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잠을 얼마나 자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유치원생은 매일 10~13시간을 자야 한다. 이 중 1시간은 보통 낮잠이다. 6~13세 어린이는 9~11시간, 14~17세는 8~10시간을 자야 한다. 18세에서 21세는 7~9시간의 잠이 필요하다. 아동 수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주디스 오웬즈는 다른 대부분의 욕구와 마찬가지로 수면욕 역시 종형 곡선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본다.
일부 사람은 필요로 하는 수면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다. 아이의 수면 시간이 충분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는가? 아이가 낮에 피곤해하거나 짜증을 많이 내는가? 이런 것들을 고려해 아이들이 필요한 만큼 잠을 자도록 돕는다.
수면은 학습에 대단히 중요하다
학습에 충분한 휴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의 없다. 간단히 말하자면, 8시간을 잔 사람에게 4시간 동안 가르치는 것이 4시간을 잔 사람에게 8시간 동안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약한 정도의 수면박탈도 사고와 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성년자 수면 제한에 대한 한 연구에서는 6학년 학생들을 사흘 동안 평소보다 1시간 더 혹은 덜 자게 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35분 덜 잔 학생들은 인지 테스트에서 4학년 학생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년 치의 인지 역량을 상실한 것이다.
잠을 잘 때 두뇌는 경험을 ‘재생’하면서 해마의 피질과 신호를 계속 주고받아 기억을 통합하고 강화한다. 최근에 배운 자료들이 마음속 화면에 재생되면서 깊숙이 배어들고, 과거에 배운 다른 정보들과 연결한다. 수면은 두뇌 전체에 생기를 되찾게 하고,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새로운 학습에 대해 최적의 수용성을 갖게 한다. 과학자들은 비렘수면(Non-REM sleep, 빠른 안구 운동이 없는 수면) 동안 전기적 활동의 짧은 파열을 관찰했다. ‘수면 반추(sleep spindle)’라고 불리는 이 활동은 정보를 해마 내의 단기 저장 공간에서 피질의 장기 저장 장소로 옮기는 것을 돕는다. 이 소위 서파수면(slow wave sleep)은 새로운 기억을 확고하게 하고 우리가 배운 정보를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수면 전문가 매튜 워커는 이를 ‘저장’ 버튼에 비유한다. 워커가 ‘느린 동조 구호(slow synchronized chant)’라고 부르는 활동(전기적 파동이 두뇌의 한 부분에서 두 뇌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활동)은 여러 다른 부분에 있는 정보의 조각들을 연결하고, 서로 결합해 이해의 틀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로버트 스틱골드의 초기 수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3일에 걸쳐 7시간 동안 테트리스 게임을 했다. 이들을 잠이 든 직후 깨우자 75%가 블록이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이는 두뇌가 잠든 동안 테트리스의 중요한 기술을 계속 숙련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수면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고등학생만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지난봄에 빌은 먼저 히브리어 공부를 시작한 아내 스타의 권유로 히브리어를 배우기로 했다. 첫 주에는 출근 전 아침에 몇 분씩 공부하면서 꽤 진전을 이루었다. 어느 날 스타는 저녁 8시 45분에 함께 히브리어를 공부하자고 제안했다. 빌은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다. 대화하고 기타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학습을 하기에는 너무 지친 상태였다. 그는 책의 첫 줄에 있는 단어 몇 개를 천천히 읽고 다음 줄로 넘어갔다. 단어 세트를 독해하려고 몇 분간 애쓴 끝에 그는 첫 줄을 다시 보았고, 둘째 줄의 단어들이 첫째 줄의 단어와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지쳐서 단어를 기억할 수 없던 것이다.
그는 저녁 8시 45분에 최고 상태의 10% 수준에 불과한 뇌의 상태로 공부하려 한 것이다. 단어를 꼭 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공부에 몇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다. 다음 날 아침에 했다면 20분이면 될 일을 말이다. 많은 학생이 이처럼 정신적 비효율 상태로 책상에 앉아 있다.
당연하게도 수면과 성적은 긴밀한 연관이 있다. 수많은 연구가 수면 시간의 감소와 성적 하락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등교 시간을 늦추었을 때 결석과 지각률이 떨어지고, 학교생활 중에 조는 일이 줄며 기분과 효능감이 높아진다. 카일라 왈스트롬이 9,000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등교 시간을 8시 35분 이후로 미룬 학생은 성적이 4분의 1단계 향상되었다. 심지어 등교 시간을 더 늦출수록 더 확실한 결과가 나왔다.
수면의 치유 효과
잘 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전두엽피질은 하향식으로 감정체계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잠을 잘 자면 전두엽피질과 다른 시스템 사이의 연결이 재생되고 강화되어 우리의 믿음직한 조종사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네드는 때때로 학교 성적이 우수하고 외부 활동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만난다. 네드는 이런 학생을 만나면 항상 수면 패턴에 관해 묻는데, 아이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10시면 자요. 피곤할 때는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거든요.” 이런 아이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쉽게 배우기 때문에 하루를 일찍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쉬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쉽게 배울 수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간단히 말해 수면에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 대부분 꿈에서 나타나는 ‘렘수면(Rapid Eye Movement sleep, REM sleep)’은 혹독한 감정적 경험을 완화한다. 렘수면 때 뇌에는 스트레스 관련 신경화학물질이 전혀 없는데, 이런 상태는 렘수면 이외의 어떤 경우에도 없다. 매튜 워커에 따르면, 두뇌는 렘수면 중에 감정적 문제가 있는 기억들을 다시 활성화한 후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성찰적인 꿈을 거쳐 마음에 되돌려 놓는다고 한다. “아침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라는 말은 수면과학으로 입증되고 있다.
잠을 잘 잔 후 삶의 통제감이 커지는 경험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잘 자고 통제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은 타인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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