 모욕을 받아 안에서 호응하겠노라 하고, 황개는 주유에게 벌을 받고 감택을 보내 이곳에 와서 항복하겠다고 했소.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으니 누가 감히 주유의 영채로 들어가 확실한 소식을 알아보겠소?”

장간이 다시 나섰다.
제가 전날 동오에 다녀왔으나 헛걸음만 하고 성공하지 못해 못내 부끄럽습니다. 몸을 바쳐 다시 가서 기어이 확실한 소식을 가지고 돌아와 승상께 보고하겠습니다.”

조조가 즉시 배에 오르게 하니 장간은 쪽배를 타고 강남에 이르러 주유에게 소식을 전했다. 장간이 다시 왔다는 말에 주유는 매우 기뻐했다.
내가 성공하려면 오로지 이 사람에게 달렸다.”

그는 곧 노숙에게 부탁했다.
방사원을 청해 나를 위해 이러저러하게 해주시오.”

양양 사람 방통은 자가 사원(士元)으로, 이때 난리를 피해 고향을 떠나 강동에 몸을 붙이고 있었다. 노숙이 주유에게 추천했는데 미처 찾아가 만나지 못했으나 주유가 이미 노숙을 보내 계책을 물은 바 있었다.
조조를 깨뜨리려면 어떤 계책을 써야 하오?”

반드시 불로 공격해야 하는데, 큰 강의 넓은 수면 위에서는 배 하나에 불이 붙으면 다른 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니, 배들을 고리로 잇는 연환계를 써서 조조가 배들을 하나로 묶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깊이 탄복한 주유가 노숙에게 말했다.
나를 위해 이 계책을 쓸 사람은 방사원밖에 없소.”

그러나 조조가 간사하고 교활해서 사원이 어떻게 강북으로 가겠소?”

주유가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기회를 찾고 있는 터에 갑자기 장간이 다시 왔다고 하자, 대단히 기뻐 들여보내게 했다. 장간은 주유가 바로 나와 맞이하지 않으니 의심이 들어 후미진 기슭에 배를 매어놓게 하고 영채로 들어갔다. 주유는 엄한 표정이었다.
자익은 어찌하여 이토록 심하게 나를 속이는가!”

장간이 웃음 지었다.
내가 옛 시절 형제임을 떠올려 특별히 마음속 말을 하려고 찾아왔는데, 자네를 속이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가 나를 항복하라고 꾀러 왔다면 바다가 마르고 돌이 썩은 다음에나 가능할 걸세! 지난번 내가 옛날 정을 생각해 자네와 흠씬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한 침상에서 잤는데, 자네는 내 사사로운 글을 훔쳐 말도 없이 떠났지 않았나? 돌아가 조조에게 일러바쳐 채모와 장윤을 죽게 해서 내 일을 그르치고 오늘 또 왔으니 반드시 좋은 뜻을 품지 않았을 걸세! 내가 옛정을 보지 않는다면 당장 자네를 두 토막 내고 말겠네! 원래 자네를 되돌려보내려 했지만 내가 하루 이틀 사이에 조조 도적놈을 깨뜨리려 하니 돌려보내지 못하겠네. 그러나 자네를 군중에 남겨두면 또 무슨 일을 밖에 흘릴지 모르겠네.”

주유는 장간이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한바탕 나무라더니 분부했다.
자익을 서산의 암자에 보내 쉬시도록 하라.”

그리고 장간에게 말했다.
내가 조조를 깨뜨린 다음 자네를 강 너머로 보내도 늦지 않을 걸세.”

장간이 뭐라고 말하려 했으나 주유는 벌써 장막 뒤로 들어가 버렸다.
사람들이 장간을 말에 태우고 서산 뒤쪽 작은 암자로 데려가 쉬게 했다. 군졸 둘이 명령을 받들어 시중드는데, 암자에 도착한 장간은 근심스럽고 답답해 잠이 오지 않았다. 이날 밤 별들이 반짝거려 장간이 홀로 암자를 나가 뒤로 돌아가자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어슬렁어슬렁 가보니 바위 곁에 초가 몇 칸이 있는데 안에서 불빛이 흘러나왔다. 장간이 다가가 훔쳐보니 한 사람이 등불 앞에 앉아 벽에 검을 걸고 손자와 오기의 병서를 읽고 있었다.
누군가 반드시 기이한 사람이다.’

장간이 문을 두드려 만나기를 청하자 그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모습이 속되지 않았다.
성함을 어떻게 쓰십니까?”

성은 방이고 이름은 통, 자는 사원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봉추 선생 아니시오?”

장간은 매우 반가워했다.
“크신 성함을 들은 지 오랜데 지금 어찌하여 이런 후미진 곳에 계십니까?”

“주유가 스스로 재주가 높다고 믿어 저를 받아들이지 못해 여기 숨어 삽니다. 공은 어떤 분이시오?”

“장간이올시다.”

방통이 안으로 청하니 장간이 구슬렸다.
“공의 재주로야 어디에 가신들 편안하지 못하시겠습니까? 만약 조 승상께 가시려면 이 간이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방통은 선선히 응했다.
“저도 강동을 떠나려 한 지 오랩니다. 공이 안내할 마음이 있다니 지금 당장 떠나야 하겠습니다. 만약 미루다가 주유가 알면 틀림없이 해칠 것입니다.”

장간은 방통과 함께 산에서 내려와 배를 찾아 부리나케 노를 저어 강북으로 갔다. 조조의 영채에 이르니 봉추 선생이 왔다는 말을 듣고 조조가 친히 장막에서 나와 맞아들였다.
“주유는 나이가 어려 제 재주만 믿고 사람을 깔보면서 좋은 계책을 쓰지 않소. 이 조는 선생의 큰 이름을 들은 지 오랜데 오늘 와주셨으니 아낌없이 가르쳐주시기 바라오.”

하지만 방통은 재주를 자랑하는 데에 급급하지 않았다.
“저는 예전부터 승상께서 군사를 부리심에 법도가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군사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습니다.”

조조가 먼저 뭍의 영채를 보러 가니 방통은 조조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높은 곳에 올라 영채를 바라보았다.
“산에 의지하고 숲 가에 자리 잡으며, 앞과 뒤가 서로 돌보는군요. 나가고 들어오는 데에 문이 있는데 전진하고 후퇴할 때는 굽어 도니, 비록 손자와 오기가 되살아나고 양저가 다시 나오더라도 이보다 낫지는 못할 것입니다.”

【양저는 춘추시대 제나라 명장이자 병법가인 사마양저(司馬穰苴)다.】

칭찬이 싫을 리 없으나 조조는 완전히 넘어가지는 않았다.
“선생은 과찬하지 마시고 가르침을 주시기 바라오.”

조조는 또 방통과 함께 물에 만든 영채를 살펴보았다. 영채는 남쪽을 향해 문이 24개 났는데 모두 커다란 몽충으로 성을 이루었고, 그 속에는 작은 배들이 숨어 있었다. 오가는 데는 길이 있고 일어났다가 숨는 데는 순서가 있어서 방통이 웃으며 말했다.
“승상께서 군사를 부리심이 이러하니 명성이 헛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강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주랑아! 주랑아! 날짜를 정해놓고 네가 반드시 망하리라!”

조조는 대단히 기뻐 영채로 돌아와 방통을 청해 술을 마시며 군사 쓰는 비결을 이야기했다. 방통이 고명한 말을 하고 뛰어난 말솜씨를 펴는데, 어떤 것을 묻든지 물 흐르듯 거침없이 대답해 조조는 못내 탄복하고 존경하며 정성껏 대했다.
방통이 취한 척 물었다.
“외람되이 여쭙습니다만 군중에 훌륭한 의원이 있습니까?”

“의원은 있어서 무엇하오?”

“수군은 병이 많아 좋은 의원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때 조조의 군사는 풍토와 기후, 물이 몸에 맞지 않아 다리가 붓고 토하는 병에 걸려 죽는 자가 많았다. 이 일을 걱정하던 조조는 그 말을 듣자 좋은 방법을 캐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방통은 계속 조조를 꾀었다.
“승상께서 수군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법이 아주 묘합니다만 아쉽게도 완벽하지는 못합니다.”

방통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조조가 두 번 세 번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청하자 방통이 말했다.
“저에게 계책이 하나 있으니 수군의 높은 장수와 낮은 군졸이 병에 걸리지 않고 편안히 성공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묘한 계책이오?”

방통은 드디어 그동안 생각하던 계책을 털어놓았다.
“큰 강에는 조수가 오르내리고 바람과 파도가 그치지 않습니다. 북방의 군사는 배를 타는 데 익숙하지 않아 배가 출렁거리면 병이 납니다. 만약 크고 작은 배들을 서로 맞추어 혹은 30척을 한 줄로 엮고, 혹은 50척을 한 줄로 만들어 뱃머리와 고물을 쇠사슬로 이어놓고 그 위에 넓은 판자를 깔면,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까지 내달릴 수 있습니다. 그런 배를 타면 바람이 불고 파도가 일며 조수가 오르내리더라도 무서울 게 무엇입니까?”

조조는 너무 기뻐 삿자리 밖으로 나와 감사를 드렸다.
“선생의 좋은 계책이 아니면 어찌 동오를 깨뜨릴 수 있겠소!”

방통은 겸손을 보였다.
“어리석고 얄팍한 견해이니 승상께서 살펴 정하시기 바랍니다.”

조조가 즉시 명해 군중의 대장장이들을 불러 밤낮없이 쇠고리를 이어 사슬을 만들고, 큼직한 못을 쳐 배들을 잇게 하니 장졸들은 모두 좋아했다.

방통이 또 말했다.
“제가 살펴보니 강동의 호걸들 가운데는 주유를 원망하는 자가 많습니다. 저는 썩을 줄 모르는 세 치 혀를 믿고 승상을 위해 그들을 달래어 모두 와서 항복을 드리게 하겠습니다. 주유가 외로워지고 도움받을 데가 없어지면 반드시 승상께 사로잡힙니다. 주유가 잡히면 유비는 더 어떻게 해볼 수 없게 됩니다.”

조조가 싫다 할 리 없었다.
“선생이 과연 큰 공을 이루면 이 조가 천자께 아뢰어 삼공 반열에 오르시게 하겠소.”

“저는 부귀를 바라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만백성을 구하려 할 뿐이니 승상께서 강을 건너시면 백성을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하늘을 대신해 도를 펴는데 어찌 차마 백성을 죽이겠소!”

조조가 말에 모두 따르자 방통이 절하면서 글을 얻어 종족을 보존하겠다고 청했다. 조조가 물었다.
“선생의 일가가 지금 어디 계시오?”

“바로 강변에 있습니다. 만약 승상의 글을 얻으면 그들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조조는 수하에게 글을 쓰게 하고 손수 이름을 적어 방통에게 주었다. 방통은 절을 해 인사하면서 귀띔했다.
“제가 떠난 다음 어서 진군하십시오. 주랑이 알아챌 때까지 미루셔서는 아니 됩니다.”
 
마음이 좀 놓인 조조는 말에 올라 강을 따라 세운 뭍의 영채와 수군 영채를 돌아보았다. 수(帥)자 깃발을 세운 큰 배 한 척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으로 영채들이 줄을 지었는데, 배 위에는 활과 쇠뇌 1000벌씩을 매복해놓았다. 조조는 큰 배 위에 들었다.
때는 건안 13년(208년) 11월 보름이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일지 않아 물결도 잔잔해서 조조가 명령을 내렸다.
“큰 배 위에 술상을 차리고 풍악을 울려라. 내가 오늘 밤 장수들과 잔치를 베풀겠다.”

날이 차츰 저물었다. 동산에 달이 떠올라 대낮처럼 훤하게 비추자 장강 일대는 흰 비단을 펼쳐놓은 듯했다. 조조는 큰 배 위에 앉고, 시중들고 호위하는 자들이 수백 명 늘어섰으니 모두 비단옷과 수놓은 저고리를 입고 과를 메고 극을 들었다. 문관과 무장들이 각기 높고 낮음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조조가 바라보니 남병산이 그림처럼 아름다운데 동쪽으로는 시상의 경계를 바라보고, 서쪽으로는 하구의 강을 둘러보며, 남쪽으로는 번산을 넘겨다보고, 북쪽으로는 오림을 눈여겨보니 사방이 모두 널찍해 매우 즐거웠다.
“내가 의로운 군사를 일으킬 때부터 나라를 위해 흉악한 자들을 없애고 해로운 놈들을 제거하면서 세상을 깨끗이 쓸고 천하를 평정하겠다고 맹세했으나 여태껏 얻지 못한 것은 강남이었소. 풍족한 강남땅을 얻으면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사를 강하게 만들 수 있소. 내가 지금 100만의 강한 군사를 거느렸고, 더욱이 여러분이 힘을 다해 도와주니 어찌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하겠소? 강남을 수복한 다음에는 천하에 일이 없어지니 여러분과 함께 부귀를 누리며 태평세월을 즐길까 하오.”

문관과 무장들이 모두 일어나 감사했다.
“하루빨리 개선가를 울리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승상의 큰 복으로 평생 덕을 입을까 합니다.”

조조는 기분이 대단히 좋아 술을 돌렸다. 한밤중까지 술을 마셔 술기운이 거나해지자 조조는 저 멀리 남쪽 기슭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유와 노숙은 하늘의 때를 모르오! 이제 다행히 항복하는 사람이 있어 그의 가슴과 뱃속의 걱정거리가 되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돕는 것이오.”

순유가 귀띔했다.
“승상께서는 많이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새나갈까 두렵습니다.”

조조는 껄껄 웃었다.
“자리에 앉은 여러분과 가까이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이 다 내 심복인데, 말한들 누가 방해하겠소!”

조조는 하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유비야, 제갈량아! 너희가 개미 같은 힘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고 태산을 흔들려 하니 얼마나 어리석으냐!”

말을 많이 하고서도 성에 차지 않은 듯 조조는 장수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올해 쉰네 살이오. 강남을 얻게 되면 은근히 기쁜 일이 있소. 옛날 교 공이 나와 지극히 잘 어울렸는데, 그의 두 딸이 나라에서 으뜸가는 미인임을 내가 아오. 그런데 손책과 주유가 아내로 맞지 않았소? 내가 새로 장수 위에 동작대를 세웠으니 강남을 얻게 되면 두 교 씨 미녀에게 장가들어 대 위에 두고 만년을 즐기겠소. 그러면 내 소원이 다 풀어지오!”
말을 마치자 조조는 으하하하 웃어댔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 803~852)이 이 일을 다루어 지은 시가 있다.
 
부러진 극 모래에 묻혀 쇠가 삭지 않았는데
갈고 씻어 살펴보니 옛 왕조 물건일세
동풍이 주랑을 편하게 해주지 않았다면
깊은 봄날 동작대에 교 씨 자매 갇혔으리
-‘적벽(赤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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