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본삼국지 2>

10. “선생의 신묘한 헤아림은 세상에 미칠 사람이 없구려!”

by BOOKCAST 2022. 3. 8.
반응형

 


 

유비가 하구에서 제갈량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 한 대의 배가 이르러 제갈량과 조운이 기슭에 올랐다. 유비가 크게 기뻐 인사를 마치자 제갈량이 말했다.
다른 일을 말씀드릴 틈이 없습니다. 전에 약속드린 군사와 싸움배들은 다 갖추셨습니까?”

마련해둔 지 오래요. 다만 군사가 움직여 쓰기만을 기다리오.”

제갈량은 곧 유비, 유기와 함께 장막 윗자리에 올라가 조운에게 분부했다.
자룡은 3000명 군사를 이끌고 강을 건너 곧장 오림의 오솔길로 가서, 소나무가 우거지고 숲이 무성한 곳을 골라 매복하시오. 오늘 밤이 거의 지나면 틀림없이 조조가 그 길로 달아나는데, 그의 군사가 지나기를 기다려 중간에 불을 지르시오. 모두 죽이지는 못해도 절반쯤은 없애시오.”

조운이 의문을 내놓았다.
오림에는 길이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남군으로 통하고, 하나는 형주로 가는데 어느 길로 올까요?”

제갈량이 알려주었다.
남군은 형세가 압박을 받으니 감히 가지 못할 것이오. 조조는 반드시 형주로 가서 대군을 거느리고 허도로 돌아갈 것이오.”

조운이 계책을 받고 떠나자 장비를 불렀다.
익덕은 3000명 군사를 거느리고 강을 건너 이릉으로 가는 길을 막아 호로곡 어귀에 매복하시오. 조조는 감히 남이릉으로 가지 못하고 틀림없이 북이릉으로 갈 것이오. 내일 비가 멎으면 그들이 솥을 걸고 밥을 지을 것이니, 그곳에서 연기가 일어나는 것이 보이면 산 옆에 불을 지르시오. 비록 조조를 잡지 못하더라도 익덕의 공로는 작지 않을 것이오.”

장비도 계책을 받고 떠나니 또 미축, 미방, 유봉을 불러 각기 배를 몰고 강을 돌아다니며 패잔병을 사로잡고 싸움 도구들을 빼앗게 했다. 세 사람도 계책을 받고 떠나자 제갈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자 유기에게 말했다.
무창은 여기서 바라보이는 곳인데 가장 중요하니 공자는 돌아가 군사를 이끌고 기슭에 진을 치시오. 조조가 패하면 반드시 도망쳐 오는 자가 있을 테니 그 자리에서 사로잡되 섣불리 성을 떠나서는 아니 되오.”

유기도 작별하고 떠나자 제갈량은 유비에게 말했다.
주공께서는 번구에 주둔하시고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십시오. 자리에 앉으시어 오늘 밤 주랑이 큰 공로를 이루는 것을 구경만 하시면 됩니다.”

이때 관우는 바로 곁에 있는데도 제갈량이 아예 보지도 못한 척하니 참다못해 목청을 돋우었다.
관 아무개는 여러 해 형님을 따라 싸우면서 한 번도 남의 뒤에 떨어져 본 적이 없소. 오늘 큰 적군을 만났는데 군사가 나를 쓰지 않으니 무슨 뜻이오?”

제갈량이 웃었다.
운장은 저를 나무라지 마시오! 저는 원래 운장에게 폐를 끼쳐 가장 요긴한 길목을 막게 하려 했으나 편하지 못한 일이 있어 감히 보내지 못하겠소.”

무엇이 편하지 못한지 당장 알려주시오.”

옛날 조조가 공을 아주 후하게 대했으니 공은 꼭 보답하려 할 것이오. 오늘 조조가 패하면 반드시 화용도로 달아나는데, 공을 그곳으로 보내면 틀림없이 그를 놓아 보낼 것이오. 그래서 감히 보내지 못하겠소.”

군사는 공연한 걱정이 너무 많소. 조조가 그때 과연 관 아무개를 무겁게 대한 것은 틀림없지만, 이미 안량의 목을 자르고 문추를 베며 백마 땅의 에움을 풀어 그에게 보답했소. 오늘 맞닥뜨리면 어찌 놓아 보내겠소?”

만약 조조를 놓아 보내면 어떻게 하겠소?”

군법에 따르겠소.”

관우가 다짐하자 제갈량은 얼른 못을 박았다.
그러면 문서를 쓰시오.”

관우는 당장 군령장을 내놓았다. 그리고 미심쩍은지 제갈량에게 물었다.
만약 조조가 그 길로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소?”

나도 운장에게 군령장을 내놓겠소.”

관우가 크게 기뻐하자 제갈량이 말했다.
운장은 화용도 오솔길에서 높은 산에 땔나무와 풀을 쌓고 불을 붙여, 불길과 연기로 조조를 유인하시오.”

조조가 연기를 보면 매복이 있다는 것을 알 텐데 어찌 그쪽으로 오겠소?”

병법에 허허실실이라는 말이 있지 않소? 조조는 군사를 곧잘 부리지만 이런 방법으로 그를 속일 수 있소. 그는 연기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일부러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여겨, 반드시 그 길로 올 것이오. 운장은 사정을 봐주지 마시오.”

허허실실은 허와 실의 변화를 이용하는 계책이라는 뜻이다.

관우가 명령을 받들고 관평, 주창과 500명 칼잡이를 데리고 화용도로 가니 유비가 걱정했다.
내 아우는 의리를 무겁게 아는 사람이라 조조가 화용도로 오면 그가 정말 놓아줄까 두렵소.”

이 양이 밤에 천상을 살펴보니 조조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 되었습니다. 그래서 운장에게 인정을 베풀게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선생의 신묘한 헤아림은 세상에 미칠 사람이 없구려!”

 


유비가 감탄하니 제갈량은 함께 번구로 가서 주유가 군사를 부리는 것을 구경하고 손건과 간옹을 남겨 하구성을 지키게 했다.

이때 조조는 영채 안에서 장수들과 상의하며 항복하러 오겠다는 황개 소식만 기다리는데, 동남풍이 일더니 몹시 세차게 불어 정욱이 장막에 들어와 귀띔했다.
“오늘 동남풍이 일었으니 미리 예방함이 바람직합니다.”

조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동지는 음기의 극치이니 양기가 조금 생겨나 음과 양이 변할 때인데 어찌 동남풍이 없겠소? 이상할 게 무어요!”

【음양 철학에 의하면 음이 극치에 이르면 양이 생기고 양이 극치에 이르면 음이 생긴다고 한다. 동짓날부터 해가 차츰 길어지니 양기가 늘어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별안간 군사가 보고했다.
“지금 강동에서 쪽배가 한 척 왔습니다. 황개의 밀서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조조가 급히 불러들여 황개의 글을 보았다.
‘주유가 방비를 단단히 해 몸을 뺄 수 없었는데 지금 파양호에서 새로 실어온 군량이 있어 이 개에게 순찰하게 해 겨우 적당한 틈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든 강동의 명장을 죽이고 그 머리를 바치며 항복하겠습니다. 오늘 밤 2경에 배 위에 청룡아기를 꽂은 배가 바로 식량을 실은 배입니다.’
조조는 장수들과 함께 수군 영채의 큰 배에 올라 황개의 배가 이르기를 기다렸다.
 
강동 쪽에서는 날이 저물자 주유가 채화를 불러 무사들을 호령해 묶어 쓰러뜨리니 채화가 아우성쳤다.
“저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너희는 어떤 놈인데 감히 거짓 항복을 했느냐? 내가 지금 깃대에 제사를 지낼 제물이 모자라 네 머리를 빌려야겠다.”

떼를 쓸 수 없게 된 채화는 높이 외쳤다.
“너희 편의 감택과 감녕도 항복하려고 모의했다!”

주유가 태연히 대꾸했다.
“그건 내가 시킨 것이다.”

채화는 후회해 마지않았으나 때는 이미 늦어 주유의 명에 따라 강변의 검은 깃발 아래로 잡혀갔다. 땅에 술을 치고 종이를 사르고, 단칼에 채화의 목을 잘라 그 피로 제사를 지낸 다음 주유는 배를 띄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황개는 세 번째로 불을 붙일 배에 탔다. 가슴을 막아주는 엄심갑을 걸치고 날카로운 칼을 들었는데 깃발에는 ‘선봉 황개’라는 네 글자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황개가 하늘에 가득한 순풍을 타고 적벽을 향해 나아가니 동남풍이 세차게 불어 파도가 설레었다.
 
조조가 중군에서 강 너머를 멀리 바라보는데 달이 차츰 떠올라 강을 비추니 마치 만 마리 금뱀이 파도를 뒤집으며 노니는 듯했다. 조조가 바람을 맞받아 허허 웃어대면서 이제 반드시 뜻을 이룬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군사가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강남에서 어슴푸레한 돛들이 바람을 타고 옵니다.”

조조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데 보고가 들어왔다.
“모두 청룡아기를 꽂았는데, 그 가운데 큰 깃발에는 ‘선봉 황개’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조조는 웃었다.
“공복이 여기 와 항복을 드리니 이는 하늘이 나를 돕는 것이로다!”


적벽 싸움(208년)

적벽 싸움이 있었던 곳은 예로부터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 지도는 역사학자들이 공인하는 정설(지금의 후베이성 츠삐시 관내)에 따랐다. 소설에서 조조가 시를 읊기 전의 경치묘사를 분석하면, 그 때 조조는 장강의 북쪽 기슭에 있었는데, 위치는 시상의 서쪽, 하구의 동쪽, 번산(번구)의 북쪽, 오림의 남쪽이었다.
 


강남에서 오는 배들이 점점 가까워지자 배를 자세히 살피던 정욱이 말했다.
저 배들에는 속임수가 있습니다. 잠시 영채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걸 어떻게 아오?”

배에 군량이 실렸으면 반드시 무거워 가라앉습니다. 지금 오는 배를 살펴보면 가볍고 둥둥 떴습니다. 게다가 오늘 밤에는 동남풍까지 아주 세찬데 만약 그들이 속임수를 부려 계책을 쓰면 어떻게 막겠습니까?”

조조가 불현듯 깨달아 장수들에게 물었다.
누가 나아가 저들을 막겠는가?”

문빙이 나섰다.
제가 물에 제법 익숙하니 한번 가기를 청합니다.”

말을 마치자 문빙이 쪽배에 뛰어내려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니 십여 척 순찰선이 따라 나아갔다. 문빙은 뱃머리에 서서 높이 외쳤다.
승상의 명령이시다. 남쪽의 배들은 영채에 가까이 오지 말고 잠시 강 가운데에 닻을 내려라.”

군사들이 일제히 호통 쳤다.
어서 돛을 내려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위소리가 나면서 문빙의 왼팔에 화살이 꽂혔다. 문빙이 배 안에 쓰러지니 군사들이 크게 어지러워져 배들은 부랴부랴 되돌아갔다.

물 위를 미끄러져오는 남쪽의 배들은 조조의 영채에서 겨우 2리쯤 떨어졌을 뿐이었다. 황개가 칼을 휘둘러 앞을 가리키자 선두의 배들이 일제히 불을 질렀다. 불은 바람의 위풍을 빌리고 바람은 불길의 기세를 돋우어, 배는 화살이 날아가듯 나아갔다. 온통 불덩이로 변한 20척 배들이 조조의 수군 영채로 밀려들자 영채 안의 배들에 불이 붙었다. 황개의 배가 조조의 배에 부딪치면 앞에 박은 못이 들이박혀 한 덩이가 되었다.

강 너머에서 포 소리가 나자 사방에서 불을 붙이는 배들이 일제히 이르렀다. 삼강의 수면에서 불길이 바람 따라 너울거려 하늘땅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었다.

조조가 언덕 위의 영채들을 바라보니 거기에도 몇 군데 불이 붙어 연기가 솟았다. 이때 황개가 배 뒤에 단 쪽배로 뛰어내리니 몇 사람이 노를 저어 연기를 무릅쓰고 불길 속을 뚫으며 조조를 찾았다. 형세가 위급해진 것을 알고 조조가 막 기슭에 뛰어오르려 하는데 장료가 쪽배를 한 척 몰고 왔다. 장료가 조조를 부축해 쪽배로 내려오자 조조가 탔던 큰 배에 불이 붙었다. 장료와 십여 명 부하는 조조를 보호해 나는 듯이 기슭으로 올라갔다.

황개가 바라보니 검붉은 전포를 입은 자가 쪽배로 내려가니 바로 조조라고 짐작하고 배를 재촉해 재빨리 나아가며 목청을 돋우었다.
역적 조조는 달아나지 마라! 황개가 여기 있다!”

조조가 야단났다고 아우성치는데 장료가 활을 들더니 황개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 똑바로 겨누고 화살을 날렸다. 불빛 속에 있던 황개는 바람소리가 윙윙 요란해 시위소리가 들리지 않아 화살이 바로 어깻죽지에 꽂혀 몸을 뒤집으며 물에 떨어졌다.
 
이야말로
 
불 재앙이 성할 때 물 재앙에 당하니
몽둥이 상처 아물자 화살 상처 보탰네
 
황개의 목숨은 어떻게 될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