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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08. “크고 작은 배들을 사슬로 다 이어놓았습니다.”

by BOOKCAST 202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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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한창 웃고 떠드는데 별안간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까마귀가 울면서 남쪽으로 날아갔다.
저 까마귀는 어찌하여 밤에 우는가?”

곁의 사람이 대답했다.
까마귀는 달이 밝아 날이 샌 줄로 잘못 알고 나무를 떠나 웁니다.”

조조는 또 껄껄 웃었다이때 이미 취한 조조는 삭이라 부르는 긴 창을 가로로 들고 뱃머리에 서서 술을 부어 강에 제사를 지내고 석 잔을 가득히 따라 마셨다그리고 장수들에게 말했다.
내가 이 삭을 들고 황건을 깨뜨리고여포를 사로잡고원술을 멸망시키고원소를 굴복시켰네장성 북쪽으로 깊이 들어가고요동까지 가서 천하를 가로세로 누볐으니 대장부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네지금 이 경치를 마주해 의기가 북받치니 내가 노래를 지어야겠네그대들이 화답하게.”

조조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술 마시고 노래 듣고
사람 일생 얼마더냐
아침 이슬 비슷하니
흘러간 날 너무 많네
격한 감정 북받치니
근심 잊기 어렵구나
무엇으로 걱정 풀까
술밖에 없으렷다
 
푸르른 그대 옷깃
유유한 이 내 마음
오직 그대 때문에
지금까지 읊조리네
사슴이 울어대며
들판의 쑥 먹는데  
좋은 손님 날 찾아와
슬을 뜯고 생황 부네
 
밤하늘의 하얀 달님
언제 가서 멈추려나
그 속에서 시름 생겨
그칠 수가 없나 보다
밭둑 넘고 길을 걸어
몸을 낮춰 날 찾는 이
얘기하고 잔치하며
옛정 살려 되새기네
 
달 환하고 별 드문데
까막까치 남쪽 날며
나무 세 번 돌아봐도  
깃들 가지 하나 없네
산은 높아 싫다 않고
물은 깊어 만족 몰라
주공께서 밥 뱉으니
천하 마음 쏠렸더라
-조조 단가행(短歌行)’
 
조조가 노래를 마치자 사람들이 따라 화답하면서 모두 즐겁게 웃는데별안간 자리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 말했다.
대군이 서로 맞서고 장졸들이 모두 힘을 내는 때에 승상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불길한 노래를 부르십니까?”

조조가 보니 양주 자사 유복이었다패국 상현 사람인데 건안 4(199손책의 공격으로 양주가 파괴된 후구강군 합비성에서 몸을 일으켜 주의 관청을 만들었다도망가고 흩어진 사람을 모으고 학교를 세우며 둔전을 널리 보급해 백성을 잘 다스렸을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데도 성공했다오랫동안 조조를 섬기면서 공로가 많은 유복이 이런 말을 하니 조조는 삭을 가로로 들고 물었다.
내 노래의 어디가 불길하단 말인가?”

유복이 대답했다.
노래 가운데 달 환하고 별 드문데 까막까치 남쪽 날며 나무 세 번 돌아봐도 깃들 가지 하나 없네라는 대목이 상서롭지 못합니다.”

조조는 벌컥 화를 냈다.
네가 어찌 감히 내 흥을 깨뜨리느냐!”

조조의 손이 번쩍 올라가자 삭이 유복의 몸에 푹 꽂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라 잔치를 끝냈다.

이튿날 술이 깬 조조는 뉘우쳐 마지않았다유복의 아들 유희가 아버지의 주검을 고향으로 옮겨 묻게 해달라고 청을 올리자 조조는 눈물을 흘리며 허락했다.
내가 어제 취한 김에 네 아버지를 잘못 죽여 뉘우쳐 마지않는다삼공의 예절로 후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이튿날 수군 도독 모개와 우금이 조조 장막에 와서 청을 올렸다.
크고 작은 배들을 사슬로 다 이어놓았습니다깃발과 싸움하는 도구들도 모두 갖추었습니다승상께서 명령해 움직이시고 날짜를 정해 진군하시기를 청합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수군 영채 안에서 둥둥둥!’ 북을 세 통 울리니 여러 대오의 싸움배들이 일제히 영채 문을 열고 나아갔다이날 마침 서북풍이 급작스레 불어 배들이 저마다 돛을 올리고 파도를 가르는데평지 위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이 흔들리지 않고 든든하게 움직였다.

북군은 배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용맹스럽게 창을 찌르고 칼을 휘둘렀다전후좌우 여러 대의 군사가 각기 대열을 유지하니 갖가지 빛깔의 깃발들이 전혀 섞이지 않았다또 쪽배 50여 척이 오가면서 순찰을 돌고 훈련을 감독하며 재촉했다싸움을 지휘하는 장대 위에 올라선 조조는 군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대단히 기뻐 이것이야말로 틀림없이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돛을 거두고 각기 순서대로 영채로 돌아오라.”

명령에 따라 군사가 다 돌아온 다음조조는 장막의 윗자리에 앉아 모사들에게 말했다.
만약 하늘이 나를 돕지 않는다면 어찌 봉추의 묘한 계책을 얻었겠소쇠사슬로 배를 이으니 과연 강을 건너는 게 평지를 밟듯 평탄하구려.”

이에 정욱이 걱정했다.
배를 모두 사슬로 이으니 평온하기는 합니다만만약 적이 불로 공격하면 피하기 어려우니 방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조는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정중덕은 비록 멀리 걱정했지만 살펴보지 못한 구석이 있소.”

순유가 이상한 듯 물었다.
중덕의 말이 매우 옳은데 승상께서는 무엇 때문에 웃으십니까?”

무릇 불로 공격하려면 반드시 바람의 힘을 빌려야 하오지금은 한창 겨울이라 서풍과 북풍이 있을 뿐이니 어찌 동풍남풍이 있겠소내가 서북쪽에 있고 저쪽 군사는 모두 남동쪽에 있으니 그들이 만약 불을 쓴다면 자기네 군사나 태우게 될 것이오그러니 내가 무엇이 두렵겠소만약 봄처럼 따스한 시월이라면 내가 벌써 방비했을 것이오.”

장수들은 모두 엎드려 탄복했다.
승상의 높으신 식견은 사람들이 미치지 못할 바입니다.”

청주서주와 연나라대나라 무리는 배를 타는 데 익숙하지 않소이 계책이 아니었으면 어찌 험하고 넓은 강을 건널 수 있겠소?”

그러자 반열에서 두 장수가 훌쩍 일어나 나섰다.
저희는 비록 유와 연나라 땅 사람이지만 배를 탈 수 있습니다순라선 20척을 빌려주시면 곧바로 강어귀까지 나아가 깃발과 북을 빼앗아 북군도 배를 탈 수 있음을 보여주겠습니다.”

이전에 원소의 장수였던 초촉과 장남이었다조조가 말렸다.
자네들은 북방에서 나고 자라 배를 타기가 쉽지 않을까 걱정일세강남의 군사는 강 위를 오가는 연습을 잘해 물싸움에 익숙하니 자네들은 가볍게 목숨을 걸고 어린아이 장난을 하지 말게.”

초촉과 장남은 목청을 돋우어 외쳤다.
만약 이기지 못하면 군법을 달게 받겠습니다!”

조조가 말했다.
싸움배는 모두 사슬로 이어놓아 쪽배만 있는데한 척에 20명을 태울 수 있으니 그 배로 저쪽 군사들과 맞서 싸우기는 어려울 걸세.”

초촉이 큰소리를 쳤다.
큰 배를 쓴다면 무엇이 희한할 게 있겠습니까쪽배 20척만 주시면 저는 장남과 절반씩 나누어 바로 오늘 곧장 강남의 수군 영채로 쳐들어가 반드시 장수를 베고 깃발을 빼앗아 오겠습니다.”

조조는 드디어 허락했다.
내가 배 20척을 주고 긴 창과 강한 쇠뇌를 지닌 정예 군사 500명을 주겠네내일 날이 밝으면 큰 영채의 배를 내보내 멀리서 응원하는 기세를 갖추어주고 문빙에게 순라선 30척을 거느리고 자네들을 맞이해 오도록 하겠네.”

초촉과 장남은 기뻐 날뛰며 물러갔다.

이튿날 동트기 전에 밥을 짓고동이 트자 갑옷 입고 무기를 지녀 채비를 마치니어느덧 수군 영채 안에서 북을 두드리고 징을 울리는 소리가 났다배들이 모두 영채에서 나와 수면 위에 늘어서니 장강 일대에는 푸른 깃발과 붉은 깃발이 엇갈렸다초촉과 장남은 순찰 도는 쪽배 20척을 이끌고 영채를 뚫고 나와 강남을 향해 나아갔다.

남쪽 기슭의 사람들이 전날 요란스레 울리는 북소리를 듣고 멀리 바라보니 조조가 수군을 훈련하고 있어서 주유에게 보고했다주유가 산에 올라 살펴볼 때는 조조의 군사는 이미 돌아간 뒤였다.

그런데 이튿날 또 북소리가 하늘을 울려 장졸들이 급히 높은 곳에 올라 살펴보니 쪽배들이 파도를 가르며 다가와 주유가 장수들에게 물었다.
누가 감히 먼저 나아가겠는가?”

한당과 주태가 나섰다.
제가 임시 선봉이 되어 적을 깨뜨리겠습니다.”

주유는 여러 영채에 명령을 돌려 엄하게 방어하면서 가볍게 움직이지 않게 하고한당과 주태는 각기 정찰하는 배 다섯 척을 이끌고 좌우로 나아갔다.

초촉과 장남이 용기 하나만 믿고 나는 듯이 쪽배를 몰아오니 가슴을 막아주는 엄심갑만 입은 한당은 긴 창을 들고 뱃머리에 서 있었다초촉의 배가 먼저 이르러 어지러이 화살을 날리자 한당은 방패를 들고 막았다초촉이 긴 창을 틀어잡고 달려드니 한당이 손을 번쩍 들어 한 창에 찔러 죽였다.

장남이 뒤따라오며 아우성치자 비스듬히 주태의 배가 곁으로 미끄러져 나왔다장남이 창을 꼬나 들고 뱃머리에 서고군사들이 어지러이 화살을 날렸다배들이 가까워지자 팔에 방패를 끼고 한 손에 칼을 든 주태가 몸을 훌쩍 솟구치더니 장남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서면서 칼을 휙 휘둘러 장남을 찍어 물에 떨어뜨렸다.

주태가 배 젓는 군사를 마구 찍어 죽이니 다른 배들은 급히 노를 저어 되돌아갔다한당과 주태가 쫓아가다 강 한가운데서 문빙의 배와 마주쳐 양쪽에서 배들을 벌려 세우고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주유가 장수들을 이끌고 산꼭대기에서 멀리 강북을 바라보니 몽충이 강 위에 늘어섰는데 깃발과 신호 띠에 모두 순서가 있었다강 가운데로 눈길을 돌려보니 한당주태와 한바탕 싸우던 문빙이 견디지 못하고 배를 돌려 달아나고 오군의 배들이 급히 쫓아갔다그들이 북군 속으로 깊이 들어갈까 걱정해 주유가 흰 깃발을 휘두르고 징을 울리게 해 불러들였다.

북쪽으로 돌아간 문빙이 결과를 보고하자 조조는 군사를 거두어 영채로 돌아갔다주유는 산꼭대기에서 건너편의 싸움배들이 영채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장수들에게 말했다.
강북의 싸움배가 갈대처럼 빼곡한데 조조 또한 꾀가 많으니 어떤 계책으로 깨뜨려야 하겠는가?”

장수들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별안간 조조의 영채에서 중앙의 누런 깃발이 바람에 부러져 펄럭이며 강에 떨어져 주유는 껄껄 웃어댔다.
저것은 상서롭지 못한 징조다.”

이때 조조의 장졸들은 중앙의 누런 깃발이 부러지자 저마다 놀라고 두려워했다조조도 기분이 상했으나 겉으로는 태연하게 명령을 내렸다.
사람들을 홀리는 자는 목을 자른다!”

그리하여 장졸들 마음이 겨우 안정되었다.
주유가 북쪽을 한참 바라보는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몰아치며 강에서 파도가 일어 기슭을 철썩철썩 때렸다그러자 바람이 휙 지나가면서 주유 옆에 세워져 있던 깃발이 귀퉁이를 말아 올리며 주유의 얼굴을 스쳤다주유는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어 으악!’ 소리치며 뒤로 넘어져 피를 토했다장수들이 급히 구해보니 어느새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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