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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본삼국지 2>

14. 유비가 화를 내며 꾸짖었다.

by BOOKCAST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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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신야로 돌아온 뒤 시간이 지나 어느덧 초봄이 되었다. 유비는 점쟁이에게 물어 길한 날을 잡아서 사흘 동안 마음을 바르게 하고, 향을 태워 향기를 쏘이고, 목욕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제갈량을 만나러 떠나려고 했다.
관우와 장비는 그 말을 듣고 탐탁지 않아 가지 말라고 말렸다.
형님께서 친히 두 번이나 가셨으니 예의가 이미 지나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갈량은 헛된 이름이나 났을 뿐 실제로는 배운 게 없어 감히 만나지 못하고 피하는 지도 모릅니다. 형님께서는 어찌하여 그 사람에게 이처럼 홀리셨습니까?”

관우의 말에 유비가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그렇지 않네. 옛날 제환공은 한낱 동곽의 야인을 만나려고 다섯 번이나 찾아가 겨우 한 번 얼굴을 보았네. 하물며 나는 큰 현인을 만나 뵈려 하지 않는가?”

춘추시대 첫 패자였던 제환공은 급이 낮은 신하를 만나려고 하루에 세 번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남들은 다시 가지 말라고 권했으나 계속 찾아가 다섯 번 만에야 만났다. 그 신하가 제환공의 패업에 얼마나 공을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제환공의 인재를 아끼는 마음은 높이 평가받았다.

관우는 곧 마음을 돌렸다.
형님께서 현명한 이를 존경하심은 마치 문왕이 강태공을 만나 뵙는 듯합니다!”

그러나 장비는 뿌루퉁해 소리쳤다.
형님은 틀렸소! 우리 세 형제가 천하를 가로세로 누벼오면서 무예를 따져보면 누구보다 못하겠소? 어찌하여 그따위 시골뜨기를 큰 현인이라 부르며 모셔 오려 하오? 그 모습이 너무 심하오! 그까짓 시골뜨기가 무슨 큰 현인 말을 들을 나위나 있겠소? 이번에는 형님이 갈 것 없소. 그가 오지 않으면 내가 삼 밧줄로 꽁꽁 묶어 끌고 오겠소!”

유비가 화를 내며 꾸짖었다.
자네는 주나라 문왕이 자아 강태공을 만나 뵌 일을 모르는가? 문왕은 그때 천하의 세 몫 중 두 몫을 차지했는데도 위수로 자아를 뵈러 갔더니 자아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네. 문왕이 뒤에서 모시고 서서 해가 기울도록 물러서지 않자, 그제야 자아는 문왕과 말을 나누었네. 그래서 800년 주나라 천하가 시작되었네. 문왕께서도 이처럼 현명한 이를 존경하셨거늘 자네가 어찌하여 무례하게 구는가! 이번에 자네는 가지 말게. 나는 운장과 같이 가겠네.”

 


두 형님이 가시는데 이 아우가 어찌 혼자 남아 있겠소?”

장비가 굽히고 들어오니 유비가 다짐했다.
자네가 같이 가서 혹시라도 실례해서는 아니 되네.”

알았소.”

세 사람은 따르는 자들을 데리고 융중으로 떠났다. 아직 초가에서 반 리나 떨어졌는데 유비는 벌써 말에서 내려 걸었다. 마침 제갈균이 마주 오자 유비가 급히 인사하고 물었다.
형님은 댁에 계십니까?”

어제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장군께서는 오늘 형님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고 제갈균은 제 갈 길을 갔다.

이번에는 요행히 선생을 뵙게 되는구나!”

유비는 기뻤으나 심기가 뒤틀린 장비는 모든 게 눈에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저 사람 무례하구먼! 우리를 초가로 안내하고 가도 될 텐데 왜 혼자 가버리는 거야?”

그야 자기 일이 있으니 어찌 억지로 강요하겠나?”
유비가 장비를 다독거렸다.

세 사람이 장원 앞에 이르러 유비가 손수 문을 두드리자 아이가 나왔다. 이제는 구면인 유비가 말했다.
신선 동자에게 폐를 끼치게 되었구나. 유비가 특별히 선생을 찾아뵈러 왔다고 전해다오.”

오늘은 선생님께서 집에 계시지만 지금 초당 위에서 낮잠을 주무세요.”

그렇다면 잠시 알리지 마라.”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은 초당 삿자리 위에 반듯이 누워, 유비가 두 손을 모아 쥐고 섬돌 아래에 서서 오래 기다렸으나 깨어나지 않았다. 바깥에서 한참을 서서 기다려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자 관우와 장비가 들어가 보니 유비는 아직도 마당에 공손히 서 있었다. 장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이 사람이 어찌 이처럼 오만하오? 우리 형님을 섬돌 아래에 세워놓고 저는 번듯이 누워 자는 척하고 있지 않소? 내가 집 뒤로 돌아가서 불을 콱 싸지르겠소. 그래도 일어나지 않나 봅시다!”

서두르는 장비를 관우가 거듭거듭 말렸다. 유비 역시 두 사람을 문밖으로 내보내 기다리게 했다. 다시 초당 위를 바라보니 선생이 몸을 뒤집으며 일어날 듯이 하더니 다시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아이가 손님이 왔다고 알리려 하자 유비가 말렸다.
놀라시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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