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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02. 교씨 두 딸로 적벽대전 불붙여

by BOOKCAST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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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가 미심쩍은 듯 물었다.
조조가 이교를 얻으려 한다는 증거가 있소?”

제갈량이 증거를 내놓았다.
조조의 어린 아들 조식은 붓을 들면 어느덧 글을 짓습니다조조가 그에게 동작대부를 짓게 했으니 그 뜻을 보면오로지 조씨가 황제가 되어야 하며 맹세코 이교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은 그 글을 기억하시오?”

제갈량의 대답은 주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내가 그 글의 아름다움을 사랑해 가만히 기억한 바 있습니다.”

제갈량은 즉시 동작대부를 낭랑하게 외우기 시작했다.
 
현명한 군주를 따라 노니니
높은 대에 올라 마음을 즐겁게 하네
황실의 곳간이 널리 열림을 보나니
성덕으로 경영함을 아네
문을 세워 높디높으니
두 대궐 하늘에 솟구치네
중천에 아름다운 누각 세워지니
공중의 복도 서쪽 성과 이어지네
흘러가는 강물에 다가가니
과일이 무성한 과원을 바라보네
쌍쌍이 선 대는 좌우에 갈라졌으니
옥룡과 금봉황이 있음이요
동남에서 이교(二喬)를 안았으니
아침저녁으로 함께 즐기리
황제의 수도 굽어보니 멋지기도 하여라
구름과 노을이 뜨는 것을 내려다보네
인재들이 모여와 즐거우니
곰이 날아오는 좋은 꿈에 어울리네
봄바람 솔솔 부니
갖가지 새가 슬피 우네
구름이 성처럼 에워싸 지키니
쌍쌍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네
어진 정치 우주에 펼치니
엄숙하고 공손함을 수도에 퍼뜨리노라
제환공진문공의 성대함이여
어찌 성스러운 밝음에 비기랴
멋지도다아름다워라!
그 은혜 널리 퍼지누나
우리 황실 보좌하니
사방을 안정시키네
하늘땅과 같이 법을 지키고
해와 달의 빛과 나란히 하네
영원히 존귀하여 끝이 없나니
목숨이 동황(東皇=신의 이름)과 같네
용의 깃발 세우고 노니니
어가를 돌려 천천히 감도네
은혜는 온 세상에 닿았으니
재물은 많고 백성들 잘사네
이 대가 영원히 튼튼하길 바라나니
그 즐거움 끝날 줄 모르리라

동남에서 이교를 안았으니가 요점이었다원래 이 말은 동남쪽에 두 다리가 있다는 뜻인데제갈량은 다리 교()와 성씨 교()가 음이 같고 그 시대에는 두 글자가 혼용되었음을 이용해동남쪽의 두 여인을 끌어안는다는 뜻으로 바꾼 것이다.
 
주유는 말없이 끝까지 듣더니 불같이 노해서 삿자리 밖으로 나가 북쪽을 가리키며 욕했다.
늙은 도적놈이 나를 너무 모욕하는구나!”

제갈량도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옛날 흉노의 선우가 한나라 경계를 거듭 침범하자 한의 천자께서는 공주까지 시집보내 화친하셨는데 어찌 민간의 두 여자를 아끼십니까?”

공은 모르오대교는 손백부 장군의 부인이시고소교는 이 유의 아내요.”


제갈량은 짐짓 황송한 모양을 지었다.
이 양은 실로 그런 줄도 모르고 말을 잘못해 헛소리를 지껄였습니다죽을죄를 지었습니다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주유가 다짐했다.
내가 이 늙은 도적놈과 절대로 같은 세상에 서 있을 수 없소!”

제갈량이 일부러 충고했다.
일은 반드시 세 번 생각해보아야 뒷날 뉘우치지 않습니다.”

내가 손백부의 부탁을 받았는데 어찌 몸을 굽히고 조조에게 항복할 수 있겠소아까 한 말은 일부러 공을 시험해보았을 뿐이오내가 파양호를 떠날 때부터 벌써 북쪽을 정벌할 마음이 있었으니 비록 칼과 도끼가 목에 닿더라도 그 뜻을 바꾸지 않겠소공명이 팔 하나의 작은 힘이라도 나를 도와 함께 역적을 깨뜨리기를 바라오.”

주유가 속내를 완전히 털어놓자 제갈량도 다짐했다.
장군이 버리지 않으신다면 개와 말의 힘을 다해 아침저녁으로 채찍 아래에서 내달릴까 합니다.”

내일 장군부에 들어가 주공을 뵈면 곧 군사를 일으킬 일을 의논하겠소.”
 
이튿날 주유가 손권을 만나고 숙소로 돌아와 제갈량을 청했다.
오늘 장군부에서 여러 사람이 상의해 조조와 싸우려고 결정했소조조를 깨뜨릴 좋은 계책을 얻고 싶소.”

그러나 제갈량은 계책을 내놓지 않았다.
손 장군 마음이 아직 굳어지지 않았으니 미리 계책을 정할 수 없습니다.”

어찌하여 마음이 굳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소?”

마음속으로는 조조 군사가 많은 것이 두려워 적은 무리로 이길 수 있을지 의심하시지요장군이 군사 숫자로 손 장군 마음을 풀어드려 머리가 환하고 뚜렷해져서 더는 의심이 없어야 대사를 이룰 수 있습니다.”

선생 말이 참으로 옳소.”

주유가 다시 장군부에 들어가자 손권이 물었다.
공근이 밤에 다시 왔으니 반드시 까닭이 있을 것이오.”

내일 군사를 움직이는데 주공께서는 속으로 의심하는 일이 없으십니까?”

손권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조조의 무리가 많아 우리의 적은 군사로 이기지 못할까 근심할 뿐이지 다른 것은 의심할 게 없소.”

이 유는 그 때문에 특별히 주공의 마음을 풀어드리러 왔습니다주공께서는 조조의 격문에 육군과 수군을 합쳐 100만 대군이라 하니 의심을 품어 두려워하시게 되었습니다그런데 그 허실은 헤아려보지 않으셨으니 실제로 숫자를 따져보겠습니다그가 거느린 중원 군사는 15만을 넘지 못하는데 지친 지 오랩니다후에 얻은 원 씨 무리도 7만 여에 그칠 뿐이고 그나마 의심하며 순종하지 않는 자가 많습니다피로한 군사로 의심하는 무리를 통제하니 머릿수는 많지만 두려워할 나위가 없습니다이 유는 5만 군사를 얻으면 넉넉히 그들을 깨뜨릴 수 있으니 주공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손권은 주유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공근이 내 의심을 시원히 풀어주었소경과 자경만이 나와 마음이 같구려이미 3만 군사를 고르고 배와 뗏목과 병장기도 모두 갖추었으니 내일 당장 군사를 일으켜 나아가시오내가 뒤를 이어 사람과 말을 보내며 물자와 식량을 뒷받침하겠소경의 선두가 싸우다 만약 일이 시원치 않으면 곧 돌아와 나에게 의지하시오내가 직접 조조 그 도적놈과 결전을 벌일 것이니 다시는 다른 의심이 없소.”

주유는 장군부에서 물러 나와 생각했다.
제갈량은 벌써 주공의 마음을 헤아렸구나그의 계책은 나보다 위이니 반드시 강동의 걱정거리가 된다아예 없애는 게 좋겠다.’

주유가 그날 밤으로 노숙을 청해 제갈량을 죽이려는 생각을 말하자 그는 반대했다.
아니 되오지금 조조 도적놈을 깨뜨리려 하는데 먼저 현명한 이를 죽이면 스스로 도움을 없애는 노릇이오.”

이 사람이 유비를 돕고 있으니 장차 반드시 강동의 걱정거리가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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