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제도, 취지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들어온 지 두 달이 채 안 된, 신입 선생님 입에서 드디어 나왔다.
그래, 두말하면 입 아프지. 이 일을 하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그걸 아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몇 달 후 그 선생님이 또 내게 얘기한다. 참여자가 6회 차 수당까지 받고 중단하겠다고 한단다. 그것도 카톡으로 보내왔단다. 전화하면 넘긴단다(받지 않고 종료버튼 누르는 것이다). 통화하자고 카톡을 보내니 일하는 중이니까 문자로 설명해 달란다.
상담사가 미치고 팔짝 뛴다. “이런 사람들에게 수당을 줘야 하나, 이 제도가 진짜 잘못된 거 아니냐” 하는데 해줄 말이 없다.
모든 학생이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면, 모든 구직자가 취업에 공부를 안 해도 당장 시험을 안 치기 때문에 현타가 오지 않는다. 취업을 하지 않아도 돈이 조금씩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버틴다.

[PLUS] 참여자가 직업상담 기간 중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면
이는 참여자와 상담사가 아직 라포 형성이 안 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알 수 없다. 상담사 누구를 만났더라도 중단을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반면 상담사의 노련함과 진심 어린 공감대 형성이 중단을 막을 수도 있다. 중단은 상담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최대한 조심하고 또 신경 쓰는 것이다. |
취성패부터 일했던 직업상담사들 사이에서는 왜, 취업지원을 주로 했던 취성패 제도에서 돈 주는 제도로 바꿨는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취성패할 때는 그나마 알선해서 보람도 느꼈는데 지금은 그냥 참여자들 돈 챙겨주는 일을 하는 느낌이고, 더 힘든 건 달라질 게 없다는 현실이다.
모두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믿었던 #도끼들 #발등통증
취성패 때도 그랬다 하고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구직자의 구직의지는? 기대한 것보다 더 없다.
처음에,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순간순간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을 하지 않고 산다는 게 있을 수 없는 나에겐 적잖은 충격이었다. 다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대체로 구직의지가 그다지 없다. 다시 생각해 보면 구직의지가 뜨겁다면 무슨 일이든 했을 것이고 여기 오지도 않았을 터.
구직촉진수당만 챙기고 지원이 없어지는 단계로 들어서면 연락두절이다. 사실 이 제도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럴 줄 몰랐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나 순진해요’ 하는 것이다.
상담사들은 몰랐다기보다는 알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사항이다. 내 참여자만은 안 그러겠지 하는 기대다. ‘너를 그렇게 상담해 주고 챙겨줬는데, 설마 네가?’ 하는 믿음이다.
그 설마가 역시로 바뀐다. 허탈하고 배신감이 밀려온다.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상모까지 돌려서 머리가 아프다.
짝사랑을 끝내야 하는 시점이다. 정신 차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참여자는 이미 놓았고 나만 놓으면 끝나는 관계다.
[PLUS] 중단하는 참여자들이 생길까 노심초사하지 않는다
나 역시 참여자가 상담 중간 갑자기 잠수를 타고 중단할까 걱정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러한 걱정으로 참여자를 바라본다면 그들도 귀신같이 느낄 것이고, 중단할 생각인 참여자라면 애초에 내가 눈치를 본다고 해서 마음을 돌리지 않을 테니 눈치 볼 필요가 전혀 없다. 대신 당당하게, 친절하게 참여자들을 대했고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들이 모르는 부분을 전문가로서 조언을 주는 위치에 오르자 자연스럽게 눈치 보는 마음이 사라지고 그들도 나에게 하나라도 더 도움을 받으려고 했다. 결국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여러 가지 면에서 참여자보다 더 많이 아는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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