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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너 오랫동안 이런 걸 원하고 있었구나>

05. 글을 팝니다. (마지막 회)

by BOOKCAST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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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위해 출판사에 가는 날이었다출판사 앞에 도착했는데 선뜻 들어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회의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기도 했지만현재 내 모습이 어딘지 불편했다.
 
왜 여기 이러고 있는 걸까?’
무거운 마음이 내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작가와 기획자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일면식도 없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늘었다하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했다고 해서 일이 바로 성사되는 건 아니다회의과정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나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면 결론적으로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출판사 입구에 선 나는 를 팔아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다.


작가는 자영업자이면서 프리랜서다. 자영업자처럼 자신의 글쓰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 원활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어느 순간 영업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프리랜서로서 조직의 일원은 아니지만 일원처럼 일해야 한다. 하지만 출간 계약서를 쓸 때면 출판사와 나는 항상 ‘갑’과 ‘을’ 또는 ‘을’과 ‘갑’으로 구분된다. 우리는 계약 관계이지 한솥밥을 먹는 동지까지는 아닌 거다. 물론 동지의 마음으로 함께 책을 열심히 만들지만 원고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서로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가의 일은 외롭다. 나를 영업하고, 출판사 직원처럼 책 만드는 일에 나서지만 결국 글 쓰는 일은 오롯이 혼자 해야 한다. 그런데 써나가는 글에는 모범 답안이 따로 없어서 약간의 불안함이 늘 따라다닌다. 정답이 없다 보니, 완벽한 끝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수정의 연속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결국 글을 열심히 고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정이 이루어졌다면 오늘 고친 글이 어제 쓴 글보다 꼭 좋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가끔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수정의 연속이다.
글을 잘 쓰는 것은 결국
글을 열심히 고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을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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