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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생활·요리/<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03. 우리 아이는 시키지 않으면 휴대폰만 붙잡고 있어요.

by BOOKCAST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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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죠?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비디오게임만 한다면요?”

자기계발서의 아버지 스티븐 코비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이해를 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반항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려면 아이에게 질문해야 한다. 타고난 성향이 집에서 시간 보내기를 선호하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혹은 ‘예측할 수 없는’ 경험을 불안해하는 것인가? 아이의 진짜 문제에 귀를 기울여라. 아이가 제멋대로 하도록 두라는 뜻이 아니다. 부모에게는 가족 등산이 중요할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아닐 수 있다. 아이의 생각과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한 뒤에야 문제를 해결하거나 타협할 수 있다.

물론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네가 여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 엄마는 형편없는 부모라고 느낄 것 같아. 좋은 부모라면 그렇게 하지 않지. 그래서 네가 결정했으면 해. 나는 네가 최소한 학원 한 곳은 가면 좋겠어.”


두뇌는 왜 조언자 모델을 좋아할까

두뇌 발달에 대한 연구를 접한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배움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죠? 아이는 아직 어리잖아요.”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다. 아이의 판단력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바로 거기에 답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발달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발달이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책임이 부여될 때 이뤄진다. 아이가 혼자 숙제를 제시간에 제출할 정도가 되어야 관리에서 손을 떼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때는 너무 늦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감정을 통제하는 전두엽피질은 30대 초반이 되어야 성숙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서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두뇌는 쓰는 만큼 발달한다. 어린 시기부터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 아이는 때로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복에 필요한 회로를 구축하게 된다. 자신의 옷을 사거나 방을 꾸미는 등 작은 일에서부터 환경을 주도적으로 통제하면 전두엽피질이 활성화되고, 효과적으로 발달한다. 이런 삶의 통제감을 통해 강화된 두뇌의 ‘조종사’는 어지간한 스트레스에도 ‘성난 사자’를 부르지 않고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즉 5세 아이가 직접 고른 이상한 옷을 입을 때, 아이의 전두엽피질은 한층 활성화되는 것이다. 강해진 ‘조종사’는 시험장에 앉아 있을 때나 친구 관계에서 파국을 맞는 등 강렬한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한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잘 해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형편없는 시작의 과정 역시 소중하다.”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모델 4단계를 살펴보자.

1단계 - 무의식적 무능
“괜찮아. 수학 공부를 안 해도 잘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과신하는 경우이다. 지금 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다. 이럴 때면 조언자의 방향에서 이탈하기가 쉽다. 시험이 코앞인 아이를 당장이라도 도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도움을 원할 리 없다. 지금은 아이가 자신의 무능을 깨닫게 할 방법이 없다.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이 아이는 큰 실패를 마주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가 곧 배움의 기회라는 점만 잘 인지해도 귀중한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2단계 - 의식적 무능
아이는 이제 이렇게 생각한다. “망했다! 수학 공부를 좀 해야겠어.” 아이는 여전히 수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이는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3단계 - 의식적 유능
아이는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 이제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거야.” 이제 이 말은 과신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아이들이 이 단계까지 오면 부모는 대단히 기쁠 것이다. 여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 상태이다.

4단계 - 무의식적 유능
세월이 흘러 아이는 이제 부모가 되었다. 그는 수학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수학을 따로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 그에게 수학은 숨쉬기만큼 쉬운 일이기에 딸아이가 수학을 왜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은 집을 떠나기 전에 읽기나 신발 끈을 묶는 일 등 몇몇 영역에서 무의식적 유능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4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아이들이 3단계, 즉 의식적 유능의 단계에 이르기를 바란다. 그러나 1, 2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는 의식적 유능에 이를 수 없다. 이 말은 아이를 내버려 두라는 말이 아니다. 부모는 언제나 아이 뒤에서 지원과 지도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은 조나의 부모처럼 한발 물러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많은 아이들이 처음에는 허둥댄다. 하지만 아이들은 차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힌다. 조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와의 관계는 나아졌지만 성적은 계속 제자리였다. 그러던 중 조나는 생활지도 카운슬러를 만났고, 졸업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고등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말은 그가 친구들과 함께 졸업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제때 졸업하기 위해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다. 현재 그는 심리학을 전공하며 대학 생활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조나의 이야기에는 또 다른 교훈이 있다. 교사는 가르치고, 카운슬러는 졸업 조건을 설명해 준다. 그럼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바로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아이에게 집이라는 안전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나 삶의 다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에게 집은 피난처이자 휴식처가 되어야 한다. 깊은 사랑을 받고, 이를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회복력이 길러진다. 숙제를 두고 아이들과 싸우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집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러니 잔소리하고, 말다툼을 벌이고, 끊임없이 숙제를 상기시키는 대신 “숙제 따위를 두고 싸우기에는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라는 주문을 외워라.

술래잡기 도중에 ‘베이스(base, 기반)’를 외치면 쉬면서 재정비하겠다는 뜻이다. 집이 안전한 베이스가 될 때 아이들은 집 밖에서 건전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다. 그들은 주기적으로 베이스에 돌아와서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런 안정감이 없으면 10대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딘가 다른 안전한 베이스를 만들려는 절박함에 기회만 있으면 집을 떠나거나, 혹은 자기 내면으로 침잠한다.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면 아이들이 일탈할 가능성도 훨씬 커진다. 스트레스를 떨칠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최근 한 부모는 아이와 싸우지 않기로 결정한 뒤 “과열된 집안의 온도가 내려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손으로는 박수 칠 수 없다. 싸움에 응하지만 않는다면 싸움은 멈춘다. 수년 동안 수십 명의 부모들이 안전한 베이스라는 개념과 “숙제를 두고 싸우기에는 너를 너무 사랑한다”라는 메시지가 가족 관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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